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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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의회 삼분지계에 담긴 대선전략

더민주는 명분, 새누리는 실리…포석보다 마무리가 중요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입력2016-06-10 15: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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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완료했다. 한때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고집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협상이다. 물꼬를 튼 것은 새누리당 내 최다선인  8선 서청원 전 최고위원의 의장직 포기 선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렇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자기희생의 용단을 내린 서청원 의원에게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원구성 협상이 단 한 사람의 용단으로 풀린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혹시 친박(친박근혜)계의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 차원에서 친박계 소장파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대권 도전에서 당권 도전으로 전환하고, 총선 직후 국회의장 포기를 선언한 뒤 당권으로 돌았던 친박계 중진 핵심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다시 국회의장 도전으로 전환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야권의 반발에 직면하자 현실론을 택한 것은 아닐까. 결국 이번 원구성 협상 역시 내년 대통령선거(대선)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닐까. 이번 원구성 협상 속에 담긴 각 당의 대선전략을 분석해본다.



    정권 수비형 새누리당

    국회의장을 포기한 대신 새누리당은 확보하고자 했던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 대부분을 얻어냈다. 모든 법안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청와대를 관장하는 국회운영위원회, 총리실을 관장하는 정무위원회, 국가정보원(국정원)을 관장하는 정보위원회, 방송 분야를 관장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거기에다 경제정책을 관장하는 기획재정위원회까지 포함됐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수비에 방점을 둔 선택이 아닌가 한다.

    가장 핵심은 청와대다.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집중 파고들 것이다. 이미 조응천 전 대통령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영입해 사전준비까지 마친 더민주다. 내년 대선에서도 다시 정권심판론을 제기할 테고 그 중심에 박근혜 때리기가 자리할 것이다. 그 공세를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것이 새누리당 전략인 셈이다.



    다음은 국정원이다. 제2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보겠다는 것이 더민주의 생각이다. 당연히 국정원에 대한 공세와 감시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을 영입했고, 이미 우상호 원내대표가 활용 의사까지 내비친 터다. 그 공세를 무디게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방송 장악력 역시 새누리당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확보에 공을 꽤 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 직후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운영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지켰다”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콕 집어 언급한 점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혹시 야권이 이런 새누리당의 속내를 놓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정 공격형 더불어민주당

    반면 더민주는 총선 당시 제기한 경제심판론을 내년 대선에서도 키워갈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우상호 원내대표가 강조하는 민생 챙기기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먼저 더민주는 모든 예산안의 최종 관문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확보했다. 법안과 예산안은 국정을 운영하는 두 핵심 요소다. 특히 민생법안에는 예산이 필수적으로 따라붙기 때문에 국회 예산정책처가 작성한 비용추계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아울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관련 예산 처리도 불가피하다.

    더민주는 지역 민원사업 해결의 주요 창구인 국토교통위원회도 확보했다. 언제나 그러하듯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당선인들이 가장 선호한 위원회다. 이 또한 민생 챙기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확보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모두가 민생 현장의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다.

    특히 더민주가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노동 분야와 복지 분야를 모두 챙긴 점이 눈에 띈다. 노동 분야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노동개혁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집중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생을 챙기면서도 경제심판론에 불을 지피는 근거가 될 수 있는 휘발성 높은 이슈다. 복지 분야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편법 증세를 문제 삼으면서 대량해고시대 사회안전망 강화를 강조할 것이 분명하다.

    수권정당인 더민주는 최근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안보정당을 강조해왔다. 그런 점에서 국방위원회를 확보할 것으로 보였는데, 새누리당에 내주고 말았다. 제1당임에도 국회와 더불어 청와대를 관장하는 국회운영위원회를 확보하지 못한 것도 그다지 좋은 전례가 아니다. 대선전략 차원에서도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선거 개입을 막아내려면 반드시 확보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서 지적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2012년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으로 종합편성채널의 편파방송을 꼽는 더민주가 왜 이것을 놓쳤는지 의문이다.



    안철수 맞춤형 국민의당

    국민의당도 민생에 방점을 둔 선택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의 선택을 존중한 점이 눈에 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확보가 대표적이다. 안 대표는 희망 상임위원회 조사에서도 1지망부터 3지망까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현 교육과정은 산업화시대의 인력을 키우는 데 머물러 있다”거나 “이제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교육과정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며 교육혁명 또는 개혁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미래 일자리와 먹거리 창출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전면 재편하는 동시에 입시제도도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안 대표는 교육을 대선 핵심 이슈로 잡을 생각인 듯하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확보는 철저히 안철수 맞춤형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심지어 안철수 교문위원장설까지 흘러나오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확보 역시 안 대표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화두인 ‘4차 산업혁명’과 관련이 깊다. 4차 산업혁명은 박 대통령도 강조하는 주제여서 차별화를 시도하기에 좋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 분야는 오히려 자신의 전공이고 자기 같은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결국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확보 역시 안철수 맞춤형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원구성 협상은 각자의 노림수를 반영한 결과다. 바둑으로 치면 포석을 둔 셈이다. 20대 국회 초반 여야는 대선 전초전을 치를 것이다. 이슈를 선점하려 애쓸 테고 유리한 프레임을 거는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그리고 1년 반 뒤에 성적표를 받을 것이다. 짧지만 긴 시간이다. 포석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마무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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