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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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 한국에서 통할까

[조진혁의 Car Talk] 9000만 원 넘는 ‘시에라 드날리’ 국내 출시 이틀 만에 100대 완판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3-03-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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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C의 시에라 드날리. [GMC 홈페이지 캡처]

    GMC의 시에라 드날리. [GMC 홈페이지 캡처]

    느닷없이 픽업트럭이 인기다. 트렌드라고 부르기엔 이른 듯하나, 수입 픽업트럭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출시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풀사이즈 픽업트럭까지 등장했다. 사실 한국의 비좁은 도로와 그것보다 더 좁은 주차칸에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과해 보인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국내 상용차 시장에는 봉고와 포터라는 걸출한 트럭이 버티고 있다. 적재 능력은 북미 픽업트럭보다 월등하고 가격은 저렴하다. 수입 픽업트럭들이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는 기능만큼 감성도 중요하지 않은가. 짐을 실어 나른다는 트럭의 목적을 제외하고, 픽업트럭을 보면 라이프스타일이 부각된다.

    레트로는 마법 같은 개념이다. 먹을 것, 입을 것, 탈것 등 어느 것과 결합해도 조화를 이룬다. 특히 디자인 유행 주기가 다른 소비재보다 긴 편에 속하는 자동차는 레트로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많다. 외형에 고전적 감각이 적용된 자동차는 언제나 관심을 받는다. 픽업트럭도 그렇다.

    3월 31일 개막하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레트로 감성의 전기 픽업트럭이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알파모터’가 세계 최초로 선보일 4인용 픽업트럭 ‘울프 플러스’와 ‘울프’는 1970년대 픽업트럭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에 현대적 디자인을 적용했다. 여기에 LED(발광다이오드) 램프 등 미래적 코드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고전적 감성이 담긴 최신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정보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싱글 모터 후륜구동과 듀얼 모터 사륜구동,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 402~443㎞만 알려졌다. 독특한 디자인과 성능뿐 아니라 픽업트럭이라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레트로 감성 담은 전기 픽업트럭 공개

    우리에게 픽업트럭은 생소한 분야는 아니다. 한국 도로 환경에 맞게 만들어낸 픽업트럭이 꾸준히 있어왔다. 쌍용자동차는 2002년 ‘무쏘 스포츠’에서 시작해 2006년 ‘액티언 스포츠’, 2012년 ‘코란도 스포츠’,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으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이끌어왔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총 판매량 2만9685대 중 94.1%인 2만7962대가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였다. 다음으로는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2929대), 포드 ‘레인저’(618대), 지프 ‘글래디에이터’(566대) 순이었다. 이처럼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한 브랜드가 독점할 정도로 작았다. 픽업트럭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쌍용자동차보다 더 좋은 ‘가성비’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감성도 중요하고, 때로는 비싸고 호화로운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카드를 내세운 수입 픽업트럭이 국내 시장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 배경이다.



    국내 프리미엄 픽업트럭 시장을 선도한 것은 미국 GMC다. GM의 프리미엄 픽업트럭 및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브랜드인 GMC는 2월 국내 시장에 진출해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 초기 물량 100대를 이틀 만에 완판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과 9330만 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프리미엄 픽업트럭 수요가 많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시에라 드날리는 그동안 한국에 출시된 수입 픽업트럭과는 크기부터 편의사양까지 모두 달랐다. 전장 5890㎜, 전폭 2065㎜, 전고 1950㎜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며, 전면 그릴을 꽉 채운 크롬 장식은 거대한 차체의 존재감을 부각한다. 여기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6펑션 멀티프로 테일게이트는 적재함 활용성을 높이고, 부드러운 가죽과 천연 우드, 알루미늄 크롬으로 마감한 실내는 호화롭다. 6.2L 8기통 자연흡기 직분사 엔진은 강력한 출력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성능은 고급 SUV 못지않으며, 적재함을 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장점까지 더했다.

    포드는 픽업트럭의 원조다. 2021년 국내에 ‘레인저 랩터’와 ‘와일드트랙’을 출시하면서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바 있다. 1월에는 4세대 ‘넥스트 제너레이션 포드 레인저’를 출시해 기존 포드 레인저의 디지털 편의성 부족을 크게 개선했다. 1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오프로드 주행 시 시야에 보이지 않는 노면 상태를 보여주는 블라인드 스폿 모니터링 기능과 전방 감지 시스템이 적용됐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두드러진 수입 픽업트럭은 쉐보레 ‘콜로라도’다. 2019년 출시해 1월까지 1만 대 이상 판매됐다. 장점은 강력한 견인력과 스웨이 컨트롤,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트레일러 기술이다. 디자인과 편의성 모두 업그레이드한 3세대 풀체인지 콜로라도 모델이 올해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상용차로 분류돼 연간 세금 2만8000원 불과

    픽업트럭이 국내에서만 화제인 것은 아니다. 픽업트럭 본고장인 북미 지역에서는 색다른 픽업트럭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형 픽업트럭은 테슬라가 오래전 공개한 사이버트럭이다. 승용차 위주의 전기차 시장에서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의 존재는 다른 완성차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SUV도 아닌 더 큰 체급을 전기차로 만든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테슬라는 3월 초 ‘투자자의 날’을 열어 사이버트럭을 연내 출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사실 테슬라 이전에 세계 최초로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한 곳은 포드다.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은 전기차 기업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모델로, 예약만 20만 대를 넘기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F-150 라이트닝 외에도 ‘램 1500 레볼루션’ 콘셉트가 공개됐고 리비안의 ‘R1T’, 기아의 ‘TK1’ 등 다른 전기 픽업트럭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트럭은 더 많은 짐을 옮기겠다는 목적을 지닌 모빌리티다. 픽업트럭 역시 짐 운반이나 토목·건축 분야에서 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강력한 사륜구동 시스템과 견인력, 넓은 좌석과 편의 기능으로 무장한 픽업트럭은 생산 현장을 떠나 레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험로 주행과 안정적인 고속 주행, 호화로운 실내 디자인, 넉넉한 적재 용량은 SUV보다 더 실용적이다. 낚시와 골프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픽업트럭의 성능과 확장성이 SUV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여기에 높은 가성비도 픽업트럭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픽업트럭은 상용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2만8000원에 불과하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는 면제되고, 취득세도 승용차보다 적어 구매 장벽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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