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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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연봉 ‘AI 훈련사’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뜬다

‘꼬리 질문’으로 AI 성능 고도화하는 직업… 코딩 능력보다 언어 구사력·상상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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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3-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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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글쓰기 솔루션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3월 15일 공개한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 공고(위).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2월부터 모집 중인 프롬프트 엔지니어 직군 채용 공고 중 일부.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앤스로픽 채용사이트 캡처]

    인공지능(AI) 글쓰기 솔루션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3월 15일 공개한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 공고(위).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2월부터 모집 중인 프롬프트 엔지니어 직군 채용 공고 중 일부. [뤼튼테크놀로지스 제공, 앤스로픽 채용사이트 캡처]

    ‘연봉 최대 1억 원, 코딩 실력 무관.’

    인공지능(AI) 글쓰기 솔루션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가 3월 15일 공개채용을 시작하며 제시한 엔지니어 직군의 연봉과 자격 요건이다. ‘코딩 못 하는 고연봉 엔지니어’의 존재가 의아함을 자아내지만, ‘챗GPT’ 등장 이후 국내외 AI업계에선 이 엔지니어 직군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다. 이날 뤼튼이 국내 최초로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 소식을 전하면서 네이버 카페 ‘프롬프트 엔지니어 커뮤니티 카페’ 신규 회원 수는 하루 수십 명씩 급증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한마디로 대화를 통해 생성형 AI를 훈련시키는 사람이다. AI가 더 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명령어(프롬프트)를 만들어 질문하는 일을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AI 훈련사’ ‘AI 조련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는 생성형 AI에 어떻게 말을 거느냐에 따라 향후 그 성능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직 프롬프트 엔지니어 수가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돼 AI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기도 하다.

    美 앤스로픽, 연봉 4억4000만 원 내걸어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사용자가 생성형 AI에 요구할 만한 내용을 미리 생각해 질문함으로써 그 성능을 높이는 일을 한다. [GETTYIMAGES]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사용자가 생성형 AI에 요구할 만한 내용을 미리 생각해 질문함으로써 그 성능을 높이는 일을 한다. [GETTYIMAGES]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업무는 일종의 ‘꼬리 질문’ 만들기다. 사용자가 생성형 AI에 질문할 만한 내용을 미리 생각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던지면서 그 성능을 높이는 것이다. 챗봇 등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명령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답변을 생성한다. 어떤 명령어가 어떤 답변으로 연결될 지는 AI 개발자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따라서 세밀하고 정교한 명령어를 만들어 AI를 선제적으로 학습시키는 게 관건이다. 예를 들면 “꽃 피는 봄을 주제로 소설 한 편을 써달라”고 요청한 뒤 AI가 답을 내놓으면 “분량을 절반으로 줄여줘” “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바꿔줘” “등장인물이 10명 이상이면 좋겠어” 같은 추가 요구로 성능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에게 코딩 같은 기술적 능력보다 언어 구사력, 상상력 등이 더 중요한 이유다.

    국내외 AI 기업들은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기업 중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과 영국 대형 로펌 ‘미시콘 데 레야’다. 이들 기업은 2월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내고 연봉을 최대 4억4000만 원까지 제시했다. 사실 프롬프트 엔지니어 없이도 좋은 명령어를 수집할 순 있다.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인력 고용이 더 나은 선택지다. 현재 주요 생성형 AI에 명령어를 시험하려면 입력 횟수와 문장 길이 등에 비례해 요금을 내야 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이미지 생성형 AI인 ‘달리2’는 단어당 사용료가 13센트로, 명령어 입력 오류를 최소화해야 하는 구조다. 명령어 거래 전문 사이트 ‘프롬프트베이스’에선 명령어가 건당 약 2~7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육성… 하반기부터 정책연구

    우리 정부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키워줄 새 교육과정을 만들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3월 16일 프롬프트 엔지니어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과기부 관계자는 “AI가 최상의 결과물을 내려면 AI 인재 육성이 꼭 필요하다”며 “(신설 교육과정에 관한) 세부 내용은 정책연구를 통해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과기부 관계자는 3월 22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하반기부터 프롬프트 엔지니어 교육과정과 관련된 정책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사업과 연계해 대학생, 성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월 19일(현지 시간) 현직 프롬프트 엔지니어 애나 번스타인 씨(29)를 인터뷰해 ‘더 나은 명령어를 만드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번스타인 씨는 명령어 개발 시 동의어·반의어 사전(시소러스) 사용, 동사에 주의, 정확한 의도 전달 등을 권했다.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와 가장 가까운 단어를 골라 쓰고, ‘축약해달라’ 같은 어려운 동사 대신 ‘짧게 써달라’고 쉽게 명령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얘기다. “오늘 XYZ에 대해 작성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보다 “오늘 XYZ에 대해 작성할 예정인데 네 의견이 필요하다”고 하는 게 더 낫다고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장래성에 회의론을 내놓기도 한다. 명령어 개발은 생성형 AI가 상용화됨에 따라 누구나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민준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일반 엔지니어는 기술적인 부분에 특화돼 있다 보니 프롬프트 엔지니어처럼 이미 개발된 AI를 잘 다루고 훈련시킬 수 있는 직군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도 “다만 명령어를 잘 짠다는 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과 비슷한데, 과거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드물었을지 몰라도 이젠 많은 사람이 필수 역량으로 갖추고 있는 것처럼, 프롬프트 엔지니어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자체가 유망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고 향후 기획자, QA(Quality Assurance) 엔지니어 등 역할이 더해진 멀티플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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