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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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74년 ‘새 역사’ 만들다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0-26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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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74년 ‘새 역사’ 만들다
    74회를 맞은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은 21세기를 여는 첫 아카데미이면서 특이하게도 ‘블랙 아카데미’였다. 최우수 남자배우상은 덴젤 워싱턴이, 최우수 여자배우상은 할 베리가 선정되었다. 할 베리는 흑인 미국 여배우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으며 덴젤 워싱턴의 수상도 1963년 시드니 포에티에 이후 흑인 미국 남자배우로는 두 번째 있는 일. 게다가 시드니 포에티에가 이번 시상식에서 흑인으로는 최초로 평생 공로상까지 수상해 그야말로 ‘컬러 피플’의 ‘잔칫날’이 되었다.

    시상식에서 “오 마이 갓!”을 연발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한 할 베리의 감격스런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사실 이런 수상 결과는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매우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상식 직전까지도 ‘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가 작년에 이어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수상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최우수 여자배우상 수상자로는 ‘물랑 루즈’의 니컬 키드먼이 유력하게 점쳐졌기 때문.

    할 베리는 이런 결과를 흑인 배우 전체의 ‘쾌거’로 받아들이는 듯 “이 순간을 앞서간 모든 유색 배우들에게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할 베리는 이미 지난해 12월 열린 미국비평가협회 영화상 시상식에서 ‘몬스터 볼’로 최우수 여자주연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열린 미국영화배우조합(SAG)상(3월10일)에서도 최우수 여자배우 주연상을 수상해 아카데미가 인정할 만한 연기력을 검증받았다(줄리아 로버츠의 경우도 지난해 SAG상과 아카데미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그녀에게 배우 인생 최고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몬스터 볼’(국내 미개봉)은 사형수 남편을 둔 흑인 여성의 이야기로, 할 베리는 이 영화에서 남편을 떠나보낸 뒤 하나뿐인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잃은 ‘레티샤’로 분해, 미국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셨다는 후문. 백인 남성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남편의 사형을 집행했던 교도관임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과 인종갈등 문제가 섞인 러브스토리로 알려져 있는데, 할 베리는 이 작품을 통해 놀라운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 미인대회 출신으로 TV에서 활동해 온 할 베리는 미국 주간지 ‘피플’이 해마다 선정하는 ‘아름다운 50인’에 다섯 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플레이보이’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100인’에 들기도 했다. 2000년 영화 출연작 ‘엑스맨’에서 안개와 번개 등을 부리는 돌연변이 엑스맨 ‘스톰’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반라의 누드로 남자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한 ‘스워드 피시’의 ‘진저’ 역으로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내 가슴이 그렇게 힘 있는 줄 몰랐어요.” 영화에서 옷을 벗은 이후로 점점 잘 나간다며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던 할 베리. 그러나 그녀는 ‘흑인 여배우를 어디에 써야 좋을지 모르는’ 할리우드에서 확실한 자신의 자리를 개척해 왔고 또 지켜가고 있는 보기 드문 여배우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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