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
하지만 이런 때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이 ‘복고 마케팅’이다. 지난해 6월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20, 30대 여성들이 아닌 40대 이상의 중년층을 대상으로 초연한 한국형 주크박스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는 불황 속에서도 지방 순회공연까지 소화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1월8일 국립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시작한 이 작품은 1970년대 이덕화 임예진 주연의 영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줄거리는 봉황기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야구부 에이스 투수인 진영(민영기/이상현)과 기타를 배우는 여고생 정화(박홍주/홍수아) 사이의 연애담과 야구부 구 감독(박상면/김법래)과 새로 부임한 영어교사 신장미(박해미/김선경/조갑경)의 러브 스토리가 교차된다.
초연에 비해 다소 정리되긴 했어도 여전히 스토리 라인은 정교하지 않다. 왕년의 히트 가요 24곡이 드라마 사이사이 튀어나오는 방식도 거칠다. 창작 뮤지컬이 최근 몇 년 동안 드라마와 음악을 정교하게 배치하는 능력을 쌓아온 것에 비하면 최소한 질적인 면에서는 후퇴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미덕은 다른 곳에 있다. 뮤지컬의 쇼 비즈니스적인 속성과 ‘노스탤지어’ 상품이라는 대원칙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요하는 진행자는 극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거대한 추억여행에 탑승했음을 선포한다. 무대 위에는 롤러장, 디스코장, 고교야구, 통금, 장발/미니스커트 단속, 통기타 카페 등 그 시절의 향수를 느낄 만한 장치가 쏟아져 나온다.
배우들은 관객과의 교감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프리 스타일’로 연기하고 노래한다. 일상에 지친 관객들은 흥겨운 커튼콜을 거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극장을 나설 수 있다. 이것이 지난해 흥행 비결이자 올해도 앙코르 공연이 가능한 동력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단점은 흥행성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다. 극적인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서비스 마인드는 강한 이러한 관객 맞춤형 스타일의 작품은 미래의 중년층인 현재의 젊은 관객에게는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 상품’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과거 효도상품으로 199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누렸다가 쇠퇴한 ‘번지 없는 주막’ ‘불효자는 웁니다’ 같은 신파극의 현대적인 업그레이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당시 비슷비슷한 악극들이 스타마케팅 경쟁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공멸했다는 점에서 ‘추억상품’에 갇힌 악극의 운명을 답습할 수도 있다.
반면 평소 뮤지컬 공연장을 찾지 않던 동시대 중년 관객을 새로운 관객층으로 개발하고 라이브 밴드와 함께 흥겨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1월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514-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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