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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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10cm를 찾아라!

전문의 진단 ‘우선’ … 적절한 운동·균형 식단·호르몬 치료로 작은 키 극복 가능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8-25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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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10cm를 찾아라!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가 진찰을 받으러 온 박준영(10) 군의 키를 재고 있다.

    만 10살, 초등학교 4학년생인 준영이는 키 139cm, 몸무게 31kg이다. 대한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2002년 ‘한국 소아발육 표준치’를 기준으로 할 때 준영이는 제 또래 평균보다 키는 3.4cm, 몸무게는 3kg이 부족하다. 혹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어떤 의사에게 갈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성장클리닉’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수많은 병원 이름이 뜬다. 대부분은 한의원이다. 그중 한 곳을 골라 갈 수도 있으나, 가장 ‘안전한’ 길은 대학병원의 소아내분비 전문의를 찾는 것이다. 저신장 진단과 치료의 핵심에 ‘호르몬’이 있기 때문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김덕희 교수, 서울아산병원 유한욱 교수, 한양대병원 신재훈 교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의 이병철 교수와 서병규 교수,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의 박미정 교수, 고대 안산병원 이기형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김호성 교수 등이 저신장 치료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의들이다.

    고대 구로병원 성장클리닉처럼 정형외과 전문의가 주축이 돼 움직이는 곳도 있다. 고대 구로병원 송해룡 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수봉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박희완 교수, 경희대병원 정덕환 교수 등이 이름 높다. 여러 정형외과에서 저신장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과 특성상 역시 척추측만증이나 연골 무형성증(흔히 ‘난쟁이’라 불리는 병), 심하게 휜 다리 등 물리치료 및 외과적 시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 치료가 전문 분야다. 준영이는 사지 기형이나 왜소증이 아닌 만큼 내분비 전문의인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의 박미정 교수를 찾았다.



    저신장의 기준은 뭘까

    박 교수는 “클리닉을 찾는 하루 40~50명의 상담자 중 실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평균보다 키가 좀 작다 해도 바른 생활습관과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생활만으로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 년간 줄곧 학교에서 키가 1~3번 정도이거나 △매년 4cm 미만으로 자라거나 △사춘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작은 키에 성장 속도도 더디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춘기 전에는 매년 5~6cm 이상 자라는 것이 정상이며, 사춘기 직전부터 15·16세까지는 7~12cm가 자란다.

    숨겨진 10cm를 찾아라!

    손목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있는 박준영 군. 저연골형성증으로 수술을 받은 어린이가 고대 구로병원 스포츠의학실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저신장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가족성 저신장이다. 부모, 조부모, 친척 중 키가 작은 사람이 여럿 있고, 매년 4cm 이상 자랐음에도 평균 키보다 작은 경우다.

    체질성 성장 지연은 말 그대로 체질적으로 성장이 늦게 나타나는 것. 골연령이 나이에 비해 2~3세 낮으며 사춘기도 그만큼 늦게 시작된다. 이 경우 지금 키는 작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는 정상 키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호르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의 부족, 스테로이드호르몬이나 성호르몬의 과다가 그것이다. 성호르몬이 과다하면 어린 시절에는 키가 빨리 크고 2차 성징도 빨리 나타나나, 이후 성장이 멈추다시피 해 성인이 됐을 때는 오히려 평균보다 작은 키를 갖게 될 수 있다. 때문에 박 교수는 “여아의 경우 만 8세에 가슴이 나오고 만 10세에 초경을 시작하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당뇨병이 있을 때도 키가 잘 크지 않는다.

    그 외 선천성 심장병, 암, 만성 폐질환·간질환 등 만성질환, 영양 흡수를 방해하는 장질환 등도 저신장의 원인이 된다. 임신 중 영양공급이 잘 안 돼 출생체중이 몹시 적었을 때도 키가 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이의 키에 문제가 있을 때는 무엇이 원인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신장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하는 기본 검사가 손목 등 관절 부위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이다. 성장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성장클리닉’이란 이름을 내세운 몇몇 병원에서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의 ‘패키지 검사’를 유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기초 조사는 손목 엑스레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것만으로 저신장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추가하게 된다. 비용은 10~15만원 정도다. 물론 호르몬 치료나 정형외과적 수술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 많은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준영이는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한 살 이상 어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가족, 친지의 키가 비교적 큰 만큼 운동과 영양 섭취에 주의하면 176cm까지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나타난 성장판의 형태와 부모의 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도달 가능한 키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저신장증이 심각하고 앞으로도 키가 클 여지가 별로 없는 경우에는 다양한 치료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중 잘 알려진 것이 호르몬 치료다. 부족한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을 주사 형태로 주입하거나, 과다한 성호르몬 등을 조절하는 것. 박 교수는 “1년에 3cm 정도 자라던 아이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치료 첫해엔 10cm, 두 번째 해에는 8~9cm, 다음 해에는 7cm가 자라는 등의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전적 영향이 강할 때는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성장호르몬이 꼭 필요한 경우는 10% 미만”이라며 “어떤 치료법이나 그렇듯 남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적정 시기 또한 따로 있는 만큼 반드시 성장 전문의의 검진을 받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비용도 비싸 1년에 1000만원 정도가 든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받을 심한 스트레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성장호르몬 투여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

    다리 기형이나 왜소증일 때에는 일리자로프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뼈를 자른 뒤 핀이나 강선을 피부 바깥쪽으로부터 뼈를 관통해 삽입한 다음, 동그란 링을 연결해 거기 연결된 막대기를 하루 1mm씩 늘리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뼈가 생기면서 키가 커진다. 선천적 왜소증인 경우에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질병이 없을 때에는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정상인도 자기 뼈 길이의 10% 이내로 다리를 늘릴 수 있으나,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잘 걷지 못하고 관절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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