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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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링 정복 일본의 무서운 10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8-03-26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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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링 정복 일본의 무서운 10대
    일본인 한국 프로복싱 챔피언? 어감이 이상하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 열아홉 나이의 기무라 하야토(本村?人), 한국 이름 유준인 선수는 지난해 12월6일 손경진 선수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돌려세우고 대한민국 1호 외국인 한국 슈퍼플라이급 타이틀 홀더가 됐다. 그를 키운 빅스타체육관 유연수 관장(사진 오른쪽)은 이렇게 귀띔한다.

    “예전에 재일교포 출신 한국챔피언이 있긴 했어도 순수 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입니다. 얼마 전까진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지만, 규정이 바뀌어 우리(빅스타) 소속으로 한국권투위원회(KBO)에 한국 선수로 등록됐습니다. 침체된 한국 프로복싱을 되살릴 용병인 셈이죠.”

    ‘한국챔피언’ 기무라 선수의 복싱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중학교를 갓 졸업한 15세 때 태국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일본에선 만 17세 미만 선수의 프로데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권투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성공적으로 프로선수가 된 그는 태국에서 4전4승을 거둔 후 지난해 미련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프로가 될 거라면 좀더 빨리 되는 게 좋다고 판단했어요. 지난 1년간 권투만 생각했고 그 성과가 바로 한국챔피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서울에서 그의 일과는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오직 연습과 훈련뿐이다. 한국어를 배울 시간조차 부족했던지 통역 없이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그런 그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한때 일본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한 유 관장 덕분이다. 유 관장은 날로 성장하는 기무라 선수의 기량을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반이 붕괴된 한국 프로복싱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아직까지 전성기를 누리는 일본 복싱계와 달리 한국에는 복싱을 하겠다는 선수가 없어요. 서울시내에 등록된 체육관이 60개라면 프로선수를 배출할 만한 곳은 10여 개에 불과하죠.”

    그래서인지 한국으로 복싱 유학을 온 제자가 고맙기만 하다. 새로운 얼굴이 자꾸 나와 경쟁이 붙어야만 한국 프로복싱도 기무라 선수만한 실력을 갖춘 유망주가 배출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기무라 선수는 ‘한국챔피언’이라는 조금은 어색한 타이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글쎄요, 한국챔피언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에요. ‘한국’이라는 타이틀에 의미를 두지 않고 동양챔피언, 세계챔피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1년엔 꼭 세계챔피언이 되고 싶어요.”

    현재 그의 전적은 8전8승(4KO). 곧 치르게 될 1차 방어전을 위해 한창 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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