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18일 세종증권 강변지점에 부임해 증권업계 최초의 30대 여성 지점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김옥순씨(32). 보통 ‘30대 지점장’이라고 하면 30대 후반을 가리키지만 이제 갓 서른둘인 만큼 김씨는 앞으로도 ‘최초’ 타이틀을 몇 개 더 확보할지 알 수 없다.
금융기관이 최고 직장으로 꼽히던 1989년, 김씨는 서울여상을 졸업하고 당시 고려증권 자금팀에 입사해 1994년 4월 결혼과 함께 직장생활을 접었다. 그러나 집에 들어앉은 지 1년도 채 안 돼 그해 12월 세종증권의 전신인 동아증권 업무팀에 다시 입사했다.
“일이 체질인가봐요.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 못 견디겠더라고요.” 직장생활 복귀 후 친정에 맡긴 아들이 보고 싶어 밤마다 울기도 했지만 김씨는 특유의 적극성으로 1997년 IMF 위기를 겪을 때 영업직으로 전환했다. “10년 가까이 증권 영업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도 본격적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일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막상 영업을 시작한 뒤에는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밤잠을 설치고, 잠이 들어도 가위에 눌려 몇 차례씩 깨는 악몽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영업직으로 전환한 뒤 한 번도 휴가를 가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매일매일의 시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마음놓을 수 없었기 때문. 이런 김씨의 책임감은 고객들에게 ‘언제 전화해도 늘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주가 하락으로 일시 손해를 볼 때도 있었지만 고객들은 김씨의 이런 성실성을 믿고 따라줬다. 이런 책임감과 성실성이 최연소 여성 지점장이 되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 김씨가 부임한 강변지점은 지점장을 포함해 6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규모다. 지금까지는 주로 사이버 지점 역할만 했으나 앞으로는 일반 지점으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김씨 역시 “주부의 마음을 아는 주부 지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