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구 작, 남해, 2007,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 11x14 인치.
정연두, 구본창, 권부문, 김도균, 강운구 씨 등 작품 선보여
지난해 38세 나이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최연소로 등극했던 사진작가 정연두의 개인전 ‘수공 기억’이 서울 삼청동길 초입 국제갤러리(11월15일까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2001년 발표한 ‘보라매 댄스홀’ ‘내사랑 지니’, 2004년의 ‘원더랜드’, 2006년의 ‘로케이션’ 연작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비디오와 설치 분야까지 확장됐습니다. 총 6점의 동영상과 사진으로 구성된 ‘수공 기억’ 연작은 작가가 직접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을 인터뷰한 다음, 기억을 재현해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작품은 ‘타임캡슐’이죠! 1층에 거대하게 부풀려 있는 빨간 알약 안에 단돈 2000원을 넣으면 서울의 향수 어린 풍경과 함께 찍힌 즉석사진을 기념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소격동에는 여러 갤러리가 있는데 그중 트렁크갤러리는 사진작가 박영숙 씨가 운영하는 사진 전문 화랑입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구본창의 개인전(11월4일까지)이 열리고 있습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누드를 촬영한 인화지를 재봉하거나 머리카락을 액자 안에 넣는 등 구본창의 작품 초기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전시입니다. 하지만 구본창 작가는 이번 가을, 자신의 개인전보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은데요. 바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았기 때문이죠. 이번 사진비엔날레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통을 이어온 도시 대구에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입니다. 국내 사진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인 만큼, 비엔날레가 다가오면 서울에 있는 전문 사진현상소까지 거의 마비 상태라고 합니다. 대구 컨벤션센터 엑스코(10월31일~11월16일)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크게 주제전 ‘내일의 기억’과 여러 개의 특별전으로 나뉩니다. 주제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고, 특별전 중 ‘동북아시아 100년’전에서는 19세기에 촬영한 진기한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섹션을 위해 미국의 클락 월스윅 컬렉션이나 프랑스의 기메 박물관, 독일의 헤어초크 재단 등 곳곳에서 어렵게 작품을 빌렸다는 후문이 들리더군요. 이참에 큰마음 먹고 대구에 한번 가보시는 건 어떨지요? 서울의 경우 KTX를 타면 2시간 조금 더 걸리니까 갈 만하다고요.
정연두 비디오 설치작품, ‘수공 기억-육간대청’, 2008, 구본창, ‘기억의 회로3’, 1988, Yannis Kontos, 2005(왼쪽부터).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사진 기대주로 꼽히는 김도균의 개인전(갤러리2, 11월8일까지)과 주부의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이번에는 고춧가루) 방명주의 개인전(샘터갤러리, 10월31일~11월19일)도 덧붙여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흑백사진을 좋아하는 분께는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을 촬영해 7년 만에 개인전을 연 강운구 작가의 전시회(한미사진미술관, 12월6일까지)를 ‘강추’하며, 이만 구보 씨는 글 쓰며 핼쑥한 얼굴을 남기기 위해 휴대전화 셀카를 찍으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