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회관의 바싹불고기(위)와 낙지구이.
어르신들은 추억이라 여기고 가끔 찾기도 하지만 이제는 좋은 재료들과의 경쟁에서 도태해 사라지고 있는 멸종 직전의 음식이라 주변에서 취급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옛날 쇠고기 구이집들은 너구리 잡듯 가득한 연기로 고통을 주기 십상이라 상당수는 주방에서 다 구운 뒤 접시에 담아내는 식으로 장사를 했다.
요즘은 상에서 직접 구워도 문제없는 배연장치 덕분에 식탁 굽기가 일반화해, 옛날식 접시 고기구이집은 숫자가 줄고 대부분이 뒷골목으로 물러나 앉았다. 옛날식 쇠갈비 접시구이의 대표 업소로는 을지로의 조선옥(02-2266-0333)이 유명하다.
달달한 양념에 연탄구이의 고소함을 즐기는 연세 지긋한 단골들이 꾸준히 자릴 지켜주고는 있지만, 기름덩어리를 잘 손질하지 않고 내는 데다 꽤나 무뚝뚝한 응대에 먹다 보면 식어버리는 접시고기의 특성까지 겹쳐 젊은 층의 발길이 드물어져 하동관과는 달리 이 집의 미래를 밝게 점칠 수만은 없다.
흡사 TV ‘가요무대’에 나온 초고령 원로가수들의 쓸쓸한 옛 히트곡을 듣고 있는 듯한 심정이다. 가수와 함께 나이 먹는 소수의 팬이 떠나고 나면 그 노래는 잊히고 말 노릇이니. 반면 같은 뿌리에서 탄생한 바싹불고기는 쇠고기를 잘 다져 양념한 후 연탄불에 얇게 구워 접시에 얹어내는데 맛과 질감에서 경쟁력을 갖기에 앞으로도 장수할 여지가 충분하다.
여러 전문점 중 역전회관(02-703-0019) 것이 특히 맛있다. 같은 형식으로 야들하게 구워내는 이 집의 낙지도 좋다. 대부분의 메뉴가 기본 이상의 맛을 내니 방문을 권한다. 용산역 앞에 있어서 붙은 상호지만 역전 홍등가의 불빛을 피해 지금은 마포로 이사 와 주위 여건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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