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정은숙</b> | 시인·마음산책 대표
야근을 거듭해도 언제 정규직이 될지 알 수 없는 비정규직 직장인의 숙제에서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지만 하루가 버거운 상인들의 토로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동하기 전의 깊은 어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초위험 사회와 초불안 사회를 사는 한국인의 초상화가 잘 드러나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에 대한 갈증이 더 높아진다고 하겠다. 그런데 그 대안은 잘 짚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불안사회를 극복하는 방식을 시리즈로 기획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이 밖에 고(故) 최진실 씨의 죽음 이후를 다룬 ‘포커스’도 눈길을 끌었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불안, 조울적인 증상과 맥락을 같이하는 내용이었다. 사회 전체가 그동안 욕망 증식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욕망의 절제 혹은 욕망의 자기관리 쪽 삶에는 등한시했던 업보를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촉구한 의미 있는 기사였다.
죽음 문턱까지 내모는 ‘사채의 굴레’ 기사도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와 유관하면서, 최씨의 죽음과 관련해 일독할 만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