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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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전투기 F-22, 한국 중고 도입 찬스

美 퇴역 군용기도 ‘천조국 클래스’, 도입 시 중·러 최신 기종 압도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3-03-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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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공군 F-22A ‘랩터’ 전투기. [뉴시스]

    미 공군 F-22A ‘랩터’ 전투기. [뉴시스]

    미국은 ‘천조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라다. 매년 국방예산으로만 1000조 원 넘게 쓰는 미국에 국내 누리꾼들이 붙인 별명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 1일~2024년 9월 30일) 국방예산을 올해 대비 3.2% 증가한 8420억 달러(약 1100조 원) 규모로 꾸렸다. 중국 군사력 증강에 대한 대응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출 증가 등이 반영된 것이다.

    미 공군 살림은 대부분 ‘유지비’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전체 정부 지출 증가엔 반대하면서도 국방비만큼은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내년 실제 국방예산은 국방부가 작성한 예산안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미 국방 예산안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공군력 증강 대목이다. 예산안 가운데 공군부(Department of Air Force)가 제출한 몫은 2151억 달러(약 281조 원)다. 이 중 공군과 우주군 예산이 각각 1851억 달러(약 242조 원), 300억 달러(약 39조 원)다. 공군 예산만 242조 원으로 한국의 올해 전체 국방예산 57조 원의 4배를 훌쩍 넘는다.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인 미 공군 예산을 항목별로 찬찬히 살펴보자. 1851억 달러 가운데 1206억 달러(약 158조 원)는 기존 전력을 유지하는 일종의 운영비다. 이 중 785억 달러(약 103조 원)는 항공기 운용 등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 421억 달러(약 55조 원)는 군인·공무원 인건비다. 이 같은 운영비를 제하고 남은 예산 중 362억 달러(약 47조 원)가 기술개발 및 신무기 평가(RDT&E) 예산이고, 신무기 구입비는 283억 달러(약 37조 원)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미 공군에는 실로 다양한 유형의 항공기와 무기가 있다. 일견 많아 보이는 예산 37조 원도 그때그때 신무기를 구매하려면 빠듯한 규모다. 미 공군의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전투기 구매 수량이 고작 72대뿐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3월 기준 미 공군 전투기가 2183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전투기 전력의 3.2%를 교체할 수 있는 정도다. 미 공군이 새로 구매할 전투기는 F-15EX 24대, F-35A 48대다. 반면 조만간 퇴역할 예정인 전투기 수량은 그 2배에 가까운 131대다.

    전투기 말고도 전체 기종으로 범주를 넓히면 미 공군이 2024회계연도에 퇴역시키려는 항공기는 310대에 달한다. 어지간한 중견 국가의 공군을 새로이 만들 수 있는 규모다. 퇴역을 앞둔 미 공군 항공기는 대부분 꾸준한 개량과 수명 연장 개조를 받은 덕에 다른 나라의 1선급 전력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지녔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들 기체가 노후화된 탓에 유지비가 많이 든다며 과감한 퇴역 조치를 결정했다.

    미국이 퇴역시킬 전투기 면면을 보면 “역시 미국이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우선 ‘현존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F-22A 랩터가 32대나 퇴역할 예정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생산된 이 모델의 기령(機齡)은 30년이 채 안 됐다. 이른바 ‘글로벌 스트라이크’ 패키지 개량 덕에 공중전은 물론 JDAM(합동직격탄)을 이용한 지상 정밀 타격도 가능할 만큼 성능이 우수하다. 다만 현용 블록 30·35·40버전보다 구형이라는 이유로 퇴역이 결정된 것이다. 이른바 ‘F-22의 전설’을 세운 기종이 바로 F-22A 랩터다. 2006년 6월 ‘노던 에지’ 훈련에서 F-22는 F-15 등 4세대 전투기와 모의 공중전을 벌여 144 대 0 전적으로 승리했다. 이때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랩터는 현존하는 4~4.5세대 전투기를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가공할 성능을 갖췄다. 그럼에도 “노후화로 비용 부담이 크고 신예기를 도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미군의 결정에 다른 나라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1970년대 기종도 성능 개량으로 ‘현역’ 수준

    미군이 퇴역시킬 예정인 또 다른 전투기 모델은 F-15C/D다. 한국 공군의 현용 주력 전투기 F-15K보다 우월한 성능을 가진 모델로, 57대가 퇴역 대상이다. 미 공군은 현재 보유 중인 F-15C/D 270여 대를 향후 4년 안에 전량 퇴역시킬 계획이다. 이 기종은 1978년부터 생산된 모델이기에 일견 낡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대대적인 성능 개량과 기골 보강 프로그램을 거쳐 타국의 현용 주력 전투기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고성능 전투기다. 특별한 점은 F-15C/D가 이른바 ‘골든 이글(Golden Eagle)’로 불리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장거리 및 근접 공중전 등 어떤 형태의 대결에서도 중국 최신 4.5세대 전투기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골든 이글의 대표적 강점은 ‘눈’이 밝다는 것이다. APG-63(V)3 AESA 레이더로 중국 J(젠)-11, J-16 같은 대형 전투기를 최대 296㎞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 복잡한 주파수 변조 방식으로 전파를 방사하기에 중국 전투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로는 자기가 조준된 것조차 인식할 수 없다. 일본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운용된 일부 기체엔 ‘레기온 포드(Legion Pod)’로 명명된 장거리 적외선 탐지·조준 장치가 탑재됐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중국 J-20 같은 스텔스 전투기도 원거리에서 탐지해 공격할 수 있다. 실제로 미 공군은 레기온 포드로 장거리에서 표적기를 탐지·추적한 뒤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해 격추시키기도 했다.

    골든 이글은 헬멧 장착 조준 시스템(JHMCS)과 이에 연동되는 AIM-9X 미사일 운용 능력도 갖췄다. 전통적 형태인 근접 공중전은 적기의 꼬리를 물기 위해 전투기를 급기동시키는 등 운용 방식이 복잡하다. 반면 JHMCS가 있으면 조종사가 헬멧을 쓴 채 적기를 바라만 봐도 어느 방향에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중국, 러시아의 ‘수호이’ 전투기가 에어쇼 같은 화려한 공중기동으로 근접 공중전을 시도해도 별 어려움 없이 제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 성능을 갖춘 전투기가 미 공군에선 2026년까지 일선에서 물러나는 퇴물 아닌 퇴물 신세다.

    자타공인 현존 최강의 전천후 지상 공격기 A-10C 42대도 2024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라 퇴역 대상이 됐다. A-10C는 여러 실전에서 어지간한 대공포나 소형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공격에도 거뜬한 강한 맷집을 입증했다. 각종 정밀유도무기로 아군 지상 병력에 초정밀 공중 화력을 지원하는 걸작이다. 미군은 올해 21대를 시작으로 매년 수량을 조정해 2029년까지 전량 퇴역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산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제51전투비행단 제25전투비행대 소속 A-10C 공격기 24대도 몇 년 안에 다른 기종으로 대체된다.

    탐색구조헬기, 조기경보통제기 등 퇴역 기종 다양

    미 공군 HH-60G 헬리콥터. [GettyImages]

    미 공군 HH-60G 헬리콥터. [GettyImages]

    이 밖에도 퇴역하는 미군 항공기 중엔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고성능 모델이 수두룩하다. 한국에선 1선급 현역인 HH-60G 탐색구조헬기 37대, 지금도 각국에서 주문이 쏟아지는 MQ-9 무인공격기 48대, RQ-4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1대, E-3 조기경보통제기 2대와 E-8C ‘조인트 스타즈’ 3대, EC-130H 전자전기 2대, EC-130J 심리전기 4대 등이다.

    이 중 HH-60G는 적진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출하는 탐색구조헬기로 유명하다. 걸프전에서 데뷔한 이 기체들은 평균 기령이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정비만 잘하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헬리콥터의 구조적 특성상 아직도 쌩쌩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후속 모델 HH-60W가 본격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퇴역이 결정됐다. HH-60G는 지속적인 성능 개량, 기골 보강 덕에 어지간한 특수전 헬기보다 뛰어난 저공 침투·장거리 비행 능력을 갖췄다. 미국 이외 국가 입장에선 굳이 퇴역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미 공군 E-8C 정찰기. [미 공군 제공]

    미 공군 E-8C 정찰기. [미 공군 제공]

    한국이 도입을 희망했던 E-8C는 현존 최강 정찰기다. 기체 하단에 설치된 AN/APY-3 레이더로 최소 250㎞ 거리에서 600개의 이동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군 병력에 표적을 할당해 타격 작전을 지휘하는 ‘하늘의 지휘통제소’다. E-8C가 수도권 상공에 뜨면 평양-원산선 이남의 북한군 동향을 손바닥 보듯 파악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북한 대구경 방사포와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을 실시간 감시·추적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제309항공우주 정비·재생 전대에 보관된 각종 군용기. [GettyImages]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제309항공우주 정비·재생 전대에 보관된 각종 군용기. [GettyImages]

    미국이 이처럼 엄청난 성능의 항공기를 대량으로 퇴역시키는 배경은 뭘까. 찰스 브라운 공군참모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총장은 그간 “미 공군이 운용하는 항공기 체계가 너무 복잡해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항공기 종류를 줄여 군수 지원 효율을 높이고, 이렇게 절약된 경비를 기술개발 예산으로 쓰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일환으로 비교적 낡은 무기를 빨리 도태시키고 차세대 무기를 조기 전력화하자는 복안이다. 물론 이렇게 일선에서 물러난 기체들은 폐기되지 않고 애리조나주 투손(Tucson)의 제309항공우주 정비·재생 전대의 항공기 보관 시설로 보내진다. 외부 충격 및 오염에 민감한 주요 부위를 밀봉한 채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보관할 것이다. 미 정치권 일각에선 미 공군의 과감한 항공기 정리 구상에 우려와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와중에 고성능 항공기를 조기 퇴역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미 공군 수뇌부가 심사숙고했겠지만, 안보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수백 대의 1선급 항공기를 대거 퇴역시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北·中 군사 대응 능력 높이겠다”고 미국에 어필해야

    만성적인 전투기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 공군엔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미군이 퇴역시키는 전투기·정찰기를 헐값에 구매해 부족한 전력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들 항공기는 여전히 1선급으로 쓸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을 갖췄다. 대량생산돼 전 세계적으로 부품 수급도 원활한 편이다.

    실제로 미국은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퇴역 장비들을 치장물자로 보관하고 있다. 이 중 일부를 종종 해외에 임대·매각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공군의 현용 주력 전투기 F-16C 24대가 바로 그런 사례다. 미 공군에서 퇴역해 보관 중이던 기체를 인도네시아 측이 구매한 것이다. 대대적 성능 개량과 예비 부품 패키지를 포함해 대당 3100만 달러(약 405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품 F-16 전투기 패키지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번에 미 공군이 퇴역시키는 항공기는 기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할뿐더러, 한국 공군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모델이 적잖다. 물론 이를 구매하려면 미 정부를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한국이 미국의 중고 항공기를 사들여 대북·대중 군사 대응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어필하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한국군 지휘부의 발상 전환과 정부의 예산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가성비’ 높게 공군력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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