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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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7龍’ 짝짓기 시동?

본격 경선체제 돌입 … 후보간 우열 따라 변화무쌍한 합종연횡 예고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1-05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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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7龍’ 짝짓기 시동?
    민주당이 산고(産苦) 끝에 4월20일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를 동시에 선출키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민주당은 또한 1월7일 당무회의를 통해 대선후보 선출 시기, 대통령이 겸직해 온 총재직 폐지, 대통령과 당 대표 겸임을 금지하는 당정 분리, 상향식 후보 경선 등 파격적인 쇄신방안을 확정했다. 이로써 경선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지루한 소모전을 벌인 민주당의 갈등이 일단락되고, 여권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7룡(龍)’의 본격적인 레이스. 경선 주자들은 한결같이 대선후보로 나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권역별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열이 분명해지면 대권 후보군과 대표 후보군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을 전후해 대선주자간에는 변화무쌍한 합종연횡과 짝짓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대선 캠프에서는 오는 4월20일까지 3개월여 남은 당내 경선 와중에서 대선 후보-당 대표-지방선거 후보를 놓고 짝짓기와 연대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눈치다. 특대위는 당초 당 대표와 대선후보의 중복출마를 금지하려 했으나 논란 끝에 중복출마 허용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합종연횡과 관련한 경우의 수는 훨씬 많아진 셈이다.

    가장 큰 관심은 이인제 고문의 선택. 그가 어떤 당권후보와 손을 잡느냐가 향후 경선구도 최대의 관심사다. 이고문 주변에서 거론되는 현실적인 연대구도는 이인제 대권-한광옥 당권 구도. 여기에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외곽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동교동 및 범주류 동맹체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동교동계는 조만간 모임을 갖고 대선후보 및 당 지도부 선출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그러나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 구도는 당내에서 거론되는 반(反)이인제 연대론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인제-박상천 연대론도 거론되지만 무게가 실리지는 않는 느낌이다. 이고문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한대표나 박고문은 입장 표명을 미루며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이고문 진영 일각에서는 한대표의 중량감과 득표 능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권 전 위원의 역할과 색깔이 겹쳐 있는 한대표가 경선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더 좋은 러닝메이트를 찾으려는 이고문측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민주당 ‘7龍’ 짝짓기 시동?
    이고문 주변에서는 한대표 대신 한화갑 고문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이-한 연대구도로, 당내에서는 필승구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이고문과 한고문 사이에 쌓인 앙금이 워낙 두껍기 때문이다.



    한고문측은 당권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지적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현재 한고문 진영의 기류는 대권 출마를 고집하는 명분파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실리파가 공존하고 있다. 실리파는 7월 전대 주장이 수포로 돌아간 이상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방선거 후까지 시간을 벌어 여론 지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었지만 4월 전대 확정으로 시간을 벌지 못했다”며 “차선책으로 당권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대 시기를 놓고 벌인 당내 논쟁과정에서 줄곧 비주류, 소수계파로 자리매김한 것도 부담이다. 한고문의 한 측근은 “아직 (한고문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인제 고문 진영에서는 경선보다 본선 경쟁력을 의식, 잠재적 득표력을 갖춘 정동영 고문 등과의 연대론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출마를 전제로 한 이-정 연대구도에 대해 정고문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한화갑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고문 등이 주축이 된 반이인제 4자 연대론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는 4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구도다. 이미 쇄신안을 놓고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어 일부 인사들은 성공을 장담하기도 한다. 이 밖에 개혁성향인 노무현 김근태 고문이 힘을 모으는 개혁연대론, 한화갑 고문과 노무현 고문 또는 김중권 고문이 협력하는 ‘영호남 연대론’도 거론된다.

    대선주자들과 달리 아예 처음부터 당 대표를 겨냥한 인사들도 있다. 한광옥 대표를 비롯해 김원기 상임고문 등이 대표적인 인사들. 박상천 고문도 당 대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예비주자들간의 합종연횡은 권역별 예비경선의 우열이 드러나고 당 지도부 경선이 불붙기 시작하는 3월 말이나 4월 초쯤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7룡’들의 합종연횡 및 짝짓기가 과열될 경우 대선 레이스가 정상 궤도를 벗어날 수도 있다. 이미 민주당은 쇄신안 논의과정에서 대선주자간, 계파간 갈등과 반목을 경험했다. 이런 갈등은 대선후보 및 지도부 경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류를 형성하는 대선후보의 독주에 대한 하위그룹 후보군의 불만 정도에 따라 또다시 분당(分黨)론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4월 전당대회를 확정함으로써 지난 97년보다 선거 분위기가 조기에 과열될 것은 뻔하다. 이 경우 민주당 경선은 정계개편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정계개편 문제는 대선이 치러지는 연말까지 1년 내내 정치권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계개편은 여권 핵심부나 3김 등의 디자인에 따라 인위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지만 여야 공히 대선후보 당내 경선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이탈, 정계개편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정가에는 이미 출처가 불분명한 정계개편 기운이 퍼져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접촉하며 신당출현설이 힘을 받고 있고, 개혁성향 여야 중진 인사들이 최근 개헌론을 주장하며 정치권에 세를 불려나가는 것도 심상치 않다. 개헌 논의가 정계개편의 촉발제가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 마련한 쇄신안은 실험적 요소가 강하다. 그만큼 위험요소를 내재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겸임, 당 대표가 명목상 대표에 불과했던 구조를 바꾸어 당정분리를 꾀했지만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당적을 완전히 버리지 않을 경우 당 소속 대통령을 향한 ‘힘 쏠림’ 현상까지 없앨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경선제도는 기존 정당이 감히 생각하지 못한 초개혁적 발상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의 경우 대의원(20%) 일반당원(30%) 공모한 일반 국민(50%)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한다. 이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민주당은 선거인단 공모 방법이나 대규모 선거인단에 따른 고비용 문제 등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 예비선거 과정에 결선투표제의 일종인 선호투표제를 도입하고 인터넷 투표도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안 등도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민주당 내부 역량이 이를 소화해낼지 의문이다.

    민주당의 앞날에 최대 복병은 오는 6월 치러질 지자체 선거다. 거기서 참패할 경우 민주당 대선후보는 곧바로 교체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갑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은 “지방선거에서 질 경우 대선후보는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정통성을 주장하는 대선후보와 지방선거 책임론을 주장하는 다른 후보군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했지만 민주당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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