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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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계획 실현 위한 ‘비장의 승부수’

  • < 석동빈/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 mobidic@donga.com

    입력2004-11-05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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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계획 실현 위한 ‘비장의 승부수’
    박재윤(朴在潤) 부산대학교 총장이 지난 1월2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장관급인 국립대 총장의 단식농성은 사상 초유의 일. 공인인 그가 주변의 비난을 무릅쓰고 단식농성을 불사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박총장이 단식농성에 나선 직접적 동기는 새로 조성될 부산대 제2캠퍼스의 위치 선정을 둘러싼 부산시와의 다툼 때문. 사건의 발단은 부산대가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에 제2캠퍼스를 경남 양산시 물금면 양산 신도시 34만평에 조성하겠다며 승인신청을 낸 200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승인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시는 “부산의 상징인 부산대가 부산에 있어야지 그게 무슨 말이냐”며 발끈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곧바로 교육부에 부산시 기장군 삼성리 49만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산시로서는 공대와 의대, 치대(학생과 교직원 4000여명) 등 핵심 대학들과 산학협동 단지까지 조성되는 제2캠퍼스를 외부지역으로 유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부산시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부산대측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몇 차례 대화가 있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부산시와 부산대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됐다.

    부산대가 부산시와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제2캠퍼스를 조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이다. 부산대는 학생 1인당 시설면적이 3.9평으로, 전국 9개 주요 국립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서울대(7.2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의실과 연구실이 부족해 각종 기자재가 복도에 쌓여 있고 첨단장비 도입은 꿈도 못 꾸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부산대는 지난 76년부터 여섯 차례나 제2캠퍼스 조성을 추진해 왔지만 그때마다 학내외 문제로 무산되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박총장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이 과정에서 박총장은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박총장은 부산시가 정치적 이유에서 제2캠퍼스 이전 계획을 반대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단식농성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는 성명서에서 “지역정치세력은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안시장과 일부 부산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김없이 내보였다.

    반면 부산시는 “제2캠퍼스를 부산시가 아닌 곳에 조성하면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고급인력의 역외 유출 현상이 심각해진다”며 한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대가 제2캠퍼스를 조성하려는 양산 신도시 후보지는 본교 캠퍼스보다 1.5배 가량 넓기 때문에 머지않아 부산대의 주요 시설이 양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산시의 판단이다. 부산시가 제안한 기장군 삼성리는 캠퍼스 부지로 양산 신도시 못지않은 곳인데도 부산대가 무리한 고집을 피우고 있다고 부산시측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총장은 “양산시는 사실상 부산의 영향권 내에 있는 데다 공대 시설이 확장돼 산학협동 단지가 가동되면 오히려 부산에 더 많은 고급인력을 공급할 수 있고 부산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기장군 삼성리는 산지인 데다 교통 등이 좋지 않아 캠퍼스 부지로는 부적합하다. 부산시와 일부 지역 국회의원이 부산대의 제2캠퍼스 계획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 때문이지 부산을 위해서가 아니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월 양산 신도시와 기장군에 대해 실사단을 파견, 현장 조사까지 벌였으면서도 최종 결정시한(2001년 12월31일)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 연말에는 양산 신도시로 결정을 내린 듯했으나 부산시와 지역 국회의원 등의 항의방문을 받고 난 후 발표시한을 연기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구구한 억측을 불러일으켰다.

    박총장의 단식농성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교육부가 이달 중순까지는 부지선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약속한 만큼 이번 사태는 어떤 형식으로든 마무리지어질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부산대의 갈등으로 생긴 ‘생채기’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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