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30일 오전 10시5분. 아드보카트는 긴장된 표정으로 대한축구협회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전날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그는 몰려든 수십 명의 취재진을 부담스러워했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그는 네덜란드 국영방송인 NOS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위해서라면 아랍에미리트(UAE)에 남아야 했지만 월드컵의 영광을 위해 한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드보카트가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았다는 것은 또 한번 히딩크와 비교돼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임 감독들은 ‘히딩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드보카트는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그는 “코엘류나 본프레레와 비교할 거라면 차라리 히딩크와 비교해달라”고 주문했다.
아드보카트는 ‘리브로 아즐(Libro Azul)’로 한국 선수들의 군기를 제대로 잡았다. 모든 축구팀에는 마술을 부리고 신비한 주술을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 감독이 바로 그런 존재다. 강렬한 개성과 신비감으로 자칫 냉소적이며 통제가 힘든 스타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일치단결시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감독의 임무다.
아드보카트는 10월 첫 소집 때부터 ‘기강(discipline)’을 잡기 위해 무섭게 칼을 휘둘렀다.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합류하는 선수들에게 직접 차를 운전하지 말 것과 휴대전화 통화 자제를 지시했다. 또 소집 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는 가차없이 벌금 1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엄포는 새로운 감독과의 대면을 앞둔 선수들에게 효과 만점이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라고 하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도 ‘리브로 아즐’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의 행동 강령이 마련돼 있다. 스페인어로 ‘파란 책’이란 뜻인 이 책 4조에는 ‘선수들은 로커룸에서만 대화를 나눈다’, 5조에는 ‘문제를 야기하는 발언은 삼간다’는 조항 등이 적혀 있다.
한국대표팀에서 자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를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이라고 천명한 아드보카트는 그만의 ‘파란 책’으로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무장시켰다. 그 효과는 10월12일 이란과의 데뷔전에서 조원희·김진규의 골에 힘입어 2대 0으로 승리하며 나타나기 시작했고, 11월 스웨덴전(2대 2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2대 0 승)으로 확실한 반전을 이뤘다.
아드보카트의 언론 플레이는 히딩크와 닮은 듯 다르다. 팀 만들기의 과정에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 잘 파악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히딩크와 비슷하지만 방식은 약간 다르다. 히딩크가 미디어를 통해 선수들을 혹평하면서 긴장감을 주었다면, 아드보카트의 언론을 통한 선수 평가는 ‘칭찬의 미학’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아드보카트가 할 일이라고는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언론 플레이는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독일행은 장담할 수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주전 보장이 확실한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이내 긴장이 풀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지켜볼 아드보카트 때문에 K리그로 돌아간 선수들은 스스로와의 전쟁, 이른바 2차 전지훈련을 치러야 했다.
아드보카트의 스승인 리누스 미헬스 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축구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던 ‘토털사커’의 창시자다. 아드보카트는 1984년부터 87년까지, 또 90년부터 92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미헬스를 보좌하며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틀을 몸소 익혔다. 미헬스는 그의 저서 ‘팀 건설(Team building)’을 통해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도 지휘자의 지시를 따르면서 전체 단원들과의 조화를 이뤄야 인정받을 수 있다. 축구감독도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드보카트가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았다는 것은 또 한번 히딩크와 비교돼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임 감독들은 ‘히딩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드보카트는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그는 “코엘류나 본프레레와 비교할 거라면 차라리 히딩크와 비교해달라”고 주문했다.
아드보카트는 ‘리브로 아즐(Libro Azul)’로 한국 선수들의 군기를 제대로 잡았다. 모든 축구팀에는 마술을 부리고 신비한 주술을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 감독이 바로 그런 존재다. 강렬한 개성과 신비감으로 자칫 냉소적이며 통제가 힘든 스타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일치단결시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감독의 임무다.
아드보카트는 10월 첫 소집 때부터 ‘기강(discipline)’을 잡기 위해 무섭게 칼을 휘둘렀다.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합류하는 선수들에게 직접 차를 운전하지 말 것과 휴대전화 통화 자제를 지시했다. 또 소집 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는 가차없이 벌금 1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엄포는 새로운 감독과의 대면을 앞둔 선수들에게 효과 만점이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라고 하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도 ‘리브로 아즐’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의 행동 강령이 마련돼 있다. 스페인어로 ‘파란 책’이란 뜻인 이 책 4조에는 ‘선수들은 로커룸에서만 대화를 나눈다’, 5조에는 ‘문제를 야기하는 발언은 삼간다’는 조항 등이 적혀 있다.
한국대표팀에서 자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를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이라고 천명한 아드보카트는 그만의 ‘파란 책’으로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무장시켰다. 그 효과는 10월12일 이란과의 데뷔전에서 조원희·김진규의 골에 힘입어 2대 0으로 승리하며 나타나기 시작했고, 11월 스웨덴전(2대 2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2대 0 승)으로 확실한 반전을 이뤘다.
아드보카트의 언론 플레이는 히딩크와 닮은 듯 다르다. 팀 만들기의 과정에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 잘 파악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히딩크와 비슷하지만 방식은 약간 다르다. 히딩크가 미디어를 통해 선수들을 혹평하면서 긴장감을 주었다면, 아드보카트의 언론을 통한 선수 평가는 ‘칭찬의 미학’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아드보카트가 할 일이라고는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언론 플레이는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독일행은 장담할 수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주전 보장이 확실한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이내 긴장이 풀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지켜볼 아드보카트 때문에 K리그로 돌아간 선수들은 스스로와의 전쟁, 이른바 2차 전지훈련을 치러야 했다.
아드보카트의 스승인 리누스 미헬스 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축구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던 ‘토털사커’의 창시자다. 아드보카트는 1984년부터 87년까지, 또 90년부터 92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미헬스를 보좌하며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틀을 몸소 익혔다. 미헬스는 그의 저서 ‘팀 건설(Team building)’을 통해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도 지휘자의 지시를 따르면서 전체 단원들과의 조화를 이뤄야 인정받을 수 있다. 축구감독도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