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2006.05.16

잉글랜드 ‘쌍포’ 어떻게 막아낼까 - 6월10일

조별 예선 48경기 관전 포인트

  • 입력2006-05-15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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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글랜드 vs 파라과이 ● 시간 15:00(한국 22:00) ● 장소 프랑크푸르트

    # 잉글랜드。참가 횟수 : 12회 。최고 성적 : 우승(1966년) 。FIFA 랭킹 : 10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파라과이。참가 횟수 : 7회 。최고 성적 : 16강(1930, 86, 98, 2002년) 。FIFA 랭킹 : 33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아직 인류는 지구 바깥에서 살 수 없다. 작고 푸른 이 행성 안에서 살아간다. 축구 역시 대기권 내의 승부이며 언젠가는 서로 맞붙게 돼 있다. 그래서 상대 전적이 중요하다. 수십 년 전의 결과라고 해도 그 기억들은 즐거운 추억과 잔인한 기억으로 상반되는 것이어서 언젠가는 바로 그 기억에 의해 새 경기에 임하는 심리 상태가 결정되는 것이다.

    B조의 첫 경기, 잉글랜드와 파라과이. 저 황금의 60년대 이후부터 언제나 우승을 꿈꾸지만 16강 언저리에서 고전했던 잉글랜드와, 때때로 약체로 불렸지만 반드시 16강에 진출하고야 말았던 파라과이가 지난 20년 동안 치른 두 차례 상대 전적은 모두 잉글랜드의 완승. 특히 1986년 멕시코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는 파라과이를 3대 0으로 완파했다.



    바로 그러한 기억이 첫 경기의 심리 상태를 절반쯤 결정한다. 지난해 12월, 조추첨이 끝난 뒤 아니발 루이스 파라과이 감독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잉글랜드는 우리에게 최고의 적수다. 우리는 그들의 경기를 줄곧 지켜봤다. 늘 그렇듯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팀과 경기하는 것이 유리한 법이다”고 말했다. 굳이 조별리그 맞상대가 아니더라도 세계 축구 흥행의 본산인 잉글랜드를 눈여겨보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만 루이스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호언장담 이상의 단단한 각오로 들린다.

    우루과이 태생이지만 파라과이를 축구 인생의 그라운드로 생각하고 있는 루이스 감독은 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연거푸 16강에 머물렀던 ‘과라니스’(파라과이 대표팀 애칭)를 반드시 8강까지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부푼 꿈만은 아니다. “우리는 최종 단계로 노르웨이, 덴마크, 그루지야와의 평가전을 준비했다”고 루이스 감독은 말하는데, 강력한 전투 체육의 세 팀을 평가전 상대로 삼은 것은 북구의 강호 스웨덴을 염두에 둔 것이자 무엇보다 히든카드 없이 휘슬이 불리면 곧장 전면적인 전투 태세에 임하는 잉글랜드 축구를 대비한 평가전임이 틀림없다.

    잉글랜드의 ‘아이스맨’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우회적인 여유를 보인다. 역시 조추첨이 확정된 이후 에릭손 감독은 “A조에서 독일이 1위로 통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너무 일찍 독일을 만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0여 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스웨덴이라면 모르겠으나 파라과이와 트리니다드토바고라면 한 수 아래 아니냐는 판단이다.

    루이스 감독처럼 에릭손 감독이 1위로 2라운드 진출을 장담하는 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다. 2006팀의 잉글랜드 멤버는 2002팀보다 훨씬 강력하다. 에릭손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램파드가 가세한 게 대표적이다. 3월1일 파라과이 역할을 대신한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 직전 램파드는 16강을 진출이 아니라 “우승하기 위해 독일로 간다”고 말했다.

    크라우치, 콜, 제라드 그리고 램파드까지 가세한 2006년의 멤버는 확실히 2002년의 기예파를 뛰어넘는 탄탄한 정면승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에릭손 역시 16강을 넘어 우승까지 염두에 둘 것인데 그러자면 이 첫 경기에 모든 것을 걸 것이다. 페르디난드, 네빌, 테리 등이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에 공격진은 파라과이의 수비진을 정신없이 뒤흔들어 버릴 것이다. 이를 어떻게 단단한 수비 조직력으로 막아내느냐가 파라과이의 16강 진출을 좌우할 것이다.

    중원 주무르는 중거리 슈터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 에릭손은 어느 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신의 중화기 중 누가 첫 골의 주인공이 될지 궁금해할 듯싶다. 파라과이는 철저한 수비로 진을 칠 텐데, 그렇다면 그 철벽마저도 관통시켜버릴 중거리 슈터 램파드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02년에는 출전하지 못했으나 그때 이후 지금까지 램파드는 소속팀 첼시와 대표팀의 미드필드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가히 종횡무진. 최전방의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에 덮어놓고 그에게 수비수 한 명을 붙여놓기도 어렵다.

    뛰어난 대인마크, 수비의 핵

    카를로스 가마라(파라과이) 램파드의 지원 사격에 오웬과 루니가 쉴 새 없이 기관총을 쏠 때, 파라과이의 가마라는 그 모든 사격을 온전히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예리한 역습을 준비한다. 아르헨티나,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를 거쳐 브라질 클럽에서 뛰고 있는 산전수전, 공중전의 사나이 가마라. 뛰어난 대인마크 능력과 한 박자 빠른 예지력, 그리고 동료 수비들을 단단하게 연결하는 최상의 고리다. 시야가 아주 넓어서 잉글랜드는 시종 우세한 공격을 하면서도 언제 가마라가 치고 나올지 염려해야 한다.

    ● 트리니다드토바고 vs 스웨덴 ● 시간 18:00(한국 01:00) ● 장소 도르트문트

    # 트리니다드토바고。참가 횟수 : 첫 출전。최고 성적 : 첫 출전。FIFA 랭킹 : 47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스웨덴。참가 횟수 : 11회。최고 성적 : 준우승(1958년)。FIFA 랭킹 : 16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트리니다드토바고를 B조의 약체라고 평한다면 누구보다 드와이트 요크가 화를 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카리브해의 핵탄두는 월드 클래스의 공격수임이 틀림없지만 팀 전체 전력이 스웨덴이나 잉글랜드, 남미의 테크니션 그룹 파라과이보다 앞선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요크가 분을 풀지 못한 채 레오 벤하커 감독의 말을 들려줄지 모른다. 지난해 말 조추첨 직후 라이프치히 노이에메세 컨벤션센터에서 벤하커 감독은 “모두 강팀이고 아주 흥미로운 상대다. 나는 그 팀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위치가 어떤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상책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벤하커 감독처럼 정확히 자기 팀의 위치를 분별하고 그로부터 모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라 현명한 선택이다.

    레오 벤하커. 네덜란드 태생. 1990년 자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은 바 있고 명문 아약스 암스테르담, 페예노르트, 레알 마드리드, 레알 사라고사 등을 지휘한 거장이다. 이번 독일월드컵에는 무려 4명의 네덜란드인이 감독으로 출전하는데 한국 팬에게는 히딩크와 아드보카트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국제 축구계에서는 오히려 이들보다 좀더 평가를 받는다. 만약 요크와 그의 동료들이 벤하커 감독의 네덜란드 정신을 깊이 신뢰하고 그로부터 새로 출발한다면 기적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인은 세계 어떤 문화에도 쉽게 적응하고 야심만만한 도전을 즐기며 창의적이다. 이 바탕에 더하여 벤하커 감독은 선수를 조련하는 능력과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진 명장이다. 2002년에 또 다른 네덜란드인이 ‘하나님은 지구를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는 도전 정신을 한국에서 실천한 바 있는데 벤하커 감독 역시 혼전 양상의 북중미 지역예선의 늪을 빠져나와 중동의 복병 바레인과의 플레이오프까지 거쳐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독일로 이끈 강력한 정신의 소유자다.

    북중미 예선에서 ‘소카 워리어스(축구의 전사들)’로 불리는 트리니다드토바고는 “Journey to Germany 2006”라는 슬로건을 외쳤는데 바로 그것을 맨 앞에서 실천한 벤하커의 지도력을 깊이 신뢰한다면 16강의 기적까지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벤하커 감독은 스웨덴이 낳은 최고의 공격수 이브라히모비치를 발굴하고 아약스의 스타로 키운 바가 있어 스웨덴의 화력을 방어할 비책까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어쩌면 스웨덴의 라르스 라거벡 감독은 이브라히모비치를 쉬게 하면서도 충분히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이 세상의 어느 팀도 멜베리가 이끄는 스웨덴 수비를 함부로 농락하기 어려우며 이 세상의 어떤 팀도 라르손과 륭베리의 돌파를 쉽게 막을 수 없다. 물론 첫 경기의 승리를 위해 이브라히모비치까지 출전할 것이며 이 정도라면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전력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조추첨 직후 라거벡 감독은 B조의 또 다른 호적수 잉글랜드를 겨냥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는데 “잉글랜드와는 세 번째 경기에서 만나는데 그 이전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첫 경기를 완승으로 이끌어 토너먼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2m 거인 고공 플레이 일품

    데니스 로렌스(트리니다드토바고) 키가 크다고 크게 이로울 게 없는 것이 축구지만 그래도 200cm가 넘는다면 재고해볼 문제다. 로렌스는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당당한 체격을 갖고 있다. 그는 큰 키로 상대의 공격을 제압하는 고공 플레이 전문가인데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반드시 중용될 것이다. 비록 머리보다 발을 더 잘 쓰는 선수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영토로 자기보다 9cm 작은 이브라히모비치가 자주 침투하기 때문이다.

    장신 테크니션 위력 만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192cm의 장신 공격수. 그러나 고공 플레이보다 훨씬 더 능란하게 발을 사용하는 테크니션이다. 한 경기에서 두 번 이상 동일한 드리블을 하지 않는 놀라운 기예의 소유자. 이따금 시간을 끄는 불필요한 드리블로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있지만 월드컵에서는 자신의 모든 스타일을 단단하게 압축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다. 이탈리아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유벤투스에서 그는 언제나 자유롭게 비상하는 공격수였다.

    ● 아르헨티나 vs 코트디부아르 ● 시간 21 : 00(한국 04:00) ● 장소 함부르크

    # 아르헨티나。참가 횟수 : 14회。최고 성적 : 우승(1978, 86년)。FIFA 랭킹 : 8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 코트디부아르。참가 횟수 : 첫 출전。최고성적 : 첫 출전。FIFA 랭킹 : 32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지난해 내내 월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2~4위를 지키며 2006 독일월드컵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는 알비셀레스테(Albiceleste·흰색과 하늘색 줄무니 국기 상징)’ 아르헨티나와 40위권에서만 맴돌았으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룬 ‘코끼리(Les Elephants)’ 코트디부아르는 전력상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아프리카팀을 상대로 월드컵 사상 최악의 충격 패를 당한 악몽이 있어 이번 첫 결전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개막전에서 전 대회 챔피언 자격으로 카메룬과 격돌, 상대 선수가 2명이나 퇴장당하는 수적인 우세에도 1대 0으로 참패를 당했던 것. 마라도나가 이끄는 호화군단이 월드컵 본선에 두 번째로 출전한 카메룬을 얕보다가 첫판에 체면을 구겨야 했다.

    16년 뒤 아르헨티나의 호세 페르크만 감독은 첫판부터 총력전을 편다. ‘죽음의 조’에서 생존을 위한 길을 첫판부터 터야 하기 때문이다. 1995, 97, 200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면서 자신이 길러낸 선수들을 황금 라인으로 내세운다. 왼쪽 풀백 후안 소린(95년), 중앙수비수 왈터 사무엘, 중앙 미드필더 에스테반 캄비아소, 플레이메이커 후안 리켈메(이상 97년), 공격형 미드필더 막시 로드리게스, 스트라이커 하비에르 사비올라(이상 2001년)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멤버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직접 발굴해 스타로 키워낸 그의 지도력은 선수들에게는 카리스마의 흡인력으로 다가와 위기 상황에서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판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는 90년 악몽 이후 ‘두 번 망신은 없다’는 기치 아래 아프리카팀에 대한 경쟁력만큼은 확실하게 키웠다. 지난해까지 아프리카팀과의 A매치에서 7승3무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월드컵에서는 1994, 2002년 조별리그에서 나이지리아만 두 번 만나 2대 1, 1대 0으로 연승을 거둬 자신감을 높였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카메룬 참패 악몽 이후 처음 맞은 아프리카팀이었던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92년 10월 대륙간 컵에서 4대 0 대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아프리카팀에 거둔 최다골차 승리가 코트디부아르와의 유일한 대결에서 나왔으니 함부르크에서 있을 두 번째 격돌에 대한 자신감은 높을 만하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는 ‘제2의 카메룬 돌풍’을 노린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절대강호 카메룬을 제친 만큼 그 자신감을 살려 거함에 당당히 맞선다. 3월 2006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프리카 팀중 어느 나라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인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코트디부아르가 41%로 으뜸으로 지목받았다. 유럽파들이 즐비해 ‘최고의 이변’을 낳을 팀으로 꼽힌 것이다. 잉글랜드의 무적함대 첼시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디디에 드로그바와 아스널의 대형 수비수 콜로 투레가 공수라인을 지휘한다.

    단, A매치 경험이 적다는 게 불안요소. 60년 처음 A매치를 치른 뒤 3월까지 아프리카팀 이외 다른 대륙의 팀과 치른 A매치는 83년부터 고작 9차례(3승1무5패)뿐이다. 그중 남미팀과는 92년 아르헨티나에 대패를 당한 게 유일한 경험이었으니.

    첼시에서 스트라이커 경쟁을 벌여온 아르헨티나의 에르난 크레스포와 디디에 드로그바 간의 대리전이 하이라이트다.

    온몸이 공격무기 대형 킬러

    에르난 크레스포(아르헨티나) 월드컵 3회 연속 출전. 바티스투타 은퇴 이후 센터포워드 계보를 잇는 대형 스타다. 지역예선 11경기에서 7골을 명중. 96년 올림픽 득점왕(6골) 출신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득점왕에 올랐으나 잉글랜드 첼시로 옮긴 뒤 임대선수가 되는 시련을 겪었다. 신체 부위 어디에서 나오든 모든 슛이 공격무기로 결정력 또한 최고 수준.

    첼시 주포, 검은 돌풍 지휘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9경기에서 9골을 넣어 아프리카 예선 득점 2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부자구단 첼시 우승을 이끈 태풍의 눈. 5세 때 프랑스로 이민 가 프랑스 리그를 거쳐 두 시즌 동안 첼시에서 두 자릿수 골을 몰아쳤다. 아프리카 최고 스트라이커인 라이벌 에투(카메룬)가 이번 월드컵에 나오지 못해 검은 돌풍을 지휘할 유일한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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