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5일 차세대전투기(FX) 사업에서 미국 보잉사에 패배한 프랑스 군수업체 다소사가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소사의 이브 로빈스 국제협력 담당 부사장은 “중간에 평가방법을 바꿔 들러리 서는 업체로 만든 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방부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다소측은 차기 전투기 사업을 ‘사기’(fraud)라고 쏘아붙이며 단순한 ‘불만’ 수준을 넘어 한국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그런데 다소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또 다른 유럽 군수업체가 국방부와 한국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번엔 네덜란드의 탈레스사. 해군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X-Ⅲ) 무기체계 사업과 관련, 탈레스측은 “선정체계가 미국의 록히드마틴에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미국의 이지스 체계를 들여오기 위해 ‘불공정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KDX-Ⅲ는 연안해군을 딛고 대양해군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우리 해군의 숙원사업이다. 총사업비 2조8000억원을 들여 이지스급 구축함 3척을 확보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 중 1조2000억원을 차지하는 전투체계 도입사업에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네덜란드 탈레스사가 경합을 벌여왔다.
이지스급 3척 확보 숙원사업
사업 초기부터 군 안팎에선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체계가 선정될 것이라며 탈레스의 에이파는 들러리일 뿐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가 5월30일로 예정됐던 시험평가 결과 발표를 돌연 연기하면서 파문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연기 발표 후 “KDX-Ⅲ 사업의 전투체계 선정은 앞으로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상 이지스로 결정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KDX-Ⅲ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탈레스측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탈레스에 대해서 상용구매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의 요격미사일 개발 포기로 인해 제안서를 개정해야 하는데도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스측은 “미국이 이지스 시스템에 탑재할 요격미사일로 개발중이던 SM2블록4A의 개발을 취소, 제안서를 개정해야 하는데도 한국측이 기존의 작전요구성능(ROC)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요격미사일 부분을 ROC에서 빼거나 ‘가능성’ 정도로 낮추라는 것이다.
탈레스의 이런 요구는 에이파가 가격이 2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요격미사일을 배제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계산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입찰조건은 전적으로 사업 당사국의 권한이므로 계약 절차에 대해선 국방부의 잘못이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미국에서 탑재하기로 했던 요격미사일 개발을 취소해 ROC를 바꿀 이유가 있었는데도 국방부가 수정 없이 강행하고 있는 부분은, SM2블록4A 대신 SM2블록4를 개량해 사용하면 기존의 ROC를 충족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뭔가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다.
해군은 탄도탄 요격능력을 대공방어능력, 위상배열 레이더 체계 등과 함께 전투체계의 핵심사항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탈레스와 록히드마틴이 입찰에 참가하는 회사로 선정된 것도 이 두 업체가 탄도탄 요격능력을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해 12월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하던 SM2블럭4A를 취소하는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미사일방어체계에 목숨 걸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이 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했지만, 미 국방부가 미 의회에 보고한 문서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협상을 진행하며 미국측의 SM2블록4 개량에 대한 ‘확실한 보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국방부에 요격미사일에 개발계획과 일정을 문서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개량형 SM2블록4의 불확실성.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미국 미사일방어국에 직접 문의해 본 결과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였다”며 “기존의 미사일을 개량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인 SM3의 성능을 개조할 것을 고려중이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SM3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로 미국이 추진하는 MD의 핵심 무기체계다. 정대표는 “미국에서도 아직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토대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뿐더러 MD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탈레스측은 기존의 미사일을 개량해 이지스 체계에 맞추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에도 추가로 개발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개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절대로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지만, 어떠한 형식으로든 개발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MD에 참여하는 결과가 돼 중국과의 외교분쟁 등 국내외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KDX-Ⅲ를 통해 한국이 MD에 참여하려 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이지스 체계가 MD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것은 개연성 차원이 아니라 ‘사실’이다. MD에 참여하는 방식은 여러 차원이 있다. 돈을 대고 일본식으로 참여하는 것과 구매에 의한 낮은 단계의 참여가 있다. 현재 군이 고려하고 있는 것은 후자의 상황으로, 향후 사정을 봐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 방산시장 ‘미국의 사냥터’
현재로선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는 외견상 MD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요격 미사일에 대한 확실한 검증작업에 나선 국방부의 자세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시험평가 결과도 F15-K와 라팔처럼 치열한 접전을 벌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취소된 요격용 미사일을 실험할 당시의 모델(베이스라인6.3)보다 업그레이드된 전투체계(베이스라인7.1)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FX 사업 때처럼 성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미국이 선뜻 최신형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 MD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편 FX 사업과 마찬가지로 KDX-Ⅲ사업자 선정 문제는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헤인 데 브리스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6월27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군에서도 사용하는 네덜란드 제품이 가격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불공정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소는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 방산시장을 ‘미국의 사냥터’에 비유했다. 다소의 이런 지적이 경쟁에서 패배한 업체의 푸념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방산업체들은 첨단무기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협력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미국을 제외한 방산업체들이 모두 한국에 등돌릴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부 주변에선 “미국제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무기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다소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또 다른 유럽 군수업체가 국방부와 한국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번엔 네덜란드의 탈레스사. 해군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X-Ⅲ) 무기체계 사업과 관련, 탈레스측은 “선정체계가 미국의 록히드마틴에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미국의 이지스 체계를 들여오기 위해 ‘불공정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KDX-Ⅲ는 연안해군을 딛고 대양해군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우리 해군의 숙원사업이다. 총사업비 2조8000억원을 들여 이지스급 구축함 3척을 확보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 중 1조2000억원을 차지하는 전투체계 도입사업에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네덜란드 탈레스사가 경합을 벌여왔다.
이지스급 3척 확보 숙원사업
사업 초기부터 군 안팎에선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체계가 선정될 것이라며 탈레스의 에이파는 들러리일 뿐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가 5월30일로 예정됐던 시험평가 결과 발표를 돌연 연기하면서 파문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연기 발표 후 “KDX-Ⅲ 사업의 전투체계 선정은 앞으로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상 이지스로 결정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KDX-Ⅲ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탈레스측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탈레스에 대해서 상용구매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의 요격미사일 개발 포기로 인해 제안서를 개정해야 하는데도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스측은 “미국이 이지스 시스템에 탑재할 요격미사일로 개발중이던 SM2블록4A의 개발을 취소, 제안서를 개정해야 하는데도 한국측이 기존의 작전요구성능(ROC)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요격미사일 부분을 ROC에서 빼거나 ‘가능성’ 정도로 낮추라는 것이다.
탈레스의 이런 요구는 에이파가 가격이 2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요격미사일을 배제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계산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입찰조건은 전적으로 사업 당사국의 권한이므로 계약 절차에 대해선 국방부의 잘못이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미국에서 탑재하기로 했던 요격미사일 개발을 취소해 ROC를 바꿀 이유가 있었는데도 국방부가 수정 없이 강행하고 있는 부분은, SM2블록4A 대신 SM2블록4를 개량해 사용하면 기존의 ROC를 충족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뭔가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다.
해군은 탄도탄 요격능력을 대공방어능력, 위상배열 레이더 체계 등과 함께 전투체계의 핵심사항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탈레스와 록히드마틴이 입찰에 참가하는 회사로 선정된 것도 이 두 업체가 탄도탄 요격능력을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해 12월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하던 SM2블럭4A를 취소하는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미사일방어체계에 목숨 걸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이 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했지만, 미 국방부가 미 의회에 보고한 문서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협상을 진행하며 미국측의 SM2블록4 개량에 대한 ‘확실한 보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국방부에 요격미사일에 개발계획과 일정을 문서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개량형 SM2블록4의 불확실성.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미국 미사일방어국에 직접 문의해 본 결과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였다”며 “기존의 미사일을 개량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인 SM3의 성능을 개조할 것을 고려중이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SM3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로 미국이 추진하는 MD의 핵심 무기체계다. 정대표는 “미국에서도 아직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토대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뿐더러 MD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탈레스측은 기존의 미사일을 개량해 이지스 체계에 맞추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에도 추가로 개발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개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절대로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지만, 어떠한 형식으로든 개발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MD에 참여하는 결과가 돼 중국과의 외교분쟁 등 국내외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KDX-Ⅲ를 통해 한국이 MD에 참여하려 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이지스 체계가 MD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것은 개연성 차원이 아니라 ‘사실’이다. MD에 참여하는 방식은 여러 차원이 있다. 돈을 대고 일본식으로 참여하는 것과 구매에 의한 낮은 단계의 참여가 있다. 현재 군이 고려하고 있는 것은 후자의 상황으로, 향후 사정을 봐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 방산시장 ‘미국의 사냥터’
현재로선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는 외견상 MD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요격 미사일에 대한 확실한 검증작업에 나선 국방부의 자세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시험평가 결과도 F15-K와 라팔처럼 치열한 접전을 벌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취소된 요격용 미사일을 실험할 당시의 모델(베이스라인6.3)보다 업그레이드된 전투체계(베이스라인7.1)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FX 사업 때처럼 성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미국이 선뜻 최신형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 MD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편 FX 사업과 마찬가지로 KDX-Ⅲ사업자 선정 문제는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헤인 데 브리스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6월27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군에서도 사용하는 네덜란드 제품이 가격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불공정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소는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 방산시장을 ‘미국의 사냥터’에 비유했다. 다소의 이런 지적이 경쟁에서 패배한 업체의 푸념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방산업체들은 첨단무기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협력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미국을 제외한 방산업체들이 모두 한국에 등돌릴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부 주변에선 “미국제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무기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