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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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을-정태윤vs김무성 vs 박재호] 무소속 개인기냐 與 프리미엄이냐

  • 부산=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03-26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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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을-정태윤vs김무성 vs 박재호] 무소속  개인기냐 與 프리미엄이냐

    3월19일 김무성 의원(왼쪽)의 사무실을 찾아 격려 연설을 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중진의원들의 잇단 무소속 출마 ‘러시’로 4·9 총선에서 ‘당(黨) vs 인물’ 구도의 격전을 예고한 부산. 그중 ‘무소속 바람이냐, 한나라당 수성(守城)이냐’는 민심의 풍향계가 꽂힌 곳, 3월17일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아파트 앞은 후보들의 펄럭이는 플래카드만큼 격랑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 71개 동 7374가구의 표심이 결국 ‘용호동발(發) 지각변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안다는 듯 길 건너 김무성(무소속) 의원과 한나라당 정태윤 후보 사무실은 불과 150여 m, 김 의원 사무실과 박재호(무소속)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사무실은 300여 m 거리를 두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노점상 김철욱(66) 씨에게 물었다. 그는 “남구에서 사람도 차량도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 여기”라고 말했다.

    “총선이 코앞이네요”라고 운을 띄웠다. “원캉 조용했는데 김무성이가 무소속 되는 바람에 시끄럽게 됐지예. 우짤라꼬….” 인근 주민들도 하나둘 모여들더니 한마디씩 거든다. “박근혜 도와줬다고 목 쳤다 아입니꺼. 이재오가 나쁜 놈이지예.” “머라카노. 김무성이도 마이 해묵었다 아이가” 등.

    3선의 김무성 파워 속 타 후보들 “승산 충분”

    한나라당 영남권 중진을 대거 낙천시킨 ‘목요일(3월13일)의 대학살’ 이후 최대 관심지역으로 부상한 부산 남구을 선거구. 한나라당이 당 사이버대책본부장이던 정씨를 이 지역에 공천하자 당 최고위원이자 박근혜 전 대표의 좌장인 김 의원이 3월16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 후보는 옛 민중당 출신으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과 함께 1994년 민주자유당(현 한나라당)에 입당한 인물.



    여기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박 전 이사장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성희엽 전 부산시장 특보의 ‘초반 4자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내리 3선을 한 ‘김무성 파워’는 여전했다. 적어도 기자가 이날 만난 이 지역 투표권자 19명 중 12명은 김 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밀실 공천으로 삼류 드라마를 찍었다. 4월9일 감격의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김 의원의 출사표도 먹혀들고 있었다. 김 의원 지지자 대부분이 ‘공천 탈락=희생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운전기사 정모 씨는 “여기(남구을)엔 박 전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김무성 인물론이 더해지면 만만찮을 겁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 측 최진웅 보좌관은 “부산은 배신을 싫어한다”며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은 남구민 누구나 알고 있다. 50% 이상 지지율로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텃밭 프리미엄도 꿈틀댔다. 주부 배수현(37) 씨는 “(한나라당) 후보는 잘 모르지만 이명박(MB) 대통령이 제대로 뜻을 펼칠 수 있게 한나라당 의원을 당선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부산 남을-정태윤vs김무성 vs 박재호] 무소속  개인기냐 與 프리미엄이냐

    한나라당 정태윤 후보가 지역구 유권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정 후보 측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을 바짝 쫓고 있다며 ‘당심(黨心) 부활’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지도에선 (김 의원에 비해) 약하지만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게 얼마 되지 않았고, 경제도 어려워 결국 ‘국정안정론’이 먹혀들 것이다. 홍보에 나서면 역전된다.” 전종민 언론담당의 말대로 정 후보는 3월18일 기자회견문을 배포하며 ‘공세적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슬로건은 ‘MB 경제살리기 견인차론(論)’. 신선한 정치 신인이 나서 MB 경제살리기 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박 전 이사장 측은 전통적인 지지층과 한나라당 지지층 분산에 따른 ‘틈새 공략’으로 의외의 결과를 장담했다. 왕경수 선대본부장은 “‘본선(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면 한나라당에서 (김 의원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결국 3자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면서 “확보된 표만 단속해도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먼저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열린우리당 ‘멤버’가 통합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당 대 인물’ 구도 부산 곳곳에서 감지

    취업준비생 김대명 씨는 “부산이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하는데 텃밭에서 나는 채소는 부실한 게 많았다. 이젠 밭을 갈아엎어야 할 때”라며 박 전 이사장을 지지했다.

    이 같은 ‘당 대 인물’ 구도는 부산 곳곳에서 감지된다. 부산에서 한나라당 고정 지지표가 30~35%라 해도 △공천 불만 민심 △MB 프리미엄 감소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등의 지원 △무소속 효과 등은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역 18개 선거구 중 서구(유기준) 동래(이진복) 금정(김세연) 등에서, 경남지역 23개 선거구 중 울산 울주(강길부), 경남 진주갑(최구식), 통영·고성(김명주), 밀양·창녕(박성표·김형진) 등에서 무소속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는 지역 일간지(부산일보 3월19일자)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3월17, 18일 찾아본 현역의원 공천 탈락 지역구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훨씬 강했다. 이성권(부산진을) 의원 지역구인 개금2동에 사는 김재숙 씨는 “자신(MB)은 (대선 경선에서)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후보가 됐으면서 의원 공천에는 다른 잣대를 댄다”며 “(이 의원이) 수행실장 하면서 도와준 사람을…”이라며 혀를 찼다. 이 의원은 3월19일 공천 결과를 수용하고 불출마 선언했다.

    권철현(사상) 의원 지역구인 사상구 권병규 구의원은 “대통령을 만든 3선 의원을 날린 것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욕(당권)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비판했다.

    최근 물가 인상도 한나라당엔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범천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밀가루값, 채소값이 폭등했다. 공천이고 뭐고 서민 생활부터 신경 써야 할 것 아니냐”며 ‘물가인상=이명박 책임론’을 외쳤다. 3월19일 김무성 의원 사무실을 찾아 격려한 YS와 침묵 중인 박 전 대표의 행보도 한나라당의 ‘부산 싹쓸이’에 의문 부호를 더한다.

    ‘개인기’로 버텨야 하는 중진급 무소속 의원과 ‘흔들리는 민심’을 추슬러야 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한바탕 싸움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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