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2006.10.10

고건, 너무 뜸들이다 밥 태웠나

아웃복싱 정치에 지지율 하향곡선 … 그래도 여전히 정계개편 중심에 자리잡아

  • 오일만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oilman@seoul.co.kr

    입력2006-09-26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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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 너무 뜸들이다 밥 태웠나
    고건 전 총리는 9월21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06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한 그는 “올 연말 국내 정치질서에 새로운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고인 셈이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고 전 총리가 미국까지 날아가서 ‘정계개편 불지피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현재의 대선 정국에서 고 전 총리의 ‘노림수’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당초 범여권의 대선 후보 추대라는 ‘밑그림’을 그렸다. 여당 내부에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다는 정치적 역학구도와 ‘빅3’로 꼽히는 자신의 국민적 지지를 감안한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지형’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5·31 지방선거 후 그의 지지도는 30%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지지율은 20%대 아래로,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선두권을 빼앗긴 지는 오래다. 고 전 총리의 측근인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지지율이 15%까지 내려갈 수 있다. 대단한 역전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며 초조감을 감추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의 ‘부진’ 원인을 ‘아웃복싱의 정치’에서 찾는다. 외곽을 맴도는 그의 정치적 움직임이 기민하지 못한 데다,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감동의 정치’마저 부재한 탓이라는 것이다. 정책 현안에 대해 다른 대권 주자와의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전시 작전통제권이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등의 사안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인색했다. 어찌 보면 그는 우유부단하다. 애매모호한 화법과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비치는 행보 등이 대선 가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고건의 구심력’은 급속히 약화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고 전 총리의 무임승차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제시하면서 ‘한-민 공조’의 애드벌룬을 띄웠다. 고 전 총리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고 전 총리는 여전히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핵심 측근은 “때가 오면 강하고 빠른, 새로운 그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희망연대’ 등 외곽단체 전국 조직화 서둘러

    고 전 총리의 모든 계획은 예선보다 본선, 즉 대선 승리에 맞춰져 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의 기존 정치권 브랜드로는 승산이 없다고 본다. 그의 승부수는 ‘비(非)호남, 비(非)정치권’을 망라하는 ‘중도 실용세력의 창출’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 전 총리는 외곽단체인 ‘희망연대’ 및 ‘경제와 미래’의 전국 조직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래와 경제’의 경우, 9월27일 전북을 시작으로 11월 하순 제주까지 전국 네트워크가 완성된다. 외곽 지원세력을 등에 업은 고 전 총리는 결국 범여권이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서 최종 승부를 겨룰 가능성이 크다. 고 전 총리는 “강력한 파워와 추진력으로 대권을 쟁취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목소리에 서서히 귀를 기울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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