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같은 일방향 콘텐츠가 주를 이루던 시절엔 지금처럼 콘텐츠를 양방향으로 생산하고 즐기는 세상이 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콘텐츠라는 단어를 넓게 해석하면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각자의 게시물도 모두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콘텐츠 제작자들은 ‘반드시 선택받는 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사용자로 하여금 콘텐츠를 갖고 놀 수 있게 하거나, 댓글 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하고 자신만의 재미 요소를 넣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특별해지고 싶은 욕구가 큰 Z세대를 겨냥하는 데 각자의 ‘취향’을 담을 수 있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 ‘더 글로리2’ 넷플릭스 아닌 여기서 본다
‘더 글로리2’를 다룬 유튜브 드라마 리뷰어 콘텐츠. [유튜브 캡처[
작가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드라마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포인트다. 인물의 시점, 종교적 의미 등에 따라 같은 드라마도 다르게 해석하는 드라마 리뷰어가 많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Z세대의 드라마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최근 방송국에선 드라마 리뷰어들에게 드라마 초반부의 저작권을 풀어주고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에서 3~4회까지 리뷰로 보고 재밌으면 그때부터 전편을 시청하는 사람이 적잖기 때문이다. 이젠 방송국을 제외하고도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차고 넘친다. 뷔페에서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려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시간에 가장 맛있는 콘텐츠의, 가장 맛있는 부분만 골라 보길 희망하는 Z세대가 늘고 있다.
# 돈 많이 쓰면 울리는 ‘현대카드 잔소리’
‘얘 또 돈 썼다’라는 문구와 함께 유행한 방송인 광희 짤(위). 트위터에 ‘현대카드 잔소리’를 검색하면 등장하는 화면. [커뮤니티 ‘더쿠’ 캡처, 트위터 ‘안기’ 캡처]
사용자가 현대카드의 회당 이용 금액을 1만 원, 5만 원 등으로 설정해두면 이 금액을 초과해 지출할 때마다 메시지가 울린다. 어떤 짤과 멘트를 받아볼지는 각자 고를 수 있는데, 트위터에 ‘현대카드 잔소리’라고 검색하면 사람들이 실제 사용 중인 다양한 짤을 구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건 드라마 ‘추노’의 배우 장혁 짤과 함께 ‘거지왕초이재용이 될 상이다’라는 멘트를 설정해둔 사람이다. 이를 보면서 ‘한국인의 해학은, 그리고 재미를 향한 Z세대의 진심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 정복한 산 배지 모으는 Z세대
국내 여러 산의 정상 표지석을 본뜬 ‘정상회담 배지’. [‘니맘을뺏지’ 캡처]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특색이 담긴 자석을 사오는 것처럼 이 사이트에서 자신이 정복한 산의 배지를 구매할 수 있다. 이름 하여 ‘정상회담 배지’다. 배지 디자인은 산에 따라 모두 다르다. 각 산의 정상 표지석을 본뜬 배지에 산의 이름과 높이를 넣은 형태다. 모으는 재미가 있는 것은 물론, 많은 배지를 가진 사람은 어깨가 으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벤치마킹해 다른 소모임에서도 인증샷을 대체할 커스텀 배지가 더 많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