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b-pattern'
평면적인 디지털 일러스트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은 어떤 기호나 장식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자세히 보면 미묘한 입체감을 갖고 있다. 안수연은 각각의 이미지 일부를 파내기도 하고 색을 덧입히기도 하며, 미묘한 명암을 넣거나 볼록하게 해 삼차원의 느낌을 첨가한다. 컴퓨터 아트 기법을 동원해 반복, 증식되는 동영상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기호와 같은 이미지들은 고유한 맥락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무의미하고 비개성적인 모티브들에 상징을 부여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예상치 못한 느낌들을 체험함으로써 생기는 관람자 입장에서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rainbowmouse\'
그런 느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치명적인 무엇인가로 출현할 때 생긴다. 그것은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사랑 혹은 트라우마가 출현하는 것처럼 매우 순간적이고 예상치 못한 것이다. 마치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피아노’에서 주인공 남자가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피아노를 치고 있는 주인공 여자의 뜯어진 스타킹 구멍이었던 것처럼, 안수연의 이미지들은 상호 충돌을 일으키고 의외의 컨텍스트를 만들어내며 관객에게 미묘하고 낯선 시각 체험을 제공한다. 1월11일까지, 가인갤러리, 02-394-3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