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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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풍’ ‘盧風’ 더블펀치 … 흔들리는 한나라당

당내 갈등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 … 이회창 총재 리더십 입증 중대 기로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25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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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풍’ ‘盧風’ 더블펀치 … 흔들리는 한나라당
    ”한니발 장군은 결국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한 특보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지금의 역경을 딛고 이총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같은 당 수도권 한 의원은 시큰둥하게 받아 넘겼다. “이총재도 한니발 장군 같은 ‘결단력’을 보여봐. 그러면 (그런 평가를) 인정해 주겠다.”

    한 달 전만 해도 한나라당은 이총재를 중심으로 그런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한 달 전과 전혀 딴판이다. 이총재 직계, 민정계, 민주계, 미래연대+비주류 등 4개의 권력축이 따로 움직인다. 여기에 당 밖의 박근혜 의원에게 곁을 주는 세력까지 있어 한꺼번에 분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내분 양상도 ‘지도체제 논란’에서 ‘사람 자르기’ 공방으로 옮겨졌다. 이는 중요한 상황 변화다. 하순봉 의원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부총재들이 일괄 사퇴한 이후에도 미래연대는 측근정치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인적쇄신 요구’는 한나라당 내분이 단순한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권력투쟁으로 비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왕건이 각지에서 발호하는 제후, 호족을 제압했듯 이총재가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실추된 리더십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거대 야당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한 지붕 내 ‘동상 4몽’의 발단과 전개 과정에서 나올지 모른다.

    ‘정풍’ ‘盧風’ 더블펀치 … 흔들리는 한나라당
    확 커버린 미래연대 지난 1월 미래연대가 박근혜 당시 부총재를 초빙했을 때 당 지도부는 미래연대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래연대가 누구를 초청하든 간섭할 일은 못 되지만 그만큼 미래연대는 총재의 핵심측근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로 해석됐다.



    미래연대의 인적 구성은 지역적으로 수도권 지구당 위원장, 성향은 영입 전문가 집단과 개혁성향의 혼재, 연령대는 30~40대다. 현역 의원 규모는 16명이다. 지난해 민주당 쇄신파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미래연대 대다수 인사들은 민주당 쇄신파에 비해 ‘투쟁성’이 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게다가 미래연대 의원들은 대부분 이총재의 힘으로 공천받았다 해도 무방하다. 이총재 역시 대선 전략상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개혁’ ‘젊음’ ‘비지역성’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미래연대의 전폭적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래연대가 ‘총재직 사퇴’를 요구하며 이총재를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미래연대 급부상의 일차적 원인은 정당민주화 바람이다. 여론과 명분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한 것이 ‘친목 모임’ 수준이었던 미래연대가 단기간에 ‘정치세력’으로 탈바꿈한 에너지.

    한나라당 한 의원은 “미래연대가 유독 ‘민정계’만 공격 포인트로 잡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고 말했다. 측근 정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 지배세력 중 가장 취약해진 곳, 이념적 대척점에 놓인 곳부터 파고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나라당 주류는 민정계와 민주계의 연합체다. 미래연대가 민주계와 대립이 아닌 제휴를 선택한다면 ‘수도권+PK(부산·경남) 중심 민주화세력’이 상황 변화에 따라 한나라당을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돌풍이 한나라당과 연관되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민정계의 항변 2월19일 기자회견 직전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이회창 총재를 돌려세운 정치세력은 민정계라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 진단이다. 민정계는 왜 대선 전까지 이총재가 총재직을 갖도록 요구하는 것일까.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기득권을 잡고 있다면 구태여 판을 흔들어 변화의 여지를 줄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혁세력에게 권력 지분을 늘려줄 경우 한나라당의 보수 색채가 희석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층도 민정계다.

    그러나 민정계라도 당 운영에 소외된 인사들도 적지 않다. TK(대구·경북) 출신 한 의원은 미래연대측에서 민정계를 측근 정치, 구태 정치의 상징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행위에 내심 반감이 크다. 그는 민정계의 고민을 이렇게 풀이했다. “이총재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우리도 답답한데 그 책임을 우리가 다 뒤집어쓴다. (PK 출신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는 기반이 다르고, 박근혜 의원은 아직 미덥지 못한 상태다.”

    대안론 고개 드는 민주계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은 2월22일 오전 경남도지사 공천을 신청했다. 이날 오후 김혁규 경남지사측도 공천 신청을 했지만 곧바로 신청철회서를 제출했다. 김지사는 현역 국회의원과 경쟁할 경우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총재가 사전에 조율해 줄 것으로 기대한 김지사로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 이총재측은 “우리도 이의원이 공천을 신청하는지 몰랐다”며 발을 뺐다. 다음날인 23일 오후 이총재는 경남 창원의 김지사 출판기념회에 ‘일부러’ 참석해 김지사를 극구 칭찬하는 이례적 모습을 보였다. “이총재의 본심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말이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PK 지역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이총재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측은 노후보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민주계 대연합론’을 지피고 있다. 이총재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총재와 YS 사이에는 여전히 ‘신뢰’가 문제인 듯하다. PK 민주계는 요동치는 지역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 반전 기회는 있나 이총재의 한 측근은 “피아가 선명해질수록 총재에게는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이 제시하는 이총재의 타개책은 각 계파간 갈등 봉합, 탈당 방지, 빌라-원정출산 시비 빨리 벗어나기 등 세 가지다. 당권-대권 분리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안도 이런 기류에서 나왔다.

    미래연대-비주류의 집단지도체제 요구를 수용할 경우 지지율 추락은 막겠지만 주류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비주류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면 여론의 지지도가 더 떨어질 위험이 있다. 개혁세력이 이탈할 위험도 커진다. 이 때문에 이총재는 지금까지 절묘한 줄타기식 절충점을 찾아왔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툭하면 ‘특단의 조치’를 내놓겠다고 해놓고 별것 없었던 적이 몇 번째냐”는 지적도 많다. 이총재의 결단이라는 것이 대개 찜찜하고 설명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의 유력 대선후보로서 이총재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아직도 많은 듯하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근원도 확실치 않은 사소한 당내 분란 하나를 제어하지 못하고, 빌라게이트-원정출산 의혹을 잠재워 자신의 리더십을 스스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총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좀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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