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의 품질은 정말 높아진 것일까. 최근 들어 현대뿐 아니라 기아, 대우 등도 자사차에 대한 해외 언론과 공신력 있는 기관의 우수한 평가 내용을 발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달라진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과연 국산차가 선진 메이커들과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인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격전장인 미국에서 한국차에 대한 호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현대가 98년 말 EF쏘나타를 내보내면서부터였다. 이어 2000년에 투입한 그랜저XG와 싼타페의 활약은 현대차의 새로운 이미지를 굳힌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미국의 유력 언론은 전례없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들 차를 소개했고 평가 내용도 좋아 현대차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2월 ‘브랜드에 연연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만5000~3만 달러 가격대의 중형 세단 가운데 XG300(그랜저XG)과 비교할 만한 모델은 없다”며 “현대가 이런 차를 만들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기아 옵티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뉴욕타임스’는 “XG300은 차내 소음이 거의 없고 옵티마는 굽은 길에서 회전 안정감이 도요타의 캠리보다 낫다”며 “한국차가 싸구려 소형차 제조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국의 중형차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외 언론의 이런 평가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산차의 이미지가 확실히 개선되려면 독립된 자동차 평가기관의 계량화된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아야 한다. 우선 안전도 평가는 과거보다 확연히 발전한 부분이다. 2000년 하반기 이후 미국 시장에 투입된 현대의 아반떼XD(수출명 엘란트라), 싼타페, 그랜저XG, 기아의 옵티마 등은 미국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하는 충돌 테스트의 주요 항목에서 별 5개(최고 등급)를 받았다. 96년식 쏘나타가 정면 충돌에서 운전석 별 3개, 측면 충돌에서 앞뒤 좌석 각각 별 1개와 2개를 받은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아반떼도 98년 정면 충돌에서 운전석, 조수석 모두 별 3개를 받았다.
NHTSA 테스트는 시험 결과를 5등급으로 나눠 1∼5개까지 별 표시로 평가한다. 별의 개수가 많을수록 안전도가 높다. 별 5개는 머리와 흉부의 복합 상해치가 10% 미만, 4개는 10∼20%, 3개는 20∼35%, 2개는 35∼45%, 1개는 45% 이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 수출되는 웬만한 자동차들은 NHTSA의 안전도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NHTSA의 평가가 변별력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가 9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평가 방법은 시속 40마일 ‘고속’ 오프셋 충돌시험. 이는 운전자가 실제 충돌시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꺾는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차 정면 부위 중 40% 부위만 부딪친 다음 운전자의 안전도를 평가하는 실험이다.
현대차 아반떼XD는 작년 7월 이 시험에서 4개 등급 중 가장 나쁜 P등급을 받았다. 이에 앞서 기아 세피아 96~2001년형과 대우 레간자 99~2001년형도 같은 등급을 받았다. IIHS가 아반떼XD에 대해 지적한 문제는 에어백이 늦게 펴진다는 점. IIHS측은 이 때문에 충돌 직후 운전자가 운전대에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현대차측은 이런 시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IIHS와 똑같은 시험을 실시하는 유럽 신차평가위원회 평가에서는 IIHS가 제기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품질조사 및 시장조사 전문기관의 소비자 만족도에서도 한국차의 순위는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평가기관 J.D.파워가 지난해 6월 신차 구입 후 2~4개월간 사용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엔진과 운전석 승차감, 공조장치, 안락성, 외관 등 8개 항목별 만족도를 측정한 결과 현대차는 27위로 전년의 34위보다 7단계나 상승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성장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이었다고 J. D.파워측은 설명했다.
특히 그랜저XG는 1000점 만점에 880점을 얻어 중형차 부문에서 조사 대상 25개 차종 가운데 도요타의 아발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싼타페도 소형 SUV 부문에서 15개 차종 중 2위에 올랐으며 소형차 부문의 아반떼XD는 23종 중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국내 메이커를 통해 전해진 평가 결과는 단편적인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자동차 평가 정보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조사기관도 많지만 각 테스트의 평가 항목이 수십개에 이른다. 한 테스트의 특정 항목에 대한 결과만으로 한국차 품질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얘기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J.D.파워의 경우만 해도 평가 내용을 품질지수(IQS), 소비자 만족도, 딜러 만족도, 상품성, 내구성, 정비성, 파이낸싱 등으로 나눠 매년 1~2차례씩 랭킹을 매긴다. 문제는 한국차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의 대부분이 고객 편의와 서비스 품질 및 시간 등을 조사하는 소비자 만족도나 딜러 만족도, 가격 대비 가치를 주로 따지는 상품성 등에 한정된다는 것.
소비자 만족도나 딜러 만족도가 판매 확대에 중요하긴 하지만 차의 품질 평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대부분 국산차가 고급 장비를 모두 장착한 풀 옵션 상태로 수출하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대의 현지 동급 차종보다 좋은 평가를 얻는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품질을 비교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IQS 조사에선 여전히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기 결함지수라고도 불리는 IQS는 신차를 구입해 첫 3개월간 운전한 소비자 4만~5만명의 불만사항을 조사해 100대당 평균 결함 건수를 나타낸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품질이 좋다는 뜻이다.
IQS 조사에서 국산차는 37개 전후의 미국 내 자동차 브랜드 중 그동안 한두 차례를 제외하곤 3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에선 현대가 37개 브랜드 중 32위, 대우는 30위, 기아는 꼴찌를 기록했다. 2000년 조사에서도 기아는 37위로 최하위였고 현대와 대우는 34, 35위에 그쳤다. 현대는 미국 진출 이래 99년 상반기 28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으로 줄곧 31~36위에 머물렀다.
결국 국산차의 품질은 절대적 기준으론 크게 개선됐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로 승부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국산차가 호평을 받으며 판매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격전장인 미국에서 한국차에 대한 호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현대가 98년 말 EF쏘나타를 내보내면서부터였다. 이어 2000년에 투입한 그랜저XG와 싼타페의 활약은 현대차의 새로운 이미지를 굳힌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미국의 유력 언론은 전례없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들 차를 소개했고 평가 내용도 좋아 현대차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2월 ‘브랜드에 연연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만5000~3만 달러 가격대의 중형 세단 가운데 XG300(그랜저XG)과 비교할 만한 모델은 없다”며 “현대가 이런 차를 만들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기아 옵티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뉴욕타임스’는 “XG300은 차내 소음이 거의 없고 옵티마는 굽은 길에서 회전 안정감이 도요타의 캠리보다 낫다”며 “한국차가 싸구려 소형차 제조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국의 중형차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외 언론의 이런 평가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산차의 이미지가 확실히 개선되려면 독립된 자동차 평가기관의 계량화된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아야 한다. 우선 안전도 평가는 과거보다 확연히 발전한 부분이다. 2000년 하반기 이후 미국 시장에 투입된 현대의 아반떼XD(수출명 엘란트라), 싼타페, 그랜저XG, 기아의 옵티마 등은 미국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하는 충돌 테스트의 주요 항목에서 별 5개(최고 등급)를 받았다. 96년식 쏘나타가 정면 충돌에서 운전석 별 3개, 측면 충돌에서 앞뒤 좌석 각각 별 1개와 2개를 받은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아반떼도 98년 정면 충돌에서 운전석, 조수석 모두 별 3개를 받았다.
NHTSA 테스트는 시험 결과를 5등급으로 나눠 1∼5개까지 별 표시로 평가한다. 별의 개수가 많을수록 안전도가 높다. 별 5개는 머리와 흉부의 복합 상해치가 10% 미만, 4개는 10∼20%, 3개는 20∼35%, 2개는 35∼45%, 1개는 45% 이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 수출되는 웬만한 자동차들은 NHTSA의 안전도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NHTSA의 평가가 변별력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가 9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평가 방법은 시속 40마일 ‘고속’ 오프셋 충돌시험. 이는 운전자가 실제 충돌시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꺾는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차 정면 부위 중 40% 부위만 부딪친 다음 운전자의 안전도를 평가하는 실험이다.
현대차 아반떼XD는 작년 7월 이 시험에서 4개 등급 중 가장 나쁜 P등급을 받았다. 이에 앞서 기아 세피아 96~2001년형과 대우 레간자 99~2001년형도 같은 등급을 받았다. IIHS가 아반떼XD에 대해 지적한 문제는 에어백이 늦게 펴진다는 점. IIHS측은 이 때문에 충돌 직후 운전자가 운전대에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현대차측은 이런 시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IIHS와 똑같은 시험을 실시하는 유럽 신차평가위원회 평가에서는 IIHS가 제기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품질조사 및 시장조사 전문기관의 소비자 만족도에서도 한국차의 순위는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평가기관 J.D.파워가 지난해 6월 신차 구입 후 2~4개월간 사용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엔진과 운전석 승차감, 공조장치, 안락성, 외관 등 8개 항목별 만족도를 측정한 결과 현대차는 27위로 전년의 34위보다 7단계나 상승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성장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이었다고 J. D.파워측은 설명했다.
특히 그랜저XG는 1000점 만점에 880점을 얻어 중형차 부문에서 조사 대상 25개 차종 가운데 도요타의 아발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싼타페도 소형 SUV 부문에서 15개 차종 중 2위에 올랐으며 소형차 부문의 아반떼XD는 23종 중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국내 메이커를 통해 전해진 평가 결과는 단편적인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자동차 평가 정보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조사기관도 많지만 각 테스트의 평가 항목이 수십개에 이른다. 한 테스트의 특정 항목에 대한 결과만으로 한국차 품질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얘기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J.D.파워의 경우만 해도 평가 내용을 품질지수(IQS), 소비자 만족도, 딜러 만족도, 상품성, 내구성, 정비성, 파이낸싱 등으로 나눠 매년 1~2차례씩 랭킹을 매긴다. 문제는 한국차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의 대부분이 고객 편의와 서비스 품질 및 시간 등을 조사하는 소비자 만족도나 딜러 만족도, 가격 대비 가치를 주로 따지는 상품성 등에 한정된다는 것.
소비자 만족도나 딜러 만족도가 판매 확대에 중요하긴 하지만 차의 품질 평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대부분 국산차가 고급 장비를 모두 장착한 풀 옵션 상태로 수출하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대의 현지 동급 차종보다 좋은 평가를 얻는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품질을 비교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IQS 조사에선 여전히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기 결함지수라고도 불리는 IQS는 신차를 구입해 첫 3개월간 운전한 소비자 4만~5만명의 불만사항을 조사해 100대당 평균 결함 건수를 나타낸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품질이 좋다는 뜻이다.
IQS 조사에서 국산차는 37개 전후의 미국 내 자동차 브랜드 중 그동안 한두 차례를 제외하곤 3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에선 현대가 37개 브랜드 중 32위, 대우는 30위, 기아는 꼴찌를 기록했다. 2000년 조사에서도 기아는 37위로 최하위였고 현대와 대우는 34, 35위에 그쳤다. 현대는 미국 진출 이래 99년 상반기 28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으로 줄곧 31~36위에 머물렀다.
결국 국산차의 품질은 절대적 기준으론 크게 개선됐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로 승부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국산차가 호평을 받으며 판매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