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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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이미지들

미술, 현실 속으로

  •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www.sayho.org

    입력2009-01-29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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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이미지들
    여러분께 질문 하나 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좋아하는 미술가는 누구인가요? 반 고흐? 이중섭?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미술가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나요? 내키면 자신의 귀를 자르는 사람인가요? 혹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홀로 골방에 처박혀 붓만 놀리는 사람인가요? 구보 씨가 이 연재를 하는 동안 미술가에 대한 이러한 신화화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낼 수 있다면 정말 보람될 것 같습니다.

    미술가도 여러분과 같은 시간, 같은 세상을 살아갑니다.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오늘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이 시대 작가들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먼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2항에서 착안한 전시 ‘39(2)’(2월15일까지, 아트선재센터)를 열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사진을 통해 군사문화와 전쟁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는 이들은 김규식 노순택 백승우 이용훈 전재홍 등 5명으로 모두 남자입니다.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마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비춰볼 때 미사일, 총, 폭탄 등의 무기와 개구리복이나 군화 같은 사물에는 충분히 친숙할 테죠. 5명의 작가들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면서도 각자 상이한 관점으로 우리 일상에 내재된 군사 이미지를 포착해냅니다.

    ‘믹스라이스(Mix Rice)’는 이주노동자의 자발적인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미술 그룹입니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기보다는 활동가에 가까울 만큼 현장을 뛰어다니는 미술가들이죠. 이들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접시 안테나’(1월22일까지, 대안공간 풀)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군대, 이주노동자, 시간 등 현실 담은 전시회 잇따라



    마석은 지금처럼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외부로부터 고립돼 있어 1960년대에는 한센인들의 정착지였다고 합니다. 이후 한국 산업 변화의 흐름에 따라 가구공단으로 변모했다고 하는데, 믹스라이스는 마석에서 이주민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가 쉽게 볼 수 없었던, 아니 굳이 보려 하지 않았던 그들의 생활상을 전달합니다.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이미지들

    믹스라이스, 경기도 광탄(2008)(좌).믹스라이스, 경기도 마석(2008)(우).

    방글라데시에 두고 온 신부와 ‘전화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돈을 모아 기도방을 만드는 모습 등이 이번 전시에 ‘돈폭포’와 같은 벽화로 표현됐습니다. 이주민들의 연극 연습 과정을 기록한 영상물도 전시장에서 상영됩니다. 전시에 사용된 액자와 테이블은 이주민 알룸 씨가 만들어줬다는데요, 이번 프로젝트 과정에서 작가들과 이주민 사이에 친분이 얼마나 두터워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Identical Times’(1월24일까지, 갤러리 크로포트)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여는 작가 구민자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 곳곳에는 ‘17시간’ 동안 마라톤을 했다거나, ‘12시간’ 동안 여섯 명의 친구와 사랑에 대해 토론을 했다와 같이 시간성이 강조돼 있습니다. 작가는 시간이나 방위 등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면서 그 기준이 되는 것들 속에 숨은 허점과 오해를 끌어내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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