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엔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연락 안 하는 게 철칙이래.”
“구글 캠퍼스, 소문대로야. 자유롭게 일하고, 공짜 음식 많고.”
“유럽 관광명소가 옆집이나 다름없으니 자주, 저렴하게 유럽여행하며 살더라고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청년들을 만나고 돌아온 ‘주간동아’ 기자들은 한동안 ‘나도 나가고 싶다!’ 신드롬에 시달렸습니다. 야근 없고 연봉 높고 복지까지 좋은 해외 유수기업에서 지구촌 인재들과 어깨를 겨누는 ‘에지(edge)’ 있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멋지잖아요.
하지만 기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고향 떠나 일한다는 게 마냥 신나는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요. 해외취업자들과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이들의 고충은 더욱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직장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얘기 대신, 현지에서 인기 높은 스포츠에 대해 한마디 아는 척을 해야 합니다.
바람이 유난히 쌀쌀한 날엔 한국에 있는 가족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죠.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 현지인보다 늘 뛰어나야 한다는 긴장감, 비자 만료가 가까워올 때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감…. 특히 미혼의 청춘남녀들은 결혼해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사는 한국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언제…’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이들의 해외취업 동기는 다양합니다. 오랜 꿈이어서, 우연한 기회에, 국내 취업이 어렵거나 근무조건이 나빠서, 세계 일류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서…. 동기가 무엇이든 모두 100% 스스로의 결정과 책임 하에 타국에서의 삶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해외생활의 여러 비애에도 이들이 당당하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낀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