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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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혼자 하니? 난 같이 한다

‘건강 두 배’ 만드는 이색 동호회들 … 정보 교환·같은 처지 격려 ‘든든한 힘’

  • < 김문영/ 자유기고가 >noname01@freechal.com

    입력2004-10-25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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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삶을 위해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자신만의 ‘비법’을 모색하게 마련. 하지만 운동이든 다른 무엇이든 그 ‘비법’을 꾸준히 지속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혼자서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함께 모여 건강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사람들도 점점 느는 추세다. ‘함께 하면 기쁨 두 배, 건강도 두 배.’ 건강 동호회들의 모토다.

    사조사(http://cafe18.daum.net/sawoona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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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들치고 목욕탕 가는 걸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중목욕탕에서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온 아이들이 빽빽거리는 광경은 흔히 본다. 하지만 김선수씨는 엄마 따라 여탕을 드나들던 꼬마 시절부터 자신이 ‘사우나 체질’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지난해 4월 사우나 문화를 널리 알리고 함께 즐길 사람들을 찾기 위해 동호회 ‘사조사’(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를 만들었다. 1년이 채 안 된 지금 가입 회원은 4200여명. 서울ㆍ경기, 대전ㆍ충청, 경상ㆍ강원ㆍ전라 등 세 지역구로 나눠 운영할 만큼 전국 규모로 성장했다.

    회원들이 함께 사우나를 하는 정기모임은 한 달에 한 번꼴. 그러나 테마가 있는 사우나를 지향한다. ‘스포츠와 함께 사우나를’ ‘술과 함께 사우나를’ 등을 주제로 일찌감치 모여 볼링을 즐기거나 간단한 술자리를 갖는다. 전체 회원의 60%가 여성이어서 가끔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찜질방을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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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명씩 모인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 때문에 정기모임 장소(업소)는 때마다 달라지며, 운영자가 매번 참석 인원을 미리 파악한다.

    지난 1월 모임 때는 업소측이 ‘예약할 필요가 없다’고 해 마음을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회원들이 모여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각자 자리잡기도 힘들 정도였다. 모임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은 당연지사.

    사조사는 향후 찜질방과 온천, 사우나 등을 한데 모은 회원 전용 ‘사우나타운’을 조성할 장기계획을 갖고 있다.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사우나타운을 통해 원하는 이들이 언제나 편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동호회 운영자 김씨는 “사조사를 통해 찜질방을 처음 접한 한 회원이 ‘아픈 어깨가 다 나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며 “지금까진 사우나의 장점을 알리고 정보를 교환하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론 회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동호회 활동을 모색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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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밤 라면을 두 개씩 먹습니다. 취침 직전에 우유나 콜라도 마셔요. 하루 두 시간씩 운동도 해요. 그런데 도대체 왜 살이 찌지 않을까요?”

    살찌우기도 살빼기만큼이나 힘들다. ‘살찌모’(살찌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는 몸이 너무 왜소해 콤플렉스를 느끼는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동호회다.

    정기모임도 고깃집에서 갖는다. 그동안 얼마나 체중이 늘었는지, 뭘 먹고 어떤 운동을 하면 체중이 느는지가 주된 대화 내용. 2∼3명씩 모여 같이 운동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며 서로 독려도 한다.

    살찌모 회원은 무려 1만여명. ‘어떻게 해서 몇 주 만에 몇 kg을 늘렸다’는 식의 성공담도 풍부하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나 장난스런 게시물도 적지 않다. 한번은 “돼지사료를 먹고 1개월 만에 5kg을 늘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허무맹랑한 내용이지만 회원들은 ‘동요’했다. 출처조차 분명치 않은 상업적인 약 광고도 적지 않지만, 살을 찌워야 한다는 일념에 불타는 일부 회원은 쉽게 현혹되기도 한다.

    회원 남호택씨(29)는 남대문시장에 자주 간다. 운동 전후 먹으면 체중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보충제를 동호회에서 공동구매하기 위해 가격 흥정도 하고 신제품이 있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고3 때 처음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10년간 ‘살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중3 때는 한 달 내내 코피가 나고 두피가 벗겨질 정도로 몸이 약했다. 한의사에게서 “기가 약해 죽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군입대 전 남씨의 체중은 60kg. 반면 키는 186cm였다. 갖은 노력 끝에 지금은 78kg. 그의 전설적(?)인 성공담은 지금도 회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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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지난 1월 마지막 주 금요일. 대전 대흥초교 체육관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춤판이라도 벌어졌는지 모여선 이들의 표정에선 흥겨움이 묻어난다. 구경거리도 춤판 못지않다. 곡예를 방불케 하는 줄넘기 묘기. 줄넘기 ‘선수’들이 방학을 맞아 전국 순회 연수에 나선 것이다.

    줄넘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들은 동호회 ‘줄사랑’의 주축 멤버들. 줄사랑은 인천에서 시작됐다. 2000년 11월 줄넘기 교육을 받은 인천지역 체육교사들이 조직한 소모임이 부산ㆍ광주ㆍ제주ㆍ안양 등 전국 10여개 도시로 확산된 것. 이 지부들을 바탕으로 여름ㆍ겨울 방학 때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국 순회 줄넘기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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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회 결성 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은 매주 일요일 함께 줄넘기를 연구하고 연습한다. 쉴 때도 그냥 앉아서 쉬는 법이 없다. 남녀 회원들이 짝을 맞춰 스포츠댄스라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도 달아나고 만다. 고3 수험생을 둔 주부 강모씨(46)는 지난해 여름 우연한 기회에 줄넘기 교육을 받게 됐다. 수험생 뒷바라지 스트레스를 풀어보려 시작했다 재미를 붙여 아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호회 운영자 허태련씨는 아마추어 마라토너. 때문에 회원 중에도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마라톤대회가 열릴 때면 단체출전도 한다. 마라톤대회 시작 전 이벤트로 줄넘기 시범공연도 펼친다. 허씨는 “각종 행사 때 공연해 달라고 초청받는 경우가 많다”며 “운동을 즐기다 보니 다들 몸매까지 아름다워졌다”며 동호회 자랑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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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수롭지 않게 여긴 당뇨가 목숨을 위협해 왔다. 체중이 37kg로 줄었을 때 모두 “살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누군가가 나를 살려놨겠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후 정유진씨는 ‘당뇨사랑’이란 홈페이지를 꾸몄다. 자신의 투병기부터 전문의 상담 코너까지 마련한 이 개인 홈페이지는 많은 당뇨환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이 당뇨사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새 둥지를 틀고 정씨에게 다시 사이트를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뇨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당뇨사랑을 되살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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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여섯 살인 남윤이는 생후 23개월 만인 1999년 당뇨 진단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소아당뇨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서점에서도 관련 서적을 찾기 어려웠다. 매달릴 데라곤 병원밖에 없었고, 한두 달에 한 번 잠깐 의사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게 아버지 김태용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런 김씨에게 당뇨사랑은 큰 버팀목이 됐다.

    당뇨사랑엔 당뇨에 관한 질문과 답변, 환자와 가족들의 체험담 등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성인당뇨, 소아당뇨, 여성당뇨, 노인당뇨 등으로 분과가 나뉘어 있고 분과별 담당자가 수집자료를 회원들과 공유한다.

    김태용씨는 “당뇨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에 병을 앓으면서도 숨기는 환자들이 많다. 당뇨사랑을 통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야말로 큰 다행”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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