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만나 오프라인까지 관계를 확장하는 이들이 많다. 온라인 싱글 커뮤니티 ‘세이큐피드’의 회원들.
한국에서 SNS의 시작은 1990년대 말 아이러브스쿨(I LOVE SCHOOL)이었다. 동창 찾기 유행을 일으킨 한국 SNS는 ‘1촌’ ‘도토리’로 상징되는 인맥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싸이월드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2000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싸이월드는 최근 모바일 싸이월드 등을 개발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싸이질’ 붐 이후 포스트(post)싸이월드가 출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기대는 크다. 또 지난해 말부터 SNS를 내걸고 새로운 사이트가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 인맥 확장 기능을 강화하거나 영역을 세분화하는 등 변화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오프라인)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온라인)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생 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에서
SNS 사이트들 영역 세분화·인맥 확장 기능 강화
SNS의 핵심은 관계맺기다. 대학원생 김용욱(27) 씨는 ‘미친’이라 불리는 200여 명의 친구가 있다. 미친은 마이크로 블로그 중 하나인 미투데이(me2day.net) 친구의 줄임말. 긴 글을 올려야 했던 기존 블로그와 달리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정도의 짧은 글을 올리는 형식이다. 보통 블로그에 일주일에 두세 번 글을 올린다면 마이크로 블로그에는 하루에도 4~5개 이상의 소소한 일상의 단상을 쓴다. 이렇게 올라온 타인의 글에 대해 미투(metoo)를 눌러 공감을 표현하거나 댓글을 남김으로써 교류한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소통한 친구들과 ‘친신(친구 신청)’을 통해 ‘미친’ 관계를 맺는다. 하루 1~2시간씩 미투를 한다는 그는 “미니홈피나 블로그보다 감정을 주고받는 게 쉽고 그 덕에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의 폭도 넓다”고 말한다. 그는 “댓글을 달면서 말을 주고받게 되고, 마음에 들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처음 봐도 서먹한 느낌이 없다”고 설명했다.
1세대 SNS로 꼽히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홍보수단으로도 활용된다. 한 초콜릿 브랜드의 미니 홈피.
“난 너에겐 다른 여우(?네티즌)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친구로 등록한다면) 난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1촌)가 되는 거야.” -‘어린 왕자’ 중에서
싸이월드를 비롯해 앞서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가 친분에 중점을 둔 SNS라면, 최근에는 ‘가치 중심’ SNS를 표방하는 사이트도 늘고 있다. 링크나우(www.linknow.kr), 세다리(www.sedari.co.kr) 등 비즈니스 인맥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
감상적·일회성 모임 아닌 확실한 목적 갖춘 탄탄한 관계
문화마케팅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김재은(46) 씨는 얼마 전 링크나우를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서 마케팅을 의뢰받았다. 이 사이트는 1촌을 비롯해 1촌의 지인인 2촌, 그의 지인인 3촌까지 연결망을 확대해 정보를 알 수 있는데 김씨의 경우 현재 500여 명의 1촌과 1만명의 2촌, 7000명의 3촌과 연결돼 있으며, 20여 개 그룹에서 활동 중이다. “지인의 친구까지 인맥이 확장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소개받을 수 있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김씨는 “친분을 쌓기 전 사이트에 등록된 프로필로 상대에 대한 검증이 가능한 것도 이점”이라고 꼽았다.
비즈니스 인맥관리 서비스는 출신학교와 지역, 산업별로 인맥을 찾고 늘리기가 가능하다. 최근 이 같은 사이트를 통해 동문모임을 다시 갖게 됐다는 한 이용자는 “예전의 I LOVE SCHOOL이나 다모임 같은 동창생을 만나는 사이트가 다소 감상적인 모임인 탓에 일회성 만남으로 그쳤다면, 비즈니스 SNS를 통해 만난 동문모임은 좀더 목적성이 있어 관계가 탄탄하게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의 타깃이 주로 30, 40대 이상 전문직이라면 젊은 층이 이용하는 SNS로는 피플2(www.people2.co.kr)가 있다. 이 사이트는 멘토링, 인맥 쌓기뿐 아니라 취미와 유학 준비, 자취집 정보, 책 교환 등 작은 것까지 가치교환을 목표로 한다. 각자가 가진 가치와 그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맥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1세대 SNS라고 할 수 있는 싸이월드에 비교해 소통방식을 단순화했거나 타깃층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소통은 하되 방식이 편리하고, 명확한 목적을 가진 관계를 지향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SNS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일부 사이트에서도 보인다.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모토로 내세운 싱글 커뮤니티 세이큐피드(www.saycupid.com)의 경우, 회원 가입에 미혼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가족관계기록부와 대학졸업(재학)증명서 등을 제출한다. 결혼하지 않은 싱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로 건전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 이 사이트의 회원인 회사원 이기혁(34) 씨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싶지만, 예전과 달리 막무가내로 만나서 마음에 맞는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 번거롭다”며 “사람을 가리진 않지만 믿을 만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통해 어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7년 전 사이트 개설 초기에 만났던 클럽 사람들과 여전히 교류를 갖는다는 여성 회원 이재은(30) 씨는 “온라인 만남의 한계가 오프라인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보완된다”고 덧붙였다.
“너의 장미꽃(?넷맥)이 그토록 소중한 건 그 꽃(?넷맥)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어린 왕자’ 중에서
하지만 이 경우 온라인 관계가 오프라인에 종속되는 셈이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네트워크는 진화하고 있다. 싸이월드 황현수 팀장은 “온라인은 오프라인 네트워크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가족·친구·동료, 그리고 이들을 거쳐 만나게 될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네트워크로 바뀔 것”이라면서 “SNS 서비스의 성장동력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기자 역시 SNS로 인맥을 만들었다. 온라인 인맥 만들기는 흥미롭고 용이했지만, 또 그만큼 쉽게 끊기고 말았다. 결국 오프라인이 그랬듯 온라인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 그를 ‘길들이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