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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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色 사랑의 요리 달콤 상큼 유쾌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입력2008-03-26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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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色 사랑의 요리 달콤 상큼 유쾌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를 5개국의 음악 스타일과 결합한 소극장 뮤지컬 ‘파이브 코스 러브’.

    만약 말로 하기에 너무 유치하다면, 노래로 하면 된다. -볼테르

    대사로 주고받기에는 너무 유치해서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것 같은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파이브 코스 러브’다. 제목에서는 다섯 코스로 이어지는 푸짐한 고급 요리가 연상되지만, 실제로는 각각 다른 다섯 군데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 5개를 나열한 작품이라 무대에 요리는 나오지도 않는다. 2004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미네타레인 극장(‘난타’가 1년간 공연됐던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을 우리나라 창작진이 번안했다.

    배우는 단 세 명. 이들은 다섯 장면에서 서로 다른 배역으로 부지런히 변신한다. 남녀 커플과 웨이터라는 원초적인 설정만 같을 뿐, 에피소드 간에 이어지는 드라마는 없다. 음악 역시 이러한 옴니버스 구성에 맞게 캐릭터와 배경이 바뀔 때마다 각각 팝, 이탈리아 오페라, 컨트리/웨스턴, 독일 카바레 음악, 1950년대 두왑 사운드로 채워졌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에피소드마다 한 젊은 남자가 여자를 찾으러 레스토랑에 온다. 그때마다 웨이터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 사건에 연루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이 작품의 장점은 각 에피소드별 국가의 특징을 정교하면서도 적절하게 패러디한 그렉 고핀의 대본과 음악에 있다. 예컨대 첫 번째 에피소드의 배경인 미국 텍사스의 바비큐 식당은 카우보이의 등장과 함께 뮤지컬 무대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컨트리/웨스턴 음악을 소개, 그 자체로 유머를 자아낸다. 즉 텍사스에서는 대화보다는 총이 앞선다는 미국식 선입견을 유머 코드로 가져온 것이다. 이는 텍사스 출신인 부시 대통령을 은근히 조롱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니노 로타가 작곡한 영화 ‘대부’와 오페라를 뒤섞은 듯한 스타일로 노래하는 2장은 삼각관계에 처한 이탈리아인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이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바람기가 많다는 속설에서 출발한다. 3장의 독일 장면에서는 뮤지컬 ‘카바레’를 연상시키는 양성애적인 설정에 ‘서 푼짜리 오페라’를 작곡한 쿠르트 바일풍의 음악을 섞었고, 4장에서는 작가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 주에서 다수의 인구를 차지하는 멕시코인들의 음악이 등장, ‘맨 오브 라만차’풍 선율을 들려준다. 5장은 일반적인 미국의 다이너(Diner) 장면으로 ‘그리스’ ‘드림걸즈’ ‘헤어스프레이’ 등을 연상시키는 로큰롤/두왑 사운드로 마무리된다.



    이민자들의 후예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 인종을 소재로 한 아슬아슬한 농담은 스탠딩 코미디의 마르지 않는 소재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파이브 코스 러브’가 가진 유머의 출발은 다양한 문화를 한자리에서 희화화해 펼쳐낸 그 자체에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 작품이 한국에서 공연될 때는 당연히 현지화를 위한 각색 작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러닝타임이 원작의 80분에서 110분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30분이 추가된 것은 원작에서 숨가쁘게 노래로만 달려가던 부분 사이사이에 설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이른바 ‘개그콘서트’류의 슬랩스틱과 벌레스크가 결합된 가볍고 말초적인 유머가 대부분이다.

    스토리 유치하지만 웃음으로 버무려 ‘로맨틱’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 특정 국가의 이미지도 이미 미국 관객을 위해 상징화 과정을 거쳤지만 우리 관객에게 맞춰 단순화 작업이 추가됐다. 예를 들면 3장에서 웨이터 역의 배우는 배경이 독일임을 공표하기라도 하듯 나치 완장에 히틀러를 상징하는 콧수염을 달고 나오며 과장된 ‘트’ 발음을 단어 끝에 의도적으로 추가해 폭소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라면 5장 끝부분의 이야기를 1막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2, 3, 4장의 에피소드는 극중극으로 바뀌면서 극의 전체 결말이 다시 1막의 현실로 돌아온다. 극 자체는 순환구조를 갖게 됐을지 모르지만, 시간적으로 극중극의 장면이 너무 길었고 복선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으로 돌아가 결말을 맺는 각색은 무리수라는 인상을 준다.

    배우들은 시종일관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남자 역의 이율/김태한(더블캐스팅)은 샌님 같은 모범생에서부터 느끼함의 극치를 달리는 카사노바형의 바람둥이를 넘나드는 변신을 통해 엽기적인 코믹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과연 앞으로 여타의 ‘적당히’ 웃기는 작품에서 지금 이상의 끼를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엉뚱한 궁금증까지 일 정도다.

    4월27일까지 계속되는 ‘파이브 코스 러브’는 비록 거창한 코스 요리는 아닐지라도 소소하고 맛깔난 단품 요리가 등장하는 유쾌한 뮤지컬이다. 스토리는 유치하지만 캐릭터들이 말하는 사랑의 이모저모는 충분히 달콤하고, 다소 사전적이긴 해도 음악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기기에 충분히 로맨틱하다.

    일 시 : 4월27일까지 화~금 오후 8시/ 토·일·공휴일 오후 3시, 7시

    장 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02-2230-6600)

    티 켓 : R석 4만원, S석 3만원(만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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