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영희 엄마는 갱년기 우울증이 심해서 병원에 다닌대.”
B: “그래? 나도 한동안 정말 고생했는데….”
A: “자기는 어떻게 치료했어?”
B: “나는 ○○○약 먹고 금방 좋아졌지.”
(이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C : “그게 무슨 약이라고요?”
혹시 찜질방 같은 곳에서 옆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무심히 듣고 있다가 솔깃한 정보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끼어든 적이 있는지. 당신은 머쓱했겠지만 그 사람들은 무척 반가워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이 ○○○약을 입소문 내는 전문 이야기꾼들이라면.
입소문 마케팅은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숨어 있다. 남들의 대화에 자발적으로 끼어들도록, 혹은 적어도 그 대화에 귀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상황은 찜질방, 지하철, 식당, 아파트상가 등 주변 도처에서 전개되고 있다. 당신이 갖고 있는 ‘○○ 숙취해소 음료의 효과가 뛰어나다’ ‘△△△ 브랜드가 요즘 강남에서 매우 인기 있다’ 등의 정보는 사실 과학적으로 설계된 입소문 마케팅에 의해 주입된 것일 수도 있다.
입소문이 마케팅 전략의 주요 이슈로 부각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소문 마케팅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직접적으로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제품, 이미 몇 개의 대표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능과 기술로 도전을 시도하는 제품, 그리고 한동안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조용히 있다가 다시 혁신적인 리뉴얼에 성공한 제품 등이 주로 입소문 마케팅을 애용한다. TV나 인쇄매체 광고에 여러 제약을 받거나, 이런 대중매체로는 제품의 장점이나 변화를 충분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품 성능은 기본 … 이야기꾼 선정 중요
광고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회자되는 것은 2000년 르노삼성의 SM5에 대한 입소문 마케팅이다. 삼성자동차가 르노에 인수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겼던 우려를 르노삼성은 택시운전기사들의 ‘입’을 통해 불식했다. 자동차를 가장 잘 알고,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택시기사 이상은 없다. 택시기사들은 승객들에게 “SM5는 소음이 적고 승차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연비도 좋다. A/S도 참 잘해준다”고 얘기했고, 이는 소비자 전반에 SM5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입소문이 강력한 효과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영업사원과 택시기사가 똑같이 “이 차 정말 좋아요”라고 말할 때 우리가 보이는 심리적 반응은 상당히 다르다. 영업사원에게는 ‘차를 팔려고 그러겠지’라는 의심(일종의 심리적 방어)을 갖게 되지만, 택시기사의 말에는 믿음과 확신을 갖게 된다. 이런 확신이 분명해지는 것은 택시기사나 주변 사람의 말은 일종의 ‘사실’이라는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 들어봤어?”라고 입소문을 내는 것도 사실이라는 증거를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소문은 바로 이 같은 심리적 특성을 활용하는 마케팅 기술이다.
그러나 소문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고, 둘째 그 이야기가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 핵심 항목이 시사하는 것은 ‘소비자들이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갱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언니에게 이 증세에 좋다는 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배길 수 있는 여성이 몇이나 되겠는가.
다음으로는 ‘이야기꾼(Talker)’의 선정이 중요하다. 이야기꾼 스스로가 이야기에 가치를 느끼고 그것을 전파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어야 한다. 르노삼성과 달리 모 음료회사는 택시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에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기사들은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기지만, 음료수 얘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VVIP를 타깃으로 한 입소문 마케팅은 그 집단의 사회적 연결고리를 따라 이뤄지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사회적 연결고리가 강하면 강할수록 소수의 이야기꾼이 미치는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퍼뜨리는 방법은 이야기 주제에 따라, 이야기꾼이 누구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서두에서 예를 든 것처럼 찜질방 손님으로 가장할 수도 있고, 인터넷 정보 검색에 Q·A로 남겨놓을 수도 있다(그러나 이 방식은 이미 과잉상태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개인의 경험담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통해 메시지 전달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방법도 애용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꾼으로 모집해 실시한, 모 인테리어 회사가 새로 출시한 제품의 사례를 보자.
(인테리어 매장을 방문한) 미스터리 쇼퍼 : “△△△ 제품 좀 보여주세요.”
점원 : “그것보다 더 잘나가는 제품을 보여드릴게요.”
미스터리 쇼퍼 : “우리 옆집에서 △△△ 제품을 구입했는데 너무 좋아서 보러 왔는데요. 여긴 그거 안 파나요?”
매장 점원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 점원에게 신규 제품은 꽤나 소비자 반응이 좋은 제품으로 각인됐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점장에게 이 제품 판매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했을 것이다. 미스터리 쇼퍼가 점원과 대화할 때 매장 안에 다른 손님들도 있다면 이 전략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아무렇게나 꾸며낸 이야기는 성공 불가
입소문의 효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다. 매장에서 소비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거나, 인터넷에 남겨진 경험담을 확인해본다거나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는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더 전문적으로는 이야기꾼의 이야기 전달 과정을 일정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방법이 있다.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전달됐나(빈도), 누구에게 전달됐나(타깃), 어떤 이야기로 전달됐나(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남겨진 메시지가 소위 ‘퍼나르기(펌)’형식으로 계속 이어진 과정을 추적해보면 다양한 입소문 동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설계되고 효율적으로 전달된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의 예는 많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꾸며낸 이야기는 절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모 제약사의 치료제가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빠르다는 입소문을 내려 한다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르노삼성의 경우도 실제로 고객의 불만과 요구를 수집하고 신속한 A/S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사람들은 금방 거짓으로 탄로날 정보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제품이 좋다는 평가는 틀렸다’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 흘러다닐 위험이 있다. 정말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글쓴이 황정훈은 서울대 심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회사인 ㈜퍼플인사이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B: “그래? 나도 한동안 정말 고생했는데….”
A: “자기는 어떻게 치료했어?”
B: “나는 ○○○약 먹고 금방 좋아졌지.”
(이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C : “그게 무슨 약이라고요?”
혹시 찜질방 같은 곳에서 옆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무심히 듣고 있다가 솔깃한 정보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끼어든 적이 있는지. 당신은 머쓱했겠지만 그 사람들은 무척 반가워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이 ○○○약을 입소문 내는 전문 이야기꾼들이라면.
입소문 마케팅은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숨어 있다. 남들의 대화에 자발적으로 끼어들도록, 혹은 적어도 그 대화에 귀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상황은 찜질방, 지하철, 식당, 아파트상가 등 주변 도처에서 전개되고 있다. 당신이 갖고 있는 ‘○○ 숙취해소 음료의 효과가 뛰어나다’ ‘△△△ 브랜드가 요즘 강남에서 매우 인기 있다’ 등의 정보는 사실 과학적으로 설계된 입소문 마케팅에 의해 주입된 것일 수도 있다.
입소문이 마케팅 전략의 주요 이슈로 부각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소문 마케팅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직접적으로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제품, 이미 몇 개의 대표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능과 기술로 도전을 시도하는 제품, 그리고 한동안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조용히 있다가 다시 혁신적인 리뉴얼에 성공한 제품 등이 주로 입소문 마케팅을 애용한다. TV나 인쇄매체 광고에 여러 제약을 받거나, 이런 대중매체로는 제품의 장점이나 변화를 충분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품 성능은 기본 … 이야기꾼 선정 중요
광고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회자되는 것은 2000년 르노삼성의 SM5에 대한 입소문 마케팅이다. 삼성자동차가 르노에 인수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겼던 우려를 르노삼성은 택시운전기사들의 ‘입’을 통해 불식했다. 자동차를 가장 잘 알고,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택시기사 이상은 없다. 택시기사들은 승객들에게 “SM5는 소음이 적고 승차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연비도 좋다. A/S도 참 잘해준다”고 얘기했고, 이는 소비자 전반에 SM5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입소문이 강력한 효과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영업사원과 택시기사가 똑같이 “이 차 정말 좋아요”라고 말할 때 우리가 보이는 심리적 반응은 상당히 다르다. 영업사원에게는 ‘차를 팔려고 그러겠지’라는 의심(일종의 심리적 방어)을 갖게 되지만, 택시기사의 말에는 믿음과 확신을 갖게 된다. 이런 확신이 분명해지는 것은 택시기사나 주변 사람의 말은 일종의 ‘사실’이라는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 들어봤어?”라고 입소문을 내는 것도 사실이라는 증거를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소문은 바로 이 같은 심리적 특성을 활용하는 마케팅 기술이다.
그러나 소문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고, 둘째 그 이야기가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 핵심 항목이 시사하는 것은 ‘소비자들이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갱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언니에게 이 증세에 좋다는 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배길 수 있는 여성이 몇이나 되겠는가.
르노삼성은 2000년 택시기사들이 자동차 성능을 입소문 낼 최적의 이야기꾼이라는 점을 포착해 마케팅 성공을 거뒀다.
이야기를 퍼뜨리는 방법은 이야기 주제에 따라, 이야기꾼이 누구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서두에서 예를 든 것처럼 찜질방 손님으로 가장할 수도 있고, 인터넷 정보 검색에 Q·A로 남겨놓을 수도 있다(그러나 이 방식은 이미 과잉상태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개인의 경험담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통해 메시지 전달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방법도 애용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꾼으로 모집해 실시한, 모 인테리어 회사가 새로 출시한 제품의 사례를 보자.
(인테리어 매장을 방문한) 미스터리 쇼퍼 : “△△△ 제품 좀 보여주세요.”
점원 : “그것보다 더 잘나가는 제품을 보여드릴게요.”
미스터리 쇼퍼 : “우리 옆집에서 △△△ 제품을 구입했는데 너무 좋아서 보러 왔는데요. 여긴 그거 안 파나요?”
매장 점원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 점원에게 신규 제품은 꽤나 소비자 반응이 좋은 제품으로 각인됐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점장에게 이 제품 판매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했을 것이다. 미스터리 쇼퍼가 점원과 대화할 때 매장 안에 다른 손님들도 있다면 이 전략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아무렇게나 꾸며낸 이야기는 성공 불가
입소문의 효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다. 매장에서 소비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거나, 인터넷에 남겨진 경험담을 확인해본다거나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는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더 전문적으로는 이야기꾼의 이야기 전달 과정을 일정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방법이 있다.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전달됐나(빈도), 누구에게 전달됐나(타깃), 어떤 이야기로 전달됐나(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남겨진 메시지가 소위 ‘퍼나르기(펌)’형식으로 계속 이어진 과정을 추적해보면 다양한 입소문 동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설계되고 효율적으로 전달된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의 예는 많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꾸며낸 이야기는 절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모 제약사의 치료제가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빠르다는 입소문을 내려 한다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르노삼성의 경우도 실제로 고객의 불만과 요구를 수집하고 신속한 A/S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사람들은 금방 거짓으로 탄로날 정보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제품이 좋다는 평가는 틀렸다’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 흘러다닐 위험이 있다. 정말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글쓴이 황정훈은 서울대 심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회사인 ㈜퍼플인사이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