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 216쪽/ 1만원
그 후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을 챙기라는 말을 한다. 글쓰기, 강의하기, 사람 만나기 등 할 일도 많은데 무리하다 보면 갑자기 쓰러질 수 있다는 충고였다. 게다가 거의 날마다 술도 마신다고 중계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아직 건강하다. 올해 들어서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싼다. 그런데도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가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뜨끔하다.
이 책의 저자는 건강 전문가가 아니다. 올해 봄 자신의 프로그램을 처음 진행하기 시작한, 우리 나이로 갓 서른의 젊은 방송인이다. 그러니 인생 경험이 대단하다고 하기 힘들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이지만 나는 꽤 괜찮은 건강서라고 결론 내렸다. 스물다섯에 KBS에 입사한 저자는 사랑, 직장, 결혼, 재테크 등에 남들 이상으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건강이 발목을 잡았다.
허리디스크, 위염, 비염, 장염, 결막염 등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종합병원’이 돼갔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수도 없었고, 영화를 보는 일도 힘들어졌다. 소화가 안 돼 배고픔도 배부름도 느끼지 못하고 습관처럼 속이 쓰렸다. 결정타는 평생 없던 아토피 피부염까지 생겨 피딱지와 고름을 달고 다니는 지경에 이른 것.
잘 때는 몸을 긁지 못하도록 팔과 몸통을 끈으로 묶어두기도 했지만 묶었던 것들을 잠결에 다 풀어헤치고 상처 부위를 긁을 정도였다. 의사들은 스트레스가 문제라며 연고를 처방해주고는 그만이었다. 사람들이 무슨 전염병 환자처럼 대하니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졌다. 양의와 한의를 가리지 않고 쫓아다녀봤지만 하나같이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만 했다.
어느 순간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음식을 신경 써서 먹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했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집, 옷, 약, 화장품, 공기, 땅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너 달이 지나자 몸이 조금씩 달라졌다. 허리와 목이 덜 아팠고, 기초화장도 가볍게 하니 피부가 좋아졌다. 연고를 바르거나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딱지가 앉으면서 새살이 돋았다. 복부에 힘이 생기고 소화 기능이 살아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이 아플 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꿈과 희망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생활습관의 사소한 변화가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험을 통해 누구나 실천해볼 만한 지침을 제시한다. 그 지침만 잘 실천하면 ‘몸테크’는 저절로 된단다. 몸테크는 다지기, 세우기, 돋우기의 3단계가 있다. ‘다지기’는 결심의 단계이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저자는 ‘세우기’를 잘하려면 음식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튀기거나 볶기보다는 찌거나 삶거나 굽는다, 삼겹살과 소주 파티의 회식 자리에서도 구운 버섯과 김치, 양파, 된장찌개 등 눈을 크게 뜨고 먹을 만한 음식을 찾는다, 편의점에서 ‘물’ 외의 먹을거리는 사지 않는다, 빵 대신 떡을 즐긴다 등 경험자에게서나 얻을 수 있는 ‘사소한’ 규칙이 적지 않다.
변화의 중심은 습관이다. 충분히 자고, ‘물돼지’가 되고, 화장을 최소한으로 하고, 냉·온욕을 숨 쉬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실천한다. 또 쉬는 시간에는 최대한 전자파에서 벗어나고, 건조한 사무실에서는 가습기나 식물로 습도를 조절한다. 친구들과 산책하거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고, 집 근처를 산책하고, 자기 전에 가벼운 운동을 한다. 약상자를 정리해 쓸모없는 것은 버리고, 천연 소재로 만든 옷을 입는 등 바꿔야 할 습관의 목록도 꽤나 쏠쏠하게 얻을 수 있다.
‘돋우기’를 위해서는 실천한 것 기록하기, 함께하기, 단식 경험하기, 스스로 스트레스 없애기, 화 잘 내기,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책 읽고 여행하기, 미안한 일 만들지 않을 정도로 뻔뻔해지기, 자신을 무조건 사랑하기 등 몸테크 방법론을 실천하라고 당부한다. 저자는 업무상 ‘피부미인’ 연예인을 많이 만나는데 그들은 늘 물통을 들고 다닌다고 한다. 그들은 잠과 운동, 물 마시기의 삼박자가 깨지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데 동의한단다. 건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처럼 젊어서부터 사소한 것들을 실천할 때 평생의 건강이 보장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