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청소년수련원 부근에 위치한 수하계곡 풍경.
영양고추가 전국적 명성을 구가하지만 정작 영양고추의 고향 영양군에 가봤다는 사람은 흔치 않다. 유명 관광지도 별로 없거니와 지금까지도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릴 만큼 오지로만 알려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지다운 오지가 드문 오늘날에는 영양 땅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인정이야말로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관광자원이다. 특히 가을빛 짙은 10월 중하순에 영양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면, 누구나 탄성을 연발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이 줄지어 나타난다. 설악산이나 내장산처럼 마음보다 눈을 먼저 훔치는 단풍이 아니라,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을 남길 단풍숲이 발길 닿는 곳곳마다 형성돼 있다.
단풍 고운 가을날 풍광과 정취를 맛보기 위해 영양 땅을 찾았다면 먼저 일월산(1218m)에 올라야 한다. 태백산맥 남쪽 끝에 위치한 일월산은 산세가 크고 듬직하며, 활엽수림이 매우 울창하다. 봄에는 산나물이 많이 나고, 여름에는 녹음이 밀림처럼 우거지며, 가을에는 오색찬란한 단풍빛이 황홀하다. 더군다나 정상 가까이까지 찻길이 뚫려 있어 오르내리기도 수월하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시야가 훤히 트여 있다. 겹겹이 쌓인 산줄기와 아스라한 동해의 수평선 위로 해와 달이 둥실 떠오르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어 일월산(日月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일월산은 무속인들 사이에서 태백산 못지않게 신령스러운 곳으로 여겨진다. 태백산 가랑이 부분에 해당된다는 일월산은 음기가 매우 강한 여산(女山)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매달 그믐날 내림굿을 하면 점괘가 신통해진다고 한다.
영양군 일월면과 수비면 일대는 경북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힌다. 워낙 산세가 우람하고 골짜기가 깊어서 인구도 아주 적은 편이다. 숲은 원시림처럼 울창하고, 계곡물은 유리처럼 투명해서 속이 훤히 비친다. 또한 왕복 2차선 포장도로인 917번 지방도가 수하계곡의 물길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단풍철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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