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미식의 최전선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최근 이곳에 미국에서 ‘스타’ 반열에 오른 셰프 2명이 한국인의 정체성이 녹아든 레스토랑을 열었다. ‘아키라 백’으로 더 유명한 백승욱 셰프는 미국 ‘마츠히사’의 최연소이자 최초 비일본계 주방장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해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 ‘옐로테일 바이 셰프 아키라 백’ 같은 미국 최정상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에서 일식으로 성공한 그의 요리는 말 그대로 국제적이고 세계화돼 있다. 그가 올해 전 세계로 진출하면서 청담동에 ‘DOSA(도사) by 백승욱’이란 이름을 걸고 레스토랑을 열었다.


요즘 미식의 수도 프랑스 파리에 가면 파리 고유의 음식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전 세계적으로 프렌치 요리가 재해석돼 새롭게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선요리에 능한 일본인에 의해 프렌치 요리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일식도 아니고, 프렌치도 아닌 요리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일식의 세계화’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새로운 경향의 탄생이라 할 만한 음식이 매일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돼지삼겹살에 돼지갈비, 쇠고기까지 구운 고기를 특히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 ‘에스테번’의 참나무 구이요리는 잘 맞는다. 고기 표면을 높은 온도로 짧은 시간 내 구우면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소위 ‘불맛’이 난다. 참나무처럼 향이 강한 나무를 사용하면 불맛에 참나무향까지 더해져 풍미가 강해진다. 이 집의 램(어린 양고기)구이는 램 고유의 향과 불맛, 참나무향이 조화를 이룬다. 육즙 가득한 속살과 향도 잘 맞는다. 부드럽게 간이 밴 치킨도 수준급이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숙성 통오리구이나 프렌 타이 랍스터, 포크 토마호크 같은 구이요리도 기대가 된다.
주간동아 1042호 (p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