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얼마 전 큰 선물을 받았다. 국제광고제 ‘원쇼(One Show)’에서 옥외광고 부문 금상을 수상한 것. 1975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돼 33회째를 맞은 ‘원쇼’는 올해만 해도 60개국에서 2만3825편의 광고가 출품되는 등 칸 국제광고제 못지않은 규모와 명성을 지닌 광고제다.
“(수상을)예상치 못해서 5월 초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어요. 슈퍼마켓이라는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
이번에 상을 받은 광고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옥외광고. 2007년 홈플러스 잠실점 개점을 앞두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사 8개 기둥에 홈플러스 매장 진열대의 사진을 덧씌웠다. 역사에 들어서자마자 대형마트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 것. 제일기획에 따르면, 이 광고는 소비자가 잠실역과 홈플러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예상매출액보다 500%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착각이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으로 광고주를 설득했어요. 상대적으로 브랜드 크기가 작게 나가는데도 광고주가 흔쾌히 응해줘 저희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 수 있었죠.”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이기도 한 그는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생활’을 꼽았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 같지만 “경계나 벽을 허물려고 노력한다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한다. 그 길 찾기의 재미는 그를 20년 가까이 3D 업종이라 불리는 광고판에 머물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광고를 만드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길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있었지만 모르고 있던 길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몸은 힘들어도 저는 여전히 그 길을 찾는 게 재미있어요. 재미없으면 어떻게 버티고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