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박해윤 기자]
尹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기업도 유치”
이에 ‘주간동아’는 3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을 만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와 관련 된 부동산 투자 분석 및 재테크 포인트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김 소장은 “부동산 가치 판별의 핵심 기준은 ‘일자리’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지역에 거주시설, 상업시설이 함께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수백조 원 투자가 몰릴 용인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미래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15개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부동산 투자는 일자리 증가 전망 등 입지의 미래가치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 ‘지방 소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특히 지방에선 시세가 많이 빠지고 미분양 물건이 쌓이는 등 우울한 상황이었다.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면서 ‘희망이 안 보인다’는 걱정이 적잖았다. 따라서 이번 발표가 상당히 고무적인 뉴스로 보인다.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향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 지역 대부분이 아직은 ‘청사진’ 수준인데.
“전국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국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민간기업 투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용인시 남사읍 일대는 개발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 외에 다른 산업단지 예정지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액션 플랜이 나오진 않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시장 반응은 어떤가.
“아직 이렇다 할 큰 움직임은 없다. 다만 대표적 수혜지인 용인 일대가 주목받고 있다. 가령 남사읍에서 유일한 대단지 아파트에 이목이 쏠린다. 한 아파트 실거래가 플랫폼에선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단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단지는 그간 쌓였던 급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투자 몰리는 용인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는 것은 용인과 인근 지역에는 그야말로 부동산 호재다. 클러스터 내 여러 공장과 연구시설을 이어줄 교통망과 임직원 주거시설, 이들을 위한 생활 기반시설이 함께 건설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와 별개로 용인에는 이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가동 중이고, 처인구 원삼면에는 SK하이닉스가 416㎡(약 126만 평)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도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를 환영하고 후속 대책에 나섰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국가 미래를 좌우할 반도체산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반도체 도시’ 용인의 도로·철도망 등 교통 인프라, 반도체 기업 근로자를 비롯한 시민을 위한 생활 인프라가 더 갖춰져야 한다”면서 “시 차원에서도 많은 투자를 하겠지만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교통 인프라 확충 등에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 불가결한 만큼 정부와 협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산단 부대시설용 토지 주목”
삼성전자의 투자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인 경기 용인시 남사읍 일대 전경. [뉴시스]
“그렇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일반인의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실제 공장이 생기는 부지 말고도 부동산 투자 면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있다. 가령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여기에 필요한 도로와 인터체인지(IC)가 생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 말고, 부대시설로 이용할 만한 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 토지의 경우 대부분 이미 호재가 반영됐고 당장 매물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 매물을 빠르게 매수하기 어렵다면 경매로 나온 물건을 눈여겨볼 수 있다.”
투자 포인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반도체 클러스트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단번에 오픈하지 않고 각 공장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 것이다. 설비 완공에 맞춰 도로망도 점차 확충될 것이다. 공장이 개설될 때마다 도로망을 중심으로 인근에 투자할 물건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당장 큰길이 아니어도 2~3차선에 접한 부지 가운데 상가 조성이 가능한 곳을 선점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런 곳에 일단 편의점을 세팅한 후 운영이 부담스럽다면 매도할 수도 있다. 행정구역상 남사읍이 아니어도 도로망 연선에서 투자 포인트를 잡는 게 팁이다.”
토지 투자는 아파트보다 까다로울 듯한데.
“타당한 지적이다.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에선 가장 쉬운 투자 대상이다. 상품이 검증됐고 시세도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이다. 특정 입지에 일정한 상품성을 지녔다면 시세가 얼마인지 감을 잡기도 쉽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호재를 보고 투자자 대부분이 아파트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 호재라도 실제 공장이 들어서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아파트 수요가 생겨야 한다. 그만큼 아직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안이니 시기적으로 지나치게 이른 투자는 지양하는 편이 좋다. 토지 투자는 적정 가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난도가 상당히 높다. 면적이 같고 인접한 토지라도 가격이 3~4배 차이 나기도 한다. 토지 용도나 규제에 따라 시세가 천차만별이다. 토지 투자는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아파트 투자에 비해 난도가 높으므로 충분히 공부한 후 뛰어들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내부의 시너지 효과 주목”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①용인 “남사읍에 인접한 지역이 모두 큰 호재를 맞았지만 향후 미래가치는 제각각일 것이므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 공장이 들어서는 행정구역뿐 아니라, 향후 직원들이 실제 어디에 살면서 출퇴근할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 용인에는 이미 좋은 주거 입지가 많다. 수지구, 기흥구에 교육환경과 교통망,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주거지가 있다.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 지역 부동산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②성남 “판교는 원래 수요가 많고 비싼 입지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생기면 시너지 효과로 수요가 더 몰릴 것이다. 대규모 호재에 따른 부동산 수요는 실제 개발 예정지뿐 아니라, 넓은 권역에서 최고 입지로 향하기도 하는데, 판교가 이에 해당된다. 최근 판교에서도 좋은 입지, 인기 있는 단지 중 가격이 많이 내린 곳이 있다. 향후 경기 남부의 추가 개발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금이 좋은 진입 타이밍일 수 있다.”
③화성 “대규모 공장과 주거지, 부동산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선례와도 같은 지역이다. 화성은 삼성전자 사업장을 품고 있고, 전통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수원시엔 삼성전자 본사 등 대규모 사업장이 자리한다. 화성에서 가장 인기 높은 주거지인 동탄신도시에 삼성전자나 관계사 임직원이 많이 산다. 이천시에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직원 중 상당수도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동탄에 거주한다. 도로로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데다, 학교와 학원가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④평택 “지난 1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조정됐다.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높은 입지는 고덕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섰고 향후 추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고덕은 분양 당시 인기가 높았고 입주할 때 피(p·프리미엄)도 많이 붙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무(無)피’ 물건이 나오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공장이 있어 반도체 경기나 부동산 시황이 좋아지면 시세가 반등할 입지다. 낙폭이 과도한 단지를 확인해보면 좋다.”
각종 개발 계획에도 아직 부동산시장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매수심리 침체가 올해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당장 장밋빛 호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냉철한 미래가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김 소장의 조언이다. 그는 “최근 전국적으로 대규모 개발 호재가 여럿 나오고 있는데, 부동산 투자 측면에선 이 중 어느 것이 현실화될지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개발 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이 ‘핫’하진 않아도 정상적으로 거래돼야 국가 경제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투기를 조장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각종 기반시설 건설이다. 따라서 향후 개발 호재가 계속 발표되고 부동산 규제도 더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개발 계획 발표가 일부 나올 여지도 있으므로 이를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개발 호재에 따른 부동산 투자를 고려한다면 개발 주체와 확정된 예산이 있고 이를 뒷받침할 시장 수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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