
“엄마, 기대하지 마세요. 풀어본 문제가 거의 없었어요. 엉망으로 쳤어요.”
시험이 끝나고 나온 아이는 기가 푹 죽어 있었다. 차가운 두 손을 잡아주며 “열심히 노력했으니 됐다”고 위로했다.
그런데 다음 날 엄마들과 시험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모 학원 영재교육원 준비반 수업시간에 풀이해준 문제가 많이 출제돼 그 학원 출신 아이들은 거의 다 풀었다는 것이다. 다른 학원에 다닌 아이들도 비슷한 문제를 접해봤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영재교육원 준비를 위해 학원에 다녔는데 그런 문제를 본 적이 없다고 하니, 학원 선택을 잘못한 엄마 때문에 아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아닌가 싶어 울화가 치밀었다. 아이에게는 그저 미안할 따름이었다.
며칠 전에는 경영인이 되는 게 꿈인 큰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전 어느 분야의 CEO가 되면 좋을까요?”
“글쎄, 네가 좋아하는 산업 분야를 먼저 생각해봐.”
“전 팬시 쪽이 좋아요. 그 방면의 CEO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아이는 구체적인 답을 원하는데 해줄 말이 없었다. 팬시산업의 종류를 열거해주고 각각의 특징도 알려주면 좋으련만 당장 알고 있는 내용도, 보여줄 자료도 없어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