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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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美 최종 금리 수준 낮춘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중소형은행 유동성 위기 징후들… 대형은행으로 확산도 배제 못 해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3-03-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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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SVB는 가계 예금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벤처캐피털 산업에 집중해 기술 및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은행이라는 한계는 상대적으로 예금 안정성을 떨어뜨렸다. 특히 지난해부터 진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유동성을 위축시켰다. 이에 벤처기업 예금 유치 의존도가 높았던 SVB 역시 자금 유입이 감소한 한편, 자금 조달이 악화된 벤처기업의 예금 인출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SVB는 예금 인출에 대응하고자 보유하고 있던 매도 가능 유가증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미국 국채와 기관채가 금리상승으로 손실이 커졌다는 점이다(SVB는 2022년 말 기준 총자산의 약 51%가 미국 국채와 기관채로 구성). 벤처기업의 예금 인출과 이에 대응한 SVB의 보유 자산 매각, 그리고 손실이라는 과정이 반복됐고, 결국 SVB의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예금 대량 인출로 이어지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2008년 ‘리먼사태’와는 다르다

    이번 사태로 금융시장에서는 2008년 발생한 ‘리먼사태’(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지만 은행 전체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게 보고 있다. SVB는 고객이 스타트업 부문에 치중된 반면, 대형은행들은 포트폴리오와 예금 기반이 다각화돼 있고 재무 상태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SVB는 주로 미국 국채에 투자했기에 보유 증권으로 인한 연쇄 파산 가능성이 적고, 금융위기 이후 정책당국의 신속한 대응 조치 등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SVB 사태 이후 빠르게 은행을 폐쇄시키고 보유 예금을 모두 이전받아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부족 우려가 제기되면서 UBS로의 인수 결정이 이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문제는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지닌 금융기관에서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과 연계는 제한적이지만 SVB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직접적인 노출이 있는 일부 지역 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금리로 비용 증가,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SVB의 빠른 붕괴에 기여한 두 가지 요인인 비보험 예금과 미실현손실(보유자산의 획득원가에 비해 감소된 시장가치에 의한 손실)은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많은 은행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금리상승 환경에서 유가증권이 많고 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차대조표의 조합이 유동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 손실(미실현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은행의 경우 예금 인출에 대한 대응 역량에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기관 예금을 대량 보유한 은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한 SVB는 지난해 말 기준 1754억 달러(약 229조 원)의 예금 중 약 90%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현재 FDIC는 최대 25만 달러(약 3억2600만 원)까지 예금을 보장한다.

    현재 미국 대형은행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지급준비금 또는 현금 잔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소규모 은행들은 유동성 부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그래프 참조). 소규모 은행을 중심으로 한 자금 조달 압박이 어떻게 유동성 문제로 현실화될지 알기 어렵기에 향후 유동성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방기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기간에는 연방기금시장에 자금 조달 유인이 많지 않지만, 반대 경우에는 거래액이 늘어난다. 또한 상업은행들이 각종 유가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연준의 재할인창구 이용 역시 지난해 후반부터 증가하고 있다. 연준의 재할인창구는 은행이 긴급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이용하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 장치 중 하나지만, 재할인창구 이용 시 낙인 효과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은행 활용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물론 이 같은 재할인창구 이용이 미국 소형은행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미국 상업은행 차입 흐름을 살펴보면 전체 흐름에 비해 소형은행에서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현금 잔고 수준 역시 소형은행에서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연준의 양적긴축과 지급준비금 감소가 소형은행들에 우선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고금리 흐름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 부족 흐름이 규모가 큰 은행들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연준의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미국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가 수시로 불거지고, 재무 건전성에 대한 신뢰 상실, 규제 강화 및 투자자의 회의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레버리지 확대를 통해 성장해온 산업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 및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경우 신용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 고객 비중이 큰 금융기관은 유동성 문제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시장에서는 5.5%에서 5.75%까지 상단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제 1년을 지나 물가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신용시장에 잡음을 일으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에 최종 금리 수준은 시장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준은 3월 22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최종금리를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제시한 5.1%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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