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공과 (현대자동차)써비스 출신은 성골, 현대차 출신은 진골, 기아차 출신은 6두품’. 1999년 3월 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에서 분가해나가고 정몽구(MK) 회장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접수’한 이후 현대차 내부에서 나오는 말이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과 현대자동차써비스(99년 현대자동차에 합병됨) 출신들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핵심 요직을 장악한 반면, 기아자동차 출신들은 찬밥 신세인 현실을 신라시대 골품제도에 빗대 만들어낸 얘기다.
이는 올 초 소회장 직할경영 체제를 출범하면서 단행한 인사에서도 확인됐다.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임명돼 자동차 부품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 박정인 회장이나 INI스틸(옛 인천제철) 회장으로 선임된 유인균 회장이 현대정공 출신이다. 윤명중 현대하이스코 회장은 현대자동차써비스 출신. 이 가운데 유인균 회장은 MK의 경복고 동기다.
잘 알려진 대로 과거 현대정공이나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정주영 명예회장 생존시에도 MK 계열로 분류된 계열사. 두 회사는 MK가 설립과 동시에 사장을 맡아 경영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부친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에게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MK에게는 각별한 회사. 이런 이유 때문에 두 회사에는 ‘가신 그룹’으로 분류되는 MK의 최측근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MK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이들을 전진 배치, 명실상부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회장단 가운데 현대캐피탈 이계안 회장만 과거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이다. 2000년 9월 계열 분리 이후 가신 그룹과 함께 현대차그룹 경영진의 한 축을 형성해 온 종합기획실 출신들의 입지가 현저히 약화되고 그야말로 가신 그룹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앞서 지난해 7월과 8월 현대차 및 기아차 사장 인사에서 향후 현대차그룹을 이끌 주역들을 포진시킴으로써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현대차 사장에 선임된 김동진 사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MK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또 지난해 8월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된 김뇌명 사장은 현대차 출신이긴 하지만 해외 파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케이스.
이들보다 직급이 한 단계 낮지만 MK 가신 그룹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중후 부사장. 역시 현대정공 출신인 그는 총무·인사 등을 담당하고 있어 그룹 내에서 ‘실세’로 통한다. 지난해 초 입주한 서울 양재동 사옥을 그 전해 말 농협중앙회로부터 2800억원에 매입할 때도 사전에 유명한 역술인을 불러 터를 감정하게 하는 등 치밀함을 보여 MK에게 크게 칭찬받았다는 후문.
그러나 본인은 ‘실세’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용산고·명지대 출신으로 MK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부사장이 MK의 신임을 받는 배경을 둘러싸고 말이 많지만 사실은 단순하다”고 말했다. 일밖에 모르는 이부사장의 성실성이 돋보여 입지가 조금 넓어진 차원에 불과하다는 것.
가신 그룹에 의한 핵심 요직 장악과 함께 과거 현대차에서 커온 인사들도 중용하고 있는 게 MK식 인사의 또 다른 특징.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 시절 현대차 사장을 역임한 박병재씨를 2000년 말 부회장으로 선임, 해외 파트를 맡기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99년 MK의 현대차 접수 이후 정세영 전 명예회장 인맥으로 분류돼 한직으로 맴돌던 일부 인사들의 ‘복권’도 이뤄졌다.
이와 관련, 현대차의 한 임원은 “평소 선이 굵고 통이 크다는 얘기를 듣는 MK식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MK는 한번 내보낸 사람도 나중에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나름대로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지난해 7월 이계안 사장의 현대차 사장 사임 때 함께 사표를 낸 종합기획실 출신의 김원갑 전무가 기아중공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MK의 외아들 정의선 상무의 거취도 관심거리. 정상무는 1월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한 단계 승진할 것이 유력시된다. 특히 올해 말 파리 총회에서 결판나는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MK가 올해에는 ‘대외 업무’에 상당히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정상무의 업무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도 승진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런 친정체제는 MK의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이다. 2000년 9월 계열 분리 이후 2년 연속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올리는 등 경영 사정이 크게 호전되자 이에 자신감을 갖고 가신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그룹 정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000년 6679억원의 순익을 낸 데 이어 작년에는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 MK를 보좌할 수 있는 일사분란한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지만 MK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경영진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 이계안 사장은 MK의 뜻을 돌릴 수는 없었어도 한 번쯤 ‘NO’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MK 가신들에게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MK의 친정체제 구축은 사실 지난해 7월 이계안 현대차 사장이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전보될 때부터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금융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승진 인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현대차 사장의 위상이나 역할이 현대캐피탈 회장보다 훨씬 낫다는 점에서 “이계안 사장이 MK 가신들에 의해 밀려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MK 가신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핵심 보직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그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만은 종합기획실 출신인 이계안 사장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이사장에 대한 가신 그룹의 견제 움직임이 있었고 결국 가신 그룹에 밀려 이계안 회장이 캐피탈로 옮기게 됐다는 얘기다. 당시 인사에서는 과거 종합기획실에서 이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노정익 현대캐피탈 부사장과 김원갑 전무도 사표를 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말 INI스틸 박세용 회장이 전격 사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인사가 있기 직전까지만 해도 업무에 강한 의욕을 보여 “박회장이 개인 사업을 위해 사임했다”는 그룹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박회장의 사임은 ‘MK 친정체제 구축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말해 그가 가신 그룹에 의해 밀려났음을 암시했다.
현대차 임직원들은 MK가 계열 분리 이후 독자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품질에 신경을 써 해외 시장에서도 나름대로 평가 받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전면파업이 사라지는 등 노사관계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것. 현대차 임직원들은 그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MK도 올 신년사에서 “현대-기아차가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하는 기초를 확실히 다지는 해로 만들자”고 의욕을 과시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런 ‘야망’을 가진 MK에게 올해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외에서 경쟁 업체들의 거친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한다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MK와 가신 그룹의 경영 능력이 진정으로 시험받는 해가 될 것이다.
이는 올 초 소회장 직할경영 체제를 출범하면서 단행한 인사에서도 확인됐다.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임명돼 자동차 부품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 박정인 회장이나 INI스틸(옛 인천제철) 회장으로 선임된 유인균 회장이 현대정공 출신이다. 윤명중 현대하이스코 회장은 현대자동차써비스 출신. 이 가운데 유인균 회장은 MK의 경복고 동기다.
잘 알려진 대로 과거 현대정공이나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정주영 명예회장 생존시에도 MK 계열로 분류된 계열사. 두 회사는 MK가 설립과 동시에 사장을 맡아 경영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부친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에게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MK에게는 각별한 회사. 이런 이유 때문에 두 회사에는 ‘가신 그룹’으로 분류되는 MK의 최측근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MK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이들을 전진 배치, 명실상부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회장단 가운데 현대캐피탈 이계안 회장만 과거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이다. 2000년 9월 계열 분리 이후 가신 그룹과 함께 현대차그룹 경영진의 한 축을 형성해 온 종합기획실 출신들의 입지가 현저히 약화되고 그야말로 가신 그룹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앞서 지난해 7월과 8월 현대차 및 기아차 사장 인사에서 향후 현대차그룹을 이끌 주역들을 포진시킴으로써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현대차 사장에 선임된 김동진 사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MK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또 지난해 8월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된 김뇌명 사장은 현대차 출신이긴 하지만 해외 파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케이스.
이들보다 직급이 한 단계 낮지만 MK 가신 그룹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중후 부사장. 역시 현대정공 출신인 그는 총무·인사 등을 담당하고 있어 그룹 내에서 ‘실세’로 통한다. 지난해 초 입주한 서울 양재동 사옥을 그 전해 말 농협중앙회로부터 2800억원에 매입할 때도 사전에 유명한 역술인을 불러 터를 감정하게 하는 등 치밀함을 보여 MK에게 크게 칭찬받았다는 후문.
그러나 본인은 ‘실세’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용산고·명지대 출신으로 MK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부사장이 MK의 신임을 받는 배경을 둘러싸고 말이 많지만 사실은 단순하다”고 말했다. 일밖에 모르는 이부사장의 성실성이 돋보여 입지가 조금 넓어진 차원에 불과하다는 것.
가신 그룹에 의한 핵심 요직 장악과 함께 과거 현대차에서 커온 인사들도 중용하고 있는 게 MK식 인사의 또 다른 특징.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 시절 현대차 사장을 역임한 박병재씨를 2000년 말 부회장으로 선임, 해외 파트를 맡기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99년 MK의 현대차 접수 이후 정세영 전 명예회장 인맥으로 분류돼 한직으로 맴돌던 일부 인사들의 ‘복권’도 이뤄졌다.
이와 관련, 현대차의 한 임원은 “평소 선이 굵고 통이 크다는 얘기를 듣는 MK식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MK는 한번 내보낸 사람도 나중에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나름대로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지난해 7월 이계안 사장의 현대차 사장 사임 때 함께 사표를 낸 종합기획실 출신의 김원갑 전무가 기아중공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MK의 외아들 정의선 상무의 거취도 관심거리. 정상무는 1월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한 단계 승진할 것이 유력시된다. 특히 올해 말 파리 총회에서 결판나는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MK가 올해에는 ‘대외 업무’에 상당히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정상무의 업무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도 승진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런 친정체제는 MK의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이다. 2000년 9월 계열 분리 이후 2년 연속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올리는 등 경영 사정이 크게 호전되자 이에 자신감을 갖고 가신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그룹 정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000년 6679억원의 순익을 낸 데 이어 작년에는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 MK를 보좌할 수 있는 일사분란한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지만 MK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경영진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 이계안 사장은 MK의 뜻을 돌릴 수는 없었어도 한 번쯤 ‘NO’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MK 가신들에게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MK의 친정체제 구축은 사실 지난해 7월 이계안 현대차 사장이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전보될 때부터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금융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승진 인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현대차 사장의 위상이나 역할이 현대캐피탈 회장보다 훨씬 낫다는 점에서 “이계안 사장이 MK 가신들에 의해 밀려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MK 가신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핵심 보직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그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만은 종합기획실 출신인 이계안 사장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이사장에 대한 가신 그룹의 견제 움직임이 있었고 결국 가신 그룹에 밀려 이계안 회장이 캐피탈로 옮기게 됐다는 얘기다. 당시 인사에서는 과거 종합기획실에서 이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노정익 현대캐피탈 부사장과 김원갑 전무도 사표를 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말 INI스틸 박세용 회장이 전격 사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인사가 있기 직전까지만 해도 업무에 강한 의욕을 보여 “박회장이 개인 사업을 위해 사임했다”는 그룹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박회장의 사임은 ‘MK 친정체제 구축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말해 그가 가신 그룹에 의해 밀려났음을 암시했다.
현대차 임직원들은 MK가 계열 분리 이후 독자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품질에 신경을 써 해외 시장에서도 나름대로 평가 받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전면파업이 사라지는 등 노사관계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것. 현대차 임직원들은 그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MK도 올 신년사에서 “현대-기아차가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하는 기초를 확실히 다지는 해로 만들자”고 의욕을 과시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런 ‘야망’을 가진 MK에게 올해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외에서 경쟁 업체들의 거친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한다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MK와 가신 그룹의 경영 능력이 진정으로 시험받는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