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2

2006.04.25

여행서가 기지개 켜는 봄

  • 출판 칼럼니스트

    입력2006-04-24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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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서가 기지개 켜는 봄
    봄이다. 봄이면 사람만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니다. 서점도 진열을 정비하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여행서다. 겨울 내내 축소됐던 매장은 야외활동의 시작과 함께 다시 확장된다.

    실용서는 인터넷의 상용화로 인해 독자의 감각, 실용서의 문법이라는 측면에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인터넷이나 네비게이터의 등장은 특히 국내여행서의 존재를 위협할 정도였다. 여행서가 실용이 아닌 감성을 부르짖으며 변신을 시도했던 것도 이런 이유로, ‘감성터치 여행서’의 정점을 보여준 책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33’이다. 이 책 이후 여행서의 사진은 갈수록 좋아졌고, 글은 더욱 감상적으로 변했으며, 심지어 여행 책의 판형이 A4까지 커지기도 했다.

    반면 2005년에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생략한 기존 여행서와 달리 가족여행을 모토로 체험과 관광, 그리고 답사를 중심으로 시간대별 스케줄을 제시한 ‘친절한 여행책’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정보홍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에서 알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일은 얼마나 수고스러운가. 정보홍수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 길잡이가 필요한 아이러니를 책이 담아냈다.

    초등학생들의 주5일 수업 확대에 따라 교육과 여행을 접목한 체험학습 여행서도 국내여행서의 추세다. 이미 출간된 ‘놀토에 떠나는 우리 가족 체험학습 여행’,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답사혁명’ 등을 비롯해 2006년에는 관련 기획물들이 더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여행서와 달리 해외여행서 시장은 좀더 안정적이다. 배낭여행자라면 여행 책 구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해외여행서 역시 여행 패턴이 달라지면서 변화했다. 패키지여행이 줄어들고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자유여행이 늘기 시작하면서 여행서 역시 달라진 것이다.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도시를 묶은 종합여행서 일색에서 벗어난 점을 들 수 있다. 한 도시에 머무는 시티족을 위한 여행서, 자유여행을 즐기는 여성을 위한 테마여행서 등이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과거에는 ‘일본 100배 즐기기’ 같은 책만 팔렸지만, 이제는 ‘도쿄 네 멋대로 가라’류의 시티가이드 여행 책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더해 한 도시에 머물며 써내려간 시시콜콜한 여행 이야기도 선보이고 있는데, 2635세대의 여행 패턴을 반영한 현상이다. 탄산 고양이라는 닉네임의 일러스트레이터 전지영 씨가 쓰고 그린 ‘뉴욕, 매혹당할 확률 104%’, 일러스트레이터 권윤주 씨가 파리 체류 기억을 담은 ‘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유학 간 부부가 파리 뒷골목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낸 ‘파리의 보물창고’ 같은 책들이다. 낯선 이국의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겠지만 해외로 쇼핑여행을 다닐 정도로 해외 경험이 일상적인 2635세대에게 뉴욕이나 파리의 시시콜콜한 이미지를 잡아낸 책은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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