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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비타협…民心 이탈 민주노총

“노동계 도를 넘어선 파업” 여론 성토…안일한 현실 인식, 위기 제대로 파악 못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강경·비타협…民心 이탈 민주노총

강경·비타협…民心 이탈 민주노총

7월20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본사 건물 옥상에서 전문건설노조원 100여 명이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경계를 서고 있다.

조합원 78만 명(2006년 5월 기준), 한국의 노사관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 및 집단 1위(월간지 ‘참여와 혁신’)이자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흔들리고 있다. 1980년대 같은 정권의 탄압도, 사용자 측의 집요한 노조 파괴 공작 때문도 아니다. 과격 일변도의 투쟁노선과 이로 인한 민심의 이탈이 위기의 원인이다.

강경과 비타협 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노총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럴 만한 사건도 연이어 터졌다. 특히 7월21일 ‘무장해제’로 끝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과 포스코 불법점거는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연례행사가 된 현대차 파업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차갑다. 대다수 언론은 “노동계의 파업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사태로 58명이 구속됐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단일 노동사건으로는 최대 구속자 수. 법적인 협상 상대도 아닌 포스코를 무단 점거한 사건과 관련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이번 포스코 사태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피의자들에게 중한 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포스코 점거 엄청난 사회적 파장

포스코 점거 사건과 관련, 민주노총도 억울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민주노총 지도부는 점거가 진행되는 내내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파업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지도부의 의견은 현장에서 묵살됐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점거까지는 가지 말아야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현장의 상황이 지도부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일로 파업의 정당성이 훼손돼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도 “분명한 것은 포스코 점거 사건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 돌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노조가 정상적인 요구를 했음에도 공권력과 정부, 언론은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집단 이지메’시켰다”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또 다른 전투기지인 울산의 상황도 심각했다. 7월27일 극적인 타결로 마무리됐지만 현대차 파업의 뒤안길은 어두웠다. 특히 지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다. “울산시청 주변에서의 집회로 인해 시민의 불편과 고통이 너무 크다”며 시민들은 직접 모임을 결성, 권리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87년 이래 20년간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로 자리매김해온 울산에선 처음 있는 일.

강경·비타협…民心 이탈 민주노총

7월21일 새벽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 중이던 전문건설노조원들이 농성장을 빠져나와 1층 로비에서 경찰의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위).
7월20일 포스코 본관 정문에서 건설노조원들 가족들이 음식물 반입을 저지하는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벌인 ‘소비 파업’은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달 초 시민단체와 지역상공인 등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자 6월14일부터 18일까지 회식 중단, 휴가용품 구매 보류 등의 행동지침을 내걸고 소비 파업을 벌였다. 당시 노조 유인물에는 “7월 말까지만 집단 회식을 안 해도 식당가가 있는 삼산동은 파리 날리는 동네가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87년 현대차 노동조합의 민주화 투쟁 당시 노조원들에게 주먹밥과 식수를 날라다준 사람들이다.

강경·비타협…民心 이탈 민주노총

현대차 노사는 6월13일부터 중단했던 임금협상을 21일 만에 재개해 여름휴가 (7월29일∼8월6일)를



그렇다면 왜 민주노총은 강경 일변도의 노선을 걷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이 ‘노조의 안일한 현실 인식’에 있다고 분석한다. 노조가 여론의 질책을 일부 보수 언론과 자본가들의 ‘야비한 공격’으로 평가절하하는 등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불법도 불법 나름이다.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포스코 사태의 경우, 중간에 타협이 가능한 순간이 있었는데 노조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또 민주노총의 협상 상대인 경총의 김성연 팀장은 “노조가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변질됐다. ‘밀면 밀린다’는 생각으로 노동운동을 벌이는 노조의 시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파 갈등이 과격투쟁 주도

올해 2월 출범한 현 지도부가 처음부터 강경노선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 내 대표적인 온건파인 ‘국민파’ 소속의 조 위원장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가장 온건한 후보로 평가되었다. 민주노총 역대 최고의 온건파 지도부로 평가받은 전임 이수호 위원장도 대화를 거부했던 최저임금제 등에 대해서 조 위원장은 정부와 끝까지 대화한 바 있다. 조 위원장은 “나는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강경파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끝까지 대화를 이어갔지 않았나.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도 참여하는 등 대화의 정치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취임 직후 각 당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한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의 해명에도 조 위원장 체제의 민주노총은 역대 가장 과격한 집행부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 계파 간의 문제가 민주노총의 과격투쟁을 주도하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민주노총 내에는 적게는 5, 6개에서 많게는 10여 개에 달하는 정파가 난립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앙파, 국민파, 전국회의, 현장파 등 비교적 단순했던 정파 구도가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재편된 것. 지난해 각종 비리로 얼룩졌던 이수호 위원장 체제의 낙마가 가져온 결과였다. 민주노총 내부 사정에 정통한 민주노동당의 한 고위인사는 “민주노총 내에 각 정파가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다 보니 지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정규직 및 정리해고 문제 등에 대해 지도부와 현장, 그리고 각 정파 간의 거리감과 불신도 의외로 크다. 그러다 보니 현장 강경파의 목소리를 지도부가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번 포스코 사태가 가장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총의 한 관계자는 “계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현 집행부의 입지가 좁아진 것 같다. 현 지도부가 강경 투쟁을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주장하는 계파들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노사 간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

“포스코 점거, 소비 파업 모두 문제 없었다”


강경·비타협…民心 이탈 민주노총
- 포스코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었나.

“노동조합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파업했다. 불법을 저지른 건 오히려 사용자 측이다. 불법적으로 대체 인력을 투입하지 않았나. 여러 정황을 볼 때 사 측은 처음부터 노조 탄압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 파업과 점거 모두 정당했다고 보나.

“노조 간부 58명이 구속됐다. 사실상 노조가 없어진 것이다. 점거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점거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봐야 한다. 점거는 노동자들의 자기표현 방식이었다. 그리고 대단히 온건하게 시위를 했다고 평가한다.”

- 민주노총의 과격노선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교섭과 투쟁을 효율적으로 병행했다. 최저임금제나 고령화·저출산에 관한 사안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켜 정부와 합의점을 찾았다. ‘민주노총이 과격하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포스코 등 현장에서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이는 현장의 독특한 상황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모든 일을 민주노총 지도부의 문제로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 현대차 노조가 벌인 ‘소비 파업’에 대한 비판도 많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주도했다. 소비를 안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해서 파업을 한 것이다. 외국에도 소비 파업이 있다. 투쟁의 한 수단이다. 노동자가 생산 주체일 뿐 아니라 소비 주체임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 소비 파업에 문제가 없었다는 뜻인가.

“소비 파업은 온건하면서도 파장이 큰 수단이다. ‘소비 파업’을 하면서 재래시장은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가지 말라는 전술이었다. 소비 파업은 할 만한 투쟁이다”.

- 산별노조 전환을 두고 우려의 소리가 많은데.

“산별 체체로 전환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업별 협상의 병폐인 노사 간 유착이나 대기업 이기주의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같은 대기업 노조의 경우, 국민들이 아무리 비난해도 노조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주장할 것 다 하고 협상 다한 뒤에야 파업을 끝낸다. 이런 걸 극복하자는 취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노동조합은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처럼 노조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함께 민주화, 부정부패 척결에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 노조의 ‘사회정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 갈등이 강경노선을 불러왔다는 주장도 있는데.

“대표자회의의 경우, 이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얻을 것이 없으니 선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나는 끌려다니지 않았으며, 내 의지대로 회의에 나갔다. 그리고 교섭에 최선을 다했다.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의제가 분명치 않고 성과도 불분명한 자리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왔다. 민주노총의 어떤 점이 과격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 하반기 계획은?

“노조운동이 산별노조 시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하반기가 될 것이다. 내부적인 정비도 진행 중이다. 게다가 복수 노조, FTA 등의 현안에도 집중할 생각이다. 특히 한-미 FTA 원천무효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6.08.08 547호 (p38~40)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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