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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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병 사러 분당까지…” 판교의 불편

입주율 80% 불구 상업시설 태부족 … 수도권 신도시들도 ‘베드도시’ 우려

  •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ceo@sangganews.com

    입력2009-08-19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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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한 병 사러 분당까지…” 판교의 불편

    판교 입주가 완료되는 내년 초에도 상업시설은 크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로의 뛰어난 접근성 때문에 사업 초기부터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던 판교 신도시. 현재 입주율 80%를 넘어서면서 올 초 제기된 ‘유령도시’의 우려는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신도시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상가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 상업용지가 도로변을 따라 밀집한 서판교 지역 운중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준공된 상업시설이 전무할뿐더러, 공사가 임박했음을 상징하는 울타리가 둘러쳐진 현장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량하다.

    이미 1만여 가구의 입주가 완료됐음에도 판교 주민들은 장을 보기 위해, 병원에 가기 위해 인근 분당이나 서울로 원정을 가야 하는 형편이다.

    잠만 자는 반쪽짜리 신도시 불 보듯

    2007, 2008년 실시된 판교 신도시 상업용지 입찰에서 중심상업용지(21필지)는 내정의 2배가 넘는 고가에 100% 낙찰됐다. 근린상업용지(45필지)와 근린생활시설용지(66필지)도 내정가보다 1.5배 비싸게 낙찰됐다. 지난 6월 입찰된 재공급분 9필지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가에 100% 낙찰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상업용지가 원활하게 공급됐는데도 현재 판교에서 상업시설 착공이 이뤄진 현장은 전체의 10%에 그친다. 이 때문에 판교 신도시 입주가 완료되는 내년 초에 맞춰 준공 가능한 상업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될 전망이다. 즉, 내년에도 판교 입주민들의 생활 불편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얘기.

    시선을 다른 신도시들로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래도 판교는 상업용지가 100% 낙찰됐기 때문에 속도는 더딜지언정 언젠가 상업시설이 충분히 공급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신도시들의 상업용지는 낙찰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오직 ‘집’들만 덩그러니 있는 나쁜(bad) 베드(bed)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파주, 오산 세교, 인천 영종, 광명 소하 등 수도권에 개발 중인 주요 신도시들의 2009년 상업용지 공급 실적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표 참조).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인천 청라지구도 올해 공급된 상업용지 가운데 27% 정도만 주인을 만났다. ‘강북의 판교’로 불리던 고양 삼송도 낙찰률이 29% 수준에 그쳤다(표 참조). 이런 추세라면 이 지역들은 오직 주거만 가능한 반쪽자리 신도시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상업용지 분양 실적이 저조하고 분양된 땅에서조차 상업시설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지난해 닥친 미국발(發) 금융한파 때문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위축되면서 상업용지를 확보한 사업자들의 자금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그 결과 용지 대금을 연체하거나 공사 착공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현장이 늘었고, 사업자들은 신규 공급되는 상업용지 매입을 주저하기 시작했다.

    이런 자금 경색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신도시 개발사업에서의 좀더 근본적인 문제들도 지적된다. 먼저 택지지구의 용지 공급방식에 주목해보자. 용지를 공급하는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은 입찰가격을 자신이 정한 내정가보다 높게 써낸 사업자에게 용지를 분양한다. 이런 방식은 사업자 간 과열 경쟁을 낳아 낙찰가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이는 결국 상업용지의 사업성 저하로 이어진다. 판교 중심상업용지가 대표적인 예다. 내정가보다 2배나 비싸게 낙찰돼 수익성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신도시 개발의 ‘순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도로공사 지연, 노선 변경 등으로 교통 여건이 갖춰지기도 전에 아파트와 상가가 공급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 입주율이 저조해지고, ‘배후 수요’의 부족으로 상권 형성도 어려워진다.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업용지를 낙찰받아 상업시설을 건축하는 사업자들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생활대책용지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생활대책용지란 영업, 영농 보상의 일종으로 보상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19.8~26.4㎡ 규모의 상업용지 지분(일명 ‘상가 딱지’)을 일컫는다. 그런데 보상 대상, 대상 토지, 전매제한 여부 등 그 시행 방법이 택지지구별로 제각각인 탓에 택지지구마다 지분 양도 문제로 시끄럽다. 또 상가 딱지를 가진 사람들이 조합을 구성해 상업용지를 개발해야 하는데, 조합 구성이 쉽지 않다 보니 결국 상가 공급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물 한 병 사러 분당까지…” 판교의 불편
    판교의 경우, 전체 상업용지 중 절반이 넘는 73개 필지가 생활대책용지다. 상당수 현장이 조합 내 자금 문제, 조합원 분양분 배정 문제 등에 휘말려 상가 공급을 못하고 있는 실정. 바로 이런 문제들이 ‘판교의 불편’을 낳고 있는 것이다.

    생활대책용지 제도 부작용 해소 절실

    반쪽짜리 도시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 판교를 반면교사 삼아 신도시 개발에 대한 제도적 정비 작업이 시급하다. 먼저 교통 인프라를 확충한 뒤 택지를 공급해야 한다. 최고가 입찰자에게 낙찰되는 용지 공급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입찰가의 상한선을 규정하는 동시에 입찰자의 자금계획, 상업시설 예상 분양가, 상업시설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평가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생활대책용지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오로지 잠만 재워주는 베드도시를 진정한 도시라 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상권이 형성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신도시 건설을 위해 정부와 공급 주체의 제도 보완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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