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뇌과학’의 등장으로 인해 어엿한 학문 분야로 취급되는 분위기다. 천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다양한 천재들의 사례를 연구하여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천재성의 특징을 추출해내려는 시도이고, 둘째는 천재들의 천재성이란 결국에 그들 두뇌의 산물이기 때문에 직접 천재들의 뇌(腦)를 연구하는 것이다.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뇌가 대표적 사례다.
우선 풀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천재성과 광기(狂氣)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일이다. 낭만적인 시기에 유행하던 일반론, 즉 ‘천재들의 초인적 능력은 모두 광기에 사로잡힌 덕분이다’는 견해는 현재까지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아직도 ‘광기’가 정신질환인지 인간 본성인지에 대해 철학계와 의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학자는 주로 예술적 천재성에 주목하여 “기존 질서나 통념을 획기적으로 뒤집어놓는 생각이나 이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천재인 만큼 세상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광기’와 연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미친 천재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침착하게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에 천재적인 업적을 이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천재성과 광기 사이의 연관성 자체에도 많은 반대증거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뇌 별다른 특징 없어
예를 들어 1650년부터 300년 동안 독일의 천재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가운데 4% 내외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점. 이 수치는 일반인의 정신질환 평균 수치와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의 패턴 연구, 즉 몇몇 인상적인 사례에서 나타나는 천재성과 어떤 특징 사이의 연관관계는 실제로 통계적 연관성을 찾아보면 의미가 퇴색한다. 천재에 대한 또 다른 일반화의 사례로, 천재들은 별 어려움 없이 부모의 관심 속에서 자라 기존 제도에 순응하기 쉬운 장자(長子)보다 부모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 무언가 일탈적이고 혁신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둘째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주장을 꼽을 수 있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조사해보면 별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이 같은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천재가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이아몬드와 같은 ‘자연종(natural kind)’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탄소원자가 일정한 형태로 배열된다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이아몬드로서의 자격을 획득한다. 그에 비해 한 개인이 천재로 인정받으려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 사람이 특출한 능력을 발휘한 분야, 그리고 후대에 의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농구의 신’이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에게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에 ‘천재’란 용어를 쓴다는 생각은 대단히 현대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 분야의 천재들에게서 강조되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이나 혁신성은, 기존 이론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해야 하는 자연과학 분야의 천재와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또한 비판적 성찰로부터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통찰력과 후대에 끼친 영향력 등에 의존하는 인문학적 천재들 역시 한 묶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러므로 각각의 천재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재능을 어떻게 적절하게 결합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이룩하는지 개별적인 사례에 그쳐야 한다.
그렇다면 천재들에 대한 뇌 연구는 어떨까. 이 분야도 19세기 골상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상당히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천재들의 두뇌 중 현재까지 가장 자세하게 연구된 아인슈타인의 뇌를 보면, 뇌의 무게나 크기 등 일반적인 특징이 보통사람들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신경 교세포의 숫자 등 약간의 특이성을 보이지만 다른 천재들의 뇌와 비교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이 천재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결국 현재 생존해 있는 천재들의 뇌를 본인의 동의를 받고(?) 조사하기 전까지는, ‘예비천재’라 할 수 있는 영재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각종 뇌검사 기법을 사용하여 연구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영재란 영화 ‘꼬마천재 테이트’에 나오는 테이트처럼 엄청난 속도로 암산을 해내거나, 일반인이 몇 년을 걸려야 배울 수 있는 교육 내용을 몇 개월 만에 끝내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영재들이 언제나 천재적인 과학 업적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과학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두뇌 이외에도 또 다른 요인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영재들을 대상으로 한 뇌 연구는 그 연구 주제를 매우 한정시킬 때, 가령 계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뇌에 대해 연구한다면 상당한 공통점을 찾아낼지 모른다.
천재 탄생엔 후대 평가도 크게 작용
과학천재란 선천적이지 않다. 과학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수준의 두뇌 이외에도 수많은 환경적 요인과 그 요인을 생산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후대 사람들의 평가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학천재는 만들어지는가. 꼭 그렇지도 않다. 즉 아무 사람이나 교육을 잘 받고 자신의 환경적 요인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천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과학천재로 인정받을 만한 일을 하는 데는 상당한 지적 능력이 밑바침돼야 하기 때문이고, 설사 그런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운이 좋지 않아 후대에 별 영향을 남기지 못한 연구라면 이 또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천재는 평균 이상의 지적인 능력과 여러 환경적 요인을 잘 활용하는 능력, 그리고 후대의 평가가 결합되어 탄생한다고 할 수 있다. 천재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학문으로 정리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풀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천재성과 광기(狂氣)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일이다. 낭만적인 시기에 유행하던 일반론, 즉 ‘천재들의 초인적 능력은 모두 광기에 사로잡힌 덕분이다’는 견해는 현재까지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아직도 ‘광기’가 정신질환인지 인간 본성인지에 대해 철학계와 의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학자는 주로 예술적 천재성에 주목하여 “기존 질서나 통념을 획기적으로 뒤집어놓는 생각이나 이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천재인 만큼 세상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광기’와 연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미친 천재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침착하게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에 천재적인 업적을 이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천재성과 광기 사이의 연관성 자체에도 많은 반대증거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뇌 별다른 특징 없어
예를 들어 1650년부터 300년 동안 독일의 천재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가운데 4% 내외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점. 이 수치는 일반인의 정신질환 평균 수치와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의 패턴 연구, 즉 몇몇 인상적인 사례에서 나타나는 천재성과 어떤 특징 사이의 연관관계는 실제로 통계적 연관성을 찾아보면 의미가 퇴색한다. 천재에 대한 또 다른 일반화의 사례로, 천재들은 별 어려움 없이 부모의 관심 속에서 자라 기존 제도에 순응하기 쉬운 장자(長子)보다 부모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 무언가 일탈적이고 혁신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둘째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주장을 꼽을 수 있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조사해보면 별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이 같은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천재가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이아몬드와 같은 ‘자연종(natural kind)’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탄소원자가 일정한 형태로 배열된다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이아몬드로서의 자격을 획득한다. 그에 비해 한 개인이 천재로 인정받으려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 사람이 특출한 능력을 발휘한 분야, 그리고 후대에 의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농구의 신’이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에게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에 ‘천재’란 용어를 쓴다는 생각은 대단히 현대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 분야의 천재들에게서 강조되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이나 혁신성은, 기존 이론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해야 하는 자연과학 분야의 천재와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또한 비판적 성찰로부터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통찰력과 후대에 끼친 영향력 등에 의존하는 인문학적 천재들 역시 한 묶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러므로 각각의 천재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재능을 어떻게 적절하게 결합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이룩하는지 개별적인 사례에 그쳐야 한다.
과학 분야의 천재란 선천적인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과 결합해야 빛을 발하는 사회의 산물이다.
영재란 영화 ‘꼬마천재 테이트’에 나오는 테이트처럼 엄청난 속도로 암산을 해내거나, 일반인이 몇 년을 걸려야 배울 수 있는 교육 내용을 몇 개월 만에 끝내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영재들이 언제나 천재적인 과학 업적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과학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두뇌 이외에도 또 다른 요인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영재들을 대상으로 한 뇌 연구는 그 연구 주제를 매우 한정시킬 때, 가령 계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뇌에 대해 연구한다면 상당한 공통점을 찾아낼지 모른다.
천재 탄생엔 후대 평가도 크게 작용
과학천재란 선천적이지 않다. 과학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수준의 두뇌 이외에도 수많은 환경적 요인과 그 요인을 생산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후대 사람들의 평가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학천재는 만들어지는가. 꼭 그렇지도 않다. 즉 아무 사람이나 교육을 잘 받고 자신의 환경적 요인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천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과학천재로 인정받을 만한 일을 하는 데는 상당한 지적 능력이 밑바침돼야 하기 때문이고, 설사 그런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운이 좋지 않아 후대에 별 영향을 남기지 못한 연구라면 이 또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천재는 평균 이상의 지적인 능력과 여러 환경적 요인을 잘 활용하는 능력, 그리고 후대의 평가가 결합되어 탄생한다고 할 수 있다. 천재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학문으로 정리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