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은 사람을 아이처럼 만든다. 들뜨게 하고, 행복하고 명랑하게 만든다. 그래서 눈 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가 유독 많다. 하지만 눈의 특성상 겨울 스포츠는 일정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
쑥스럽지만 아픈 기억 하나를 털어놓겠다. 10년 전 이맘때쯤이다. 회사에서 야유회를 떠났다. 동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횡계 덕장을 거쳐 용평스키장에 들어갔다. 햇살 따뜻한 남도에서 자란 처지라 하얀 비단 같은 슬로프를 보자 그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리프트를 타고 산 중턱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기본 교육을 무시하고 말았다. 그냥 서 있으면 남들처럼 미끄러져 내려오는 줄로 알았다.
이 무모한 도전은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몸을 주체하지 못해 급작스럽게 몸을 비틀다가 몇 바퀴 본의 아니게 공중제비를 돌고 말았다. 스키는 물론 안경과 시계마저 튕겨나가 버렸다. 허리는 동강난 것 같고, 엄지손가락 뼈는 빠져 덜렁거리는데, 눈밭에 얼굴을 묻고 바라보는 세상이 신비로울 정도로 적막하고 평온했다. 죽음 직전의 풍경이 이렇구나 생각했다. 스키장 관리요원의 등에 업혀 눈밭을 내려오면서, 관리요원은 사람을 업고도 스키를 잘도 타는구나 새삼스레 감탄했다. 산을 내려온 길로 헛구역질을 해대는 통에 강릉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갔다.
대개의 직장인들은 운동이 부족하기 쉽다. 휴일이면 신체와 정신의 피로를 잠으로 풀려고 한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한겨울 눈밭으로 달려나갔다 자칫 사고당하는 수가 있다. 운동이 부족한 신체가 미처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스키나 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는 일정한 장비와 기초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러나 겨울 스포츠 중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고, 운동 부족인 몸에도 무리가 없는 놀이이자 운동이 바로 눈썰매다.
요즘 도시 외곽에는 야산을 헐어내고 만든 눈썰매장이 많다. 예전에는 120m 길이는 되어야 썰매장의 허가가 났는데, 요즘은 그 조건이 완화되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몇몇 놀이공원에도 눈썰매장이 있다. 기온이 영하 4도 이하로 내려가면 청룡열차나 제트열차를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간이 허락하는 한 눈썰매장을 갖추려 한다.
예전에 썰매는 나무판자에 철사를 동여 뚝딱뚝딱 만든 것이거나 비료 포대였다. 지금의 눈썰매라고 복잡해진 것은 없다. 한 뼘 높이의 등받이와 속도 조절 겸 손잡이 구실을 하는 끈이 앞에 달린 플라스틱 판이다. 흔히들 눈이 한 차례라도 와야 눈썰매장을 찾을 결심을 하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스키장이나 매한가지로 눈썰매장들도 제설기를 갖추고 인공눈을 뿌려 운영한다.
경기도 양주에서 로얄눈썰매장을 운영하는 김영목씨는 인공눈이 깨끗하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없다고 한다. 지하수로 만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추워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옷도 더러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개 12월 중순 개장 무렵의 눈썰매장 인공눈의 높이는 40~50cm 되고, 2월 중순 폐장할 무렵이면 1m 정도가 된다. 인공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얼음 가루들이다. 자연눈은 잘 뭉쳐지지만 인공눈은 뭉쳐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썰매 타기가 아무리 쉽다지만 속도를 즐기는 놀이라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플라스틱 썰매 뒤쪽에 앉아야 한다. 앞쪽으로 무게가 쏠리면 썰매가 가지 않고 흔들려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다. 속도를 내려면 두 발을 썰매 위에 얹거나 약간 들어올려 준다. 그리고 썰매 앞에 달린 끈은 양손으로 잡아당겨야 안정감이 생긴다. 썰매가 너무 빨리 내려가면 두 발을 눈 위에 살짝 내려놓는다. 멈출 땐 두 발로 바닥을 딛는다. 그리고 다 타고 나면 재빨리 썰매장을 빠져나오는 게 안전 수칙이다.
눈썰매장이라고 전혀 사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하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인대가 늘어날 수도 있고, 아이들끼리 부딪쳐 입술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비 자체가 단순하고 겨울 옷이 두껍기 때문에 부딪쳐 썰매가 엎어지더라도 크게 다칠 염려는 없다. 가장 안전한 눈썰매를 즐기려면 주변 여건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안전요원이 얼마나 잘 배치되어 있는지, 사람 사이의 간격과 줄을 잘 맞추도록 관리하는지, 표면이 편평한지, 혹시 미끄러지더라도 막아줄 양옆 보호막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 등이다.
눈썰매는 플라스틱 썰매 외에도 물놀이 튜브처럼 생긴 썰매, 두 날 위에 의자까지 얹은 스키썰매 등이 있다. 좀더 다양하게, 좀더 속도 있게 타려고 만들어낸 도구를 이용한 놀이인 셈이다.
용인 에버랜드에는 눈썰매 코스가 다섯 군데나 있으며 타고 노는 썰매도 다양하다. 튜브썰매를 타고 봅슬레이처럼 질주하는 통로도 있다. 원통을 반으로 쪼개놓은 모양의 통로를 타고 내려가는데, 비슷한 경사면의 눈썰매보다 속도가 두 배쯤 빨라진다. 이땐 두 발로 속도를 조절할 수 없을 정도인데, 양쪽에 보호벽이 있어 튜브썰매의 손잡이만 놓치지 않으면 안전하다. 이 밖에도 슬로프 길이가 520m인 스키썰매장이 있다. 웬만한 스키장의 짧은 코스만한데, 개썰매처럼 생긴 나무스키 위에 달린 의자에 앉아 비탈길을 내려간다. 안전하면서도 속도감이 있어 스키에 겁먹은 사람도 쉽게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눈썰매의 장점으로 또 한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한 썰매에 아이와 함께 탈 수 있기 때문에 무척 ‘가족적’이라는 것이다. 눈썰매를 위한 기본 장비는 방수 바지 한 벌과 방수 장갑 한 켤레다. 가끔 구두를 신은 채 눈썰매를 타는 사람이 있는데, 속도 조절을 위해 발로 눈밭을 딛다가 발목을 접질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눈썰매는 몸이 굳은 ‘일벌레’들이 쉽게 자연과 동화할 수 있는 놀이이자 운동이다. 눈썰매장에 가면 어릴 때 나무썰매를 타며 한 뼘만 더 길었으면 하고 바라던 눈밭이 평원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타게 되고, 아이들은 꿈을 타게 된다.
쑥스럽지만 아픈 기억 하나를 털어놓겠다. 10년 전 이맘때쯤이다. 회사에서 야유회를 떠났다. 동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횡계 덕장을 거쳐 용평스키장에 들어갔다. 햇살 따뜻한 남도에서 자란 처지라 하얀 비단 같은 슬로프를 보자 그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리프트를 타고 산 중턱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기본 교육을 무시하고 말았다. 그냥 서 있으면 남들처럼 미끄러져 내려오는 줄로 알았다.
이 무모한 도전은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몸을 주체하지 못해 급작스럽게 몸을 비틀다가 몇 바퀴 본의 아니게 공중제비를 돌고 말았다. 스키는 물론 안경과 시계마저 튕겨나가 버렸다. 허리는 동강난 것 같고, 엄지손가락 뼈는 빠져 덜렁거리는데, 눈밭에 얼굴을 묻고 바라보는 세상이 신비로울 정도로 적막하고 평온했다. 죽음 직전의 풍경이 이렇구나 생각했다. 스키장 관리요원의 등에 업혀 눈밭을 내려오면서, 관리요원은 사람을 업고도 스키를 잘도 타는구나 새삼스레 감탄했다. 산을 내려온 길로 헛구역질을 해대는 통에 강릉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갔다.
대개의 직장인들은 운동이 부족하기 쉽다. 휴일이면 신체와 정신의 피로를 잠으로 풀려고 한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한겨울 눈밭으로 달려나갔다 자칫 사고당하는 수가 있다. 운동이 부족한 신체가 미처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스키나 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는 일정한 장비와 기초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러나 겨울 스포츠 중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고, 운동 부족인 몸에도 무리가 없는 놀이이자 운동이 바로 눈썰매다.
요즘 도시 외곽에는 야산을 헐어내고 만든 눈썰매장이 많다. 예전에는 120m 길이는 되어야 썰매장의 허가가 났는데, 요즘은 그 조건이 완화되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몇몇 놀이공원에도 눈썰매장이 있다. 기온이 영하 4도 이하로 내려가면 청룡열차나 제트열차를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간이 허락하는 한 눈썰매장을 갖추려 한다.
예전에 썰매는 나무판자에 철사를 동여 뚝딱뚝딱 만든 것이거나 비료 포대였다. 지금의 눈썰매라고 복잡해진 것은 없다. 한 뼘 높이의 등받이와 속도 조절 겸 손잡이 구실을 하는 끈이 앞에 달린 플라스틱 판이다. 흔히들 눈이 한 차례라도 와야 눈썰매장을 찾을 결심을 하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스키장이나 매한가지로 눈썰매장들도 제설기를 갖추고 인공눈을 뿌려 운영한다.
경기도 양주에서 로얄눈썰매장을 운영하는 김영목씨는 인공눈이 깨끗하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없다고 한다. 지하수로 만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추워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옷도 더러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개 12월 중순 개장 무렵의 눈썰매장 인공눈의 높이는 40~50cm 되고, 2월 중순 폐장할 무렵이면 1m 정도가 된다. 인공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얼음 가루들이다. 자연눈은 잘 뭉쳐지지만 인공눈은 뭉쳐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썰매 타기가 아무리 쉽다지만 속도를 즐기는 놀이라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플라스틱 썰매 뒤쪽에 앉아야 한다. 앞쪽으로 무게가 쏠리면 썰매가 가지 않고 흔들려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다. 속도를 내려면 두 발을 썰매 위에 얹거나 약간 들어올려 준다. 그리고 썰매 앞에 달린 끈은 양손으로 잡아당겨야 안정감이 생긴다. 썰매가 너무 빨리 내려가면 두 발을 눈 위에 살짝 내려놓는다. 멈출 땐 두 발로 바닥을 딛는다. 그리고 다 타고 나면 재빨리 썰매장을 빠져나오는 게 안전 수칙이다.
눈썰매장이라고 전혀 사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하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인대가 늘어날 수도 있고, 아이들끼리 부딪쳐 입술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비 자체가 단순하고 겨울 옷이 두껍기 때문에 부딪쳐 썰매가 엎어지더라도 크게 다칠 염려는 없다. 가장 안전한 눈썰매를 즐기려면 주변 여건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안전요원이 얼마나 잘 배치되어 있는지, 사람 사이의 간격과 줄을 잘 맞추도록 관리하는지, 표면이 편평한지, 혹시 미끄러지더라도 막아줄 양옆 보호막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 등이다.
눈썰매는 플라스틱 썰매 외에도 물놀이 튜브처럼 생긴 썰매, 두 날 위에 의자까지 얹은 스키썰매 등이 있다. 좀더 다양하게, 좀더 속도 있게 타려고 만들어낸 도구를 이용한 놀이인 셈이다.
용인 에버랜드에는 눈썰매 코스가 다섯 군데나 있으며 타고 노는 썰매도 다양하다. 튜브썰매를 타고 봅슬레이처럼 질주하는 통로도 있다. 원통을 반으로 쪼개놓은 모양의 통로를 타고 내려가는데, 비슷한 경사면의 눈썰매보다 속도가 두 배쯤 빨라진다. 이땐 두 발로 속도를 조절할 수 없을 정도인데, 양쪽에 보호벽이 있어 튜브썰매의 손잡이만 놓치지 않으면 안전하다. 이 밖에도 슬로프 길이가 520m인 스키썰매장이 있다. 웬만한 스키장의 짧은 코스만한데, 개썰매처럼 생긴 나무스키 위에 달린 의자에 앉아 비탈길을 내려간다. 안전하면서도 속도감이 있어 스키에 겁먹은 사람도 쉽게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눈썰매의 장점으로 또 한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한 썰매에 아이와 함께 탈 수 있기 때문에 무척 ‘가족적’이라는 것이다. 눈썰매를 위한 기본 장비는 방수 바지 한 벌과 방수 장갑 한 켤레다. 가끔 구두를 신은 채 눈썰매를 타는 사람이 있는데, 속도 조절을 위해 발로 눈밭을 딛다가 발목을 접질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눈썰매는 몸이 굳은 ‘일벌레’들이 쉽게 자연과 동화할 수 있는 놀이이자 운동이다. 눈썰매장에 가면 어릴 때 나무썰매를 타며 한 뼘만 더 길었으면 하고 바라던 눈밭이 평원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타게 되고, 아이들은 꿈을 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