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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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경연이 끝난 순간,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가면 벗은 음악대장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6-06-13 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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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가면을 벗었다. 반년 동안 ‘우리동네 음악대장’(음악대장)이라는 이름으로 썼던 가면이었다. 이렇게 오래도록 쓸 줄 몰랐기에 함께 걸친 옷도 겨울옷이었다. 그 가면과 옷을 입고 지내온 시간, 그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처럼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그 사람’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이름이 됐다. ‘국카스텐’ 하현우(사진) 말이다.

    1월 TV 채널을 돌리다 ‘일밤-복면가왕’에 멈췄다. 음악대장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보컬이 첫 소절을 채 부르기도 전 “뭐야 하현우잖아”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한국에 그런 ‘지문’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레슨이나 실용음악과의 교육과정을 거친, 틀에 박힌 목소리가 지배하는 현 한국 음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목소리를 갖고 하현우는 지난 6개월간 ‘복면가왕’에서 많은 기록을 세웠다. 총 60주간 방영된 이 프로그램의 4분의 1이 넘는 18주간 가왕으로 군림했다. 승부마다 압승을 기록했으며, 6번에 걸쳐 70표 이상을 득표했다. 온라인상에서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언급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6월 8일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음악대장을 검색하면 82만8000개 남짓의 결과가 나온다. 다른 출연자들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복면가왕’을 다시 볼 수 있는 네이버캐스트 영상에서도 음악대장의 지분은 압도적이다. 그의 존재감을 전국적으로 알렸던 ‘Lazenca, Save Us’가 400만 뷰, ‘하여가’가 300만 뷰를 넘어섰고 ‘일상으로의 초대’ ‘매일매일 기다려’ ‘백만송이 장미’도 200만 뷰가 넘는다.

    이런 기록과 화제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경연 프로그램의 룰을 스스로 깨뜨리며 연전연승했다는 데 있다. 경연 프로그램 참가 가수들의 필승 비법처럼 여겨지는 ‘고음 쏟아붓기’에 매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3옥타브를 가뿐히 꿰뚫던 ‘매일매일 기다려’와 ‘Lazenca, Save Us’도 있었지만, 0옥타브 레라는 초저음을 선보인 ‘판타스틱 베이비’, 심지어 -1옥타브에 달한 ‘일상으로의 초대’도 있었다. ‘백만송이 장미’에서는 바이브레이션 등 별다른 기교 없이 감정 표현에 충실한 경연을 선보였지만 이마저도 승리했다. 고음과 기교만을 가창력이라 생각하는 한국 일반 대중에게 음악대장은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 것이다. 앞으로도 ‘복면가왕’을 통해 이름을 떨치는 가수는 나타나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하현우를 능가하기란 절대적으로 힘들 것이다.

    과제는 지금부터다. 국카스텐은 2012년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이미 화제에 오른 바 있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극히 지명도가 낮았음에도 첫 출연 당시 연주한 ‘한 잔의 추억’은 단숨에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를 장악했다. 스타덤은 연말까지 이어졌고, 록계에서는 그들이 2000년대 이후 사실상 씨가 마른 신생 록스타의 계보를 잇기를 바랐다. 하지만 2014년 발매된 2집 ‘Frame’의 반응은 ‘나는 가수다’의 폭발적 그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2013년부터 1년 반 가까이 진행된 소속사와의 분쟁 탓도 컸다. 그러나 오디션 혹은 경연 프로그램이 가진 ‘양날의 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소비되는 건 가수의 목소리지 노래가 아니다. 시청자에게 익숙한 노래를 자기 색깔로 부르는 목소리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출연이 끝나면 가수도 잊힌다. 비슷한 포맷인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생각해보라.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가수들이 나와 기존 명곡을 재해석하지만 역으로 그들의 활동 반경 또한 이 프로그램의 자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노래’라는 가수의 무기를 애초 제거당하는 것이다.

    하현우, 그리고 국카스텐도 마찬가지다. 음악대장의 목소리를 알게 된 수많은 사람 가운데 정작 국카스텐의 노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두 계층의 동기화를 이뤄내는 게 그들의 과제다. 작고한 신해철은 2014년 마지막 앨범 ‘Reboot Myself’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타가 나와서 구멍을 뚫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국카스텐 같은 친구들이 쭉쭉 뻗어가야 한다.” 국카스텐이 한국 록계에서 가진 위치와 소임은 지금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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