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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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뤼팽, 386세대 등에 업고 서점가 점령

  • 입력2004-10-26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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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즈·뤼팽, 386세대 등에 업고 서점가 점령
    전례없는 추리소설의 호황으로 출판계가 놀랐다. 지난 2월 초 황금가지에서 펴낸 ‘셜록 홈즈’ 시리즈는 한 달 반 사이 15만부(장편 전 4권)가 팔렸다. 앞으로 홈즈 단편 모음집 5권이 나란히 출간을 기다리고 있어 홈즈의 인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올해 들어 네다섯 출판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뤼팽 시리즈는 저작권이 만료된 상태여서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출판사도 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출판사끼리 과열경쟁이 우려된다.

    또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며 유럽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추리소설 ‘뒤마 클럽’(시공사)과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열린책들)이 나란히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공사는 90년대 중반 의욕적으로 추리소설 시리즈 ‘시그마북스’를 내다 독자층의 저변확대에 실패하고 접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예상 외의 추리소설 인기가 반가울 수밖에. 80년대 손바닥만한 동서추리문고를 128권까지 펴냈던 동서문화사에 요즘 “대학생 때 즐겨 읽던 그 책을 이제 딸과 함께 읽고 싶다”는 독자들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으나 출판사측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추리소설 붐을 그저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복고풍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누가 이 책의 주요 독자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홈즈, 뤼팽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30~40대 독자들, 386세대들이 주 독자층임은 분명하다. 그들은 집에서나 지하철에서 부담 없이 집어들 수 있는 대중적인 교양서를 찾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이 너무 무겁거나 천박하다. 경제·경영·처세 관련 실용서를 빼고 나면 어느 정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 독자들을 만족시킬 책, 특히 소설류가 부족하다. 추리소설은 이 틈새를 파고든다. 홈즈와 뤼팽은 추억의 힘을 빌리고 있지만, 국내 지명도가 떨어지는 레베르테의 경우 지적 유희라는 추리소설의 본령으로 승부한다. 고서적의 비밀을 풀어가는 ‘뒤마클럽’이나 고미술을 둘러싼 미스터리인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사건해결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 안에 담긴 풍부한 전문지식이 우리의 두뇌를 자극한다. 솔직히 ‘뒤마클럽’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들 중 모르는 게 태반이지만 그 자체도 흥미롭다. 우리에게 읽는 즐거움을 돌려준 추리소설의 인기가 그리 쉽게 식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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