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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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홍 반장 Go? Stop?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입법전쟁’ 후폭풍 입지 흔들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입력2009-01-19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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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는 홍 반장 Go? Stop?

    1월7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준표 원내대표(왼쪽)와 박희태 당 대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벼랑 끝에 몰렸다. 새해 벽두부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1차 입법전쟁’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원내 사령탑으로서 책임론의 중심에 선 까닭이다. 핵심 쟁점법안 처리가 2월 임시국회로 넘겨짐으로써 ‘2차 입법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일단 한숨 돌리기는 했다. “항해 중에 선장을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할 수는 없다”(박희태 대표)는 옹호론자들의 말이 먹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특히 ‘이재오계’를 비롯한 MB(이명박 대통령) 진영의 강경파에게 결정적으로 ‘찍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불신을 샀다. 이재오계 중심의 당내 모임 ‘함께 내일로’를 이끄는 심재철 진수희 차명진 의원은 대표적인 ‘홍준표 퇴진론자’다.

    또 이재오 전 의원과 가까운 공성진 최고위원은 당내 회의에서 사사건건 홍 원내대표와 다툰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도중 원내 대책이 보고되면 공 최고위원은 노골적으로 토를 달거나 면박을 줬는데, 그럴 때마다 홍 원내대표도 “원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한다. 다른 사람은 참견하지 말라”며 대놓고 맞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했다는 것이다.

    ‘퇴진론’ 목소리 키우는 이재오계

    지금 시점에서 이재오계가 홍 원내대표를 흔들고 퇴진론에 앞장서는 것이 최근 가시화된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청와대와 행정부의 면모를 일신하려는 시점에 귀국 채비를 하고 있다. 정가 주변에선 이를 두고 친이(親李) 강경파들이 청와대와 정부뿐 아니라 당에도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홍준표 밀어내기’를 시도하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심지어 홍 원내대표는 1차 정리 대상일 뿐이고, 궁극적으론 무기력한 이미지의 ‘박희태 대표 체제’를 허물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도 추진할 것이란 말까지 나돈다.

    조기 전당대회론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적어도 ‘홍준표 원내대표로는 안 된다’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친이 강경파 내에서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1차 입법전쟁’이 끝나자 친이 진영은 패배의 모든 책임을 홍 원내대표에게 돌렸다. 친이 계열의 한 재선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박희태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배제하고 독선적으로 원내 대책을 이끌었기 때문에 책임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재선의원은 당의 주요 회의 참석 멤버다.

    “대표가 주재하는 원내 대책회의를 할 때도 ‘국회 상임위원장도 다 참석하라’고 지시하듯 말한다. 상황 설명부터 정리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박희태 대표는 ‘뻘쭘’해하다가 웃고 만다.”

    이번 1차 입법전쟁 이전에도 친이 진영의 핵심에선 홍 원내대표의 그런 성향에 경고장을 날리며 중도 하차시키는 방안까지 추진한 바 있다. 그가 대야(對野) 협상에 임하면서 너무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정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홍 원내대표는 정치권의 ‘트러블 메이커’다. 2007년 12월19일 대통령선거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여·야 간은 물론 여·여 간에 벌어진 거의 모든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그가 서 있다. 특히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여권의 공식 회의석상이나 언론을 통해 한마디씩 던지는 그의 말들은 때로는 듣는 사람에게 통쾌함을 안기지만, 대부분은 여권 핵심부의 속을 긁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보 정치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포퓰리즘’(대중주의, 인기영합주의)을 보수 정치인도 구사하느냐”고 지적한다. 심지어 홍 원내대표의 포퓰리즘적 성향으로 국정이 꼬이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여권의 세 축을 형성하는 당·정·청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국정에 동맥경화증이 생기는데,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홍 원내대표의 독단적 언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의 원내 사령탑인 홍 원내대표가 친이 핵심과 청와대를 상대로 공세적 자세를 취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최근 4대강 정비사업 추진으로 다시 불거진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그의 태도도 친이나 청와대의 전반적인 시각과 확연히 다르다.

    청와대 국정 운영에도 시비

    설 연휴 이후로 미뤄졌다고 알려진 개각과 관련해서도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 기류와 달리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청와대에서는) 개각의 ‘개’자(字)도 나온 일이 없다”며 개각설 보도 언론에 대한 불쾌감을 담은 해명을 내놨을 때도 그는 바로 다음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각 불가피론’을 폈다.

    홍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국정운영에 시비를 걸어 계획 자체를 바꾸게 만든 일도 더러 있다. 정부는 지난 12월8일 지방발전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따른 비수도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청와대는 지방발전종합대책에 담을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각 수석과 해당 비서관들이 지방을 돌며 자치단체 관계자나 언론인 등과 만나 민심을 수렴하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대책 발표 하루 전날 총리공관에서 열린 실무당정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미흡하다”며 딱지를 놓고, 각 시·도의 요구사항을 더 반영해 일주일 후 대책을 발표하라고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홍 원내대표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는 회의 뒤 “고함도 지르고 조금 많이 시끄러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 시점을 잘못 잡는 바람에 (지방에) 떡을 5개 주면 될 것을 8개를 줘도 만족 못하게 됐다”며 청와대를 질책했다.

    거침없는 홍 반장 Go? Stop?

    홍준표 원내대표(왼쪽)는 사석에서 앞뒤 안 가리고 인물을 평가한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초청 오찬에 참석한 홍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일부 출입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지방발전종합대책은 내일(2008년 12월8일) 언론보도를 전제로 오늘 오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때는 벌써 아침에 열린 실무당정회의에서 박 수석이 홍 원내대표의 발표 연기 요구를 수용한 상태였다.

    여권 내에서 홍 원내대표의 공격 대상에는 ‘성역’이 없다. 이 대통령 정도만 직접 거명하며 독설 날리기를 꺼려할 뿐, 어느 자리에서나 여권 인사들을 도마에 올리는 데 머뭇거림이 없다.

    특히 최근 ‘박근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이른바 ‘월박(越朴)’ ‘복박(復朴)’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여권 내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한 실정이지만 홍 원내대표만은 예외다.

    다른 친이계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돕는 게 맞다”며 ‘박근혜 역할론’에 동의하면서도 “(박 전 대표는) 촛불시위 때도, 재·보선 때도 아무 역할을 안 했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세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을 정도다.

    입법부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도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툭툭 날리는 그의 독설에 속수무책이다. 심지어 국가정보원도 홍 원내대표의 무차별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는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났을 때 “국정원은 밥 먹고 뭐하는 기관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그 이전에도 국정원은 그의 ‘밥’이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대선주자였던 그는 국정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사찰’ 논란을 빚자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원을 폐지하겠다”고 공표했다. 실제 국정원 폐지 및 정보기관 통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그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의 이런 직설적 언행은 사석에서 더 심하다. 그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눠본 사람은 두 가지 사실에 크게 놀란다. 하나는 말을 무척 재미있게 잘한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사람 만나기를 주저하는 내성적 성격이라 자평하지만 일단 말문이 터지면 좌중을 압도한다.

    그가 사석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꼭 들려주는 단골 메뉴가 있다. ‘모래시계 검사’ 시절 호남에서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던 때의 에피소드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듣는 사람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석에서 홍 원내대표를 처음 만난 사람들이 놀라는 또 한 가지는 앞뒤 가리지 않는 인물 평가다. 표현도 매우 원색적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입에 오르는 모든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씹힌다’. 논리적 비판도 있지만 간혹 감정적인 인신공격성도 없지 않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한 광역자치단체장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해당 지역 언론사의 기자가 그 내용을 기사화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그는 또 자신과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이한구 국회 예결위원장을 겨냥해 “장관을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장관은 못할 거다.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반론을 펴는데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TV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델 인물로 알려진 홍 원내대표는 검사 시절인 김영삼 정권 때 YS의 정적이던 박철언 이건개 전 의원 등을 슬롯머신 사건 연루혐의로 기소하면서 명성을 날렸다. 이후 15대 국회에 첫 입성한 뒤 내리 4선을 하면서 중진 정치인 반열에 올랐고, 서울시장과 대선 후보 경선에도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보통 이 정도 경륜이 쌓이고 거대 여당의 원내 사령탑까지 맡고 있으면 언행을 극도로 조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논란이 있는 곳에 ‘홍 반장’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활동영역이 넓고 행동방식이 거칠다.

    ‘홍 반장’은 그가 정치권에서 얻은 별명이다. 나름대로 보스 기질이 있다고 해서 기자들이 한나라당 내 ‘군기반장’이란 의미로 붙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일설에는 2004년 개봉된 영화 ‘홍 반장’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영화의 전체 제목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 반장’이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기 의견을 밝히기 좋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소신인가, 포퓰리즘인가

    원내 사령탑이란 직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성격 탓도 크다. 그의 주요 발언들이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원외인 박 대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과 비교해 “당 대표가 박희태인지 홍준표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 ‘역대 최고의 정당 대변인’ 소리를 들으면서 촌철살인의 입담을 자랑하는 박 대표도 앞서 잠깐 소개했듯, 각종 내부 회의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가 워낙 설치는 탓에 입맛만 다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의 이런 언행을 두고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란 시각과 요즘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소신파’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포퓰리즘의 일반적인 행태는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거를 치를 때 유권자들에게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선심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그가 2006년 4월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부터 내세운 ‘반값 아파트’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란 비판론자들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다. 당시 그는 반값 아파트, 대지 임대부법 등을 추진해 그해 시민단체 ‘서민의 힘’ 조사에서 ‘서민의 친구’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기 영합적이란 비판도 많이 받았다.

    친이 진영의 핵심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다음(대권)에 대한 꿈이 있으니 강성 이미지를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수차례에 걸친 여야 협상을 자세히 뜯어본 결과, 그는 타협하고 화합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만 주력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자신과 친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당론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 따로 부르거나 전화를 걸어 “제발 철 좀 들라”며 타이르기도 한다. 1차 입법전쟁 이후 누군가 “친이 진영에서 퇴진론이 나오고 있다”고 했을 때는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나도 친이인데 왜 그러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준표식 좌충우돌’은 소신정치의 표본일까, 아니면 보수 포퓰리즘의 전형일까. 그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 결과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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