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음식점을 경영하는 김모씨(여·33)는 1년 전부터 온몸이 쑤시고, 특히 어깨가 늘 딱딱하고 아팠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일하는 터라 병원 찾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졌다. 집 근처 의원에서는 근육이 뭉쳤다며 근육이완제를 주사해 줬지만 효과는 잠시뿐, 이번에는 허리마저 아프고 두통까지 생겨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됐다.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그녀의 병명은 ‘섬유근육통’. 하루 수면 시간이 3~4시간밖에 안 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식당일 때문에 누적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섬유근육통’은 우리 국민 100명 중 4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환. 증세는 김씨와 같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두통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등 만성피로 증상과 함께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계속되면 일단 섬유근육통을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통증이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만성피로 증후군을 동반해 간혹 감기질환이나 뇌졸중, 디스크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관절의 뒤틀림 같은 외형적 변형이 없어 방사선 검사가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첨단기계인 MRI나 CT 촬영에서도 징후를 찾아내기 힘들다. 각종 혈액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는 마찬가지. 일반 근육통과 달리 염증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수십년간 고생하는 환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전업주부 진모씨(55)가 바로 그런 경우로, 그녀는 섬유근육통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무려 20여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온몸이 쑤시고 뻣뻣해지면서 두통에 어지럼증까지 있었던 진씨가 최초로 진단받은 병명은 ‘뇌졸중’. 5년간 계속된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그녀는 병원을 옮겼고 이번에는 ‘목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물론 차도가 없기는 마찬가지. 그 후에도 몇몇 병원을 옮겨 다닌 진씨는 ‘혹 암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정밀검사를 받기도 했지만 병명은 병원마다 달랐다.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친 그녀는 현재 숟가락 잡기도 힘들 만큼 증상이 악화돼 있다.
그렇다면 섬유근육통을 자신이 직접 진단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 국내에는 아직 없지만 선진 외국에는 자가진단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미국 류머티즘학회의 섬유근육통 진단기준(1990년 발표)을 보면 대충 자신의 섬유근육통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간단하게 진단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적당한 운동·편안한 수면 ‘효과’
우선 몸을 크게 허리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통증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네 부분에 골고루 나타나며 이 통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뒷머리 아랫부분(머리와 목의 경계부) △목의 앞부분 △어깨 위 △앞가슴 △팔뚝의 바깥 쪽 △엉덩이 윗부분 △뒤쪽 허벅지 윗부위 △무릎 안쪽 등 9개 부위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두 군데씩 18개소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아픈 부위가 11군데 이상이면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한다.
섬유근육통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중추신경계의 호르몬 이상’을 가장 설득력 있는 원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몸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각종 호르몬과 교감신경이 이에 맞서 싸우는데, 이때 호르몬이나 교감신경의 작용에 이상이 생기면 중추신경계가 통증에 매우 민감해지면서 같은 통증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심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 즉 스트레스와 바이러스 감염이 섬유근육통 발병의 1차 원인, 호르몬과 교감신경 이상이 2차 원인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의학계가 섬유근육통을 호소하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 중 절반 정도가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반면, 참전하지 않은 군인은 15% 정도만 이 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는 이 자료를 정신적 스트레스가 섬유근육통에 끼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밖에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뒤척거리거나,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든 수면장애도 섬유근육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감기나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무호흡증 등으로 잠을 설치면 통증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감소하고 이는 평소와 같은 압력에도 못 견딜 만큼 근육을 민감하게 만든다. 수면 부족으로 발생한 섬유근육통은 어떤 방법으로든 잠을 푹 자는 방법만 찾으면 통증을 쉽게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치료가 간단한 편이다.
이처럼 섬유근육통은 원인만 찾으면 치료는 반쯤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집안일이 벅차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가족과 일을 나누어 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똑같은 스트레스라도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더욱 심하게 느끼기 때문에 통증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가족과 직장 동료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환자에 따라 병명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을 만큼 이 질환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여기에 항우울제, 수면제, 진통제를 처방하는 약물요법과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리거나 즐거운 일을 찾아 하는 행동요법도 도움이 된다. 통증 부위에 물리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통증이 심한 부위에 주사침을 이용한 통증 유발점 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섬유근육통은 뭐니뭐니 해도 기분이 좋아야 낫는 병이다. 물속에서 걷거나 뛰기, 고정된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을 매일 꾸준히 하면 통증도 감소되고 우울증도 차츰 나아진다. 욕심껏 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증가해 운동을 포기하게 되므로 힘들지 않은 운동부터 시작해 점차 강도를 조절한다.
아직은 환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국내에서 섬유근육통을 판정받은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그렇다고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가벼운 일상생활도 힘들 만큼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종래에는 정신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므로 자신의 병을 제대로 찾으려는 환자 자신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섬유근육통’은 우리 국민 100명 중 4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환. 증세는 김씨와 같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두통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등 만성피로 증상과 함께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계속되면 일단 섬유근육통을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통증이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만성피로 증후군을 동반해 간혹 감기질환이나 뇌졸중, 디스크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관절의 뒤틀림 같은 외형적 변형이 없어 방사선 검사가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첨단기계인 MRI나 CT 촬영에서도 징후를 찾아내기 힘들다. 각종 혈액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는 마찬가지. 일반 근육통과 달리 염증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수십년간 고생하는 환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전업주부 진모씨(55)가 바로 그런 경우로, 그녀는 섬유근육통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무려 20여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온몸이 쑤시고 뻣뻣해지면서 두통에 어지럼증까지 있었던 진씨가 최초로 진단받은 병명은 ‘뇌졸중’. 5년간 계속된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그녀는 병원을 옮겼고 이번에는 ‘목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물론 차도가 없기는 마찬가지. 그 후에도 몇몇 병원을 옮겨 다닌 진씨는 ‘혹 암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정밀검사를 받기도 했지만 병명은 병원마다 달랐다.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친 그녀는 현재 숟가락 잡기도 힘들 만큼 증상이 악화돼 있다.
그렇다면 섬유근육통을 자신이 직접 진단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 국내에는 아직 없지만 선진 외국에는 자가진단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미국 류머티즘학회의 섬유근육통 진단기준(1990년 발표)을 보면 대충 자신의 섬유근육통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간단하게 진단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적당한 운동·편안한 수면 ‘효과’
우선 몸을 크게 허리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통증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네 부분에 골고루 나타나며 이 통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뒷머리 아랫부분(머리와 목의 경계부) △목의 앞부분 △어깨 위 △앞가슴 △팔뚝의 바깥 쪽 △엉덩이 윗부분 △뒤쪽 허벅지 윗부위 △무릎 안쪽 등 9개 부위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두 군데씩 18개소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아픈 부위가 11군데 이상이면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한다.
섬유근육통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중추신경계의 호르몬 이상’을 가장 설득력 있는 원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몸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각종 호르몬과 교감신경이 이에 맞서 싸우는데, 이때 호르몬이나 교감신경의 작용에 이상이 생기면 중추신경계가 통증에 매우 민감해지면서 같은 통증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심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 즉 스트레스와 바이러스 감염이 섬유근육통 발병의 1차 원인, 호르몬과 교감신경 이상이 2차 원인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의학계가 섬유근육통을 호소하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 중 절반 정도가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반면, 참전하지 않은 군인은 15% 정도만 이 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는 이 자료를 정신적 스트레스가 섬유근육통에 끼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밖에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뒤척거리거나,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든 수면장애도 섬유근육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감기나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무호흡증 등으로 잠을 설치면 통증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감소하고 이는 평소와 같은 압력에도 못 견딜 만큼 근육을 민감하게 만든다. 수면 부족으로 발생한 섬유근육통은 어떤 방법으로든 잠을 푹 자는 방법만 찾으면 통증을 쉽게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치료가 간단한 편이다.
이처럼 섬유근육통은 원인만 찾으면 치료는 반쯤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집안일이 벅차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가족과 일을 나누어 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똑같은 스트레스라도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더욱 심하게 느끼기 때문에 통증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가족과 직장 동료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환자에 따라 병명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을 만큼 이 질환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여기에 항우울제, 수면제, 진통제를 처방하는 약물요법과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리거나 즐거운 일을 찾아 하는 행동요법도 도움이 된다. 통증 부위에 물리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통증이 심한 부위에 주사침을 이용한 통증 유발점 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섬유근육통은 뭐니뭐니 해도 기분이 좋아야 낫는 병이다. 물속에서 걷거나 뛰기, 고정된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을 매일 꾸준히 하면 통증도 감소되고 우울증도 차츰 나아진다. 욕심껏 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증가해 운동을 포기하게 되므로 힘들지 않은 운동부터 시작해 점차 강도를 조절한다.
아직은 환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국내에서 섬유근육통을 판정받은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그렇다고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가벼운 일상생활도 힘들 만큼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종래에는 정신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므로 자신의 병을 제대로 찾으려는 환자 자신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