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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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별들이 거쳐간 꿈의 향연장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8-04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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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별들이 거쳐간 꿈의 향연장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가 펼쳐지는 ‘루체른 문화회의센터’.

    바야흐로 음악축제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지만,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 애호가는 유럽을 더 동경하게 마련이다. 잘츠부르크, 루체른, 바이로이트, 베로나, 에든버러, 엑상프로방스, 브레겐츠, 베르비에….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여름축제 고장들이다.

    그중 필자 기억 속에 가장 깊숙이 각인돼 있는 고장은 스위스 루체른이다. 스위스 특유의 그림 같은 풍경이 매혹적인 산간 도시로 학창시절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낭여행지 가운데 하나였고, 그로부터 11년 후 다시 찾았다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말러’를 처음 만났던 곳!

    루체른 페스티벌의 연원은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지만, 본격적인 태동은 ‘루체른 페스티벌협회’가 창립된 1932년이었다. 5년 뒤인 37년 독일에서 망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아돌프 부쉬가 오케스트라 창단을 추진했고, 이듬해 7월 18일 스위스를 대표하는 거장 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 자신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루체른 지역 연주자들을 규합해 첫 공연을 열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이탈리아 거장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트립셴 마을 ‘바그너 박물관’ 정원에서 개최한 야외공연이 라디오 전파를 탔다.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목가’ 등을 연주했던 1938년 8월 25일이 바로 이 축제 생일이다.

    출범 이후 루체른 페스티벌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쌍벽을 이루는 유럽 최고 음악축제로 명성을 떨쳤다. 브루노 발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에드빈 피셔, 디누 리파티, 파블로 카살스 등 전설적인 거장부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라파엘 쿠벨리크, 아르튀르 그뤼미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등 근년의 명인까지, 20세기 연주사를 찬란하게 빛낸 별들이 이 페스티벌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루체른 페스티벌 하면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그가 2003년 창단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FO)와 말러를 나란히 거론한다.



    20세기 별들이 거쳐간 꿈의 향연장

    2007년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필자 추억 속 루체른 페스티벌 역시 아바도, LFO, 말러로 귀결된다. 2007년 여름 루체른 중앙역 바로 옆, 호수 선착장에 인접한 ‘루체른 문화회의센터’, 약칭 ‘KKL(카카엘)’ 안 콘서트홀에서 접했던 말러 교향곡 3번 공연이야말로 내 음악 애호가 생활의 일대 분기점이었다. 비록 앞에서 넷째 줄, 지휘대 바로 뒤쪽에 앉았던 탓에 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고, 알토 독창을 맡은 안나 라르손이 박자를 잘못 세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로 이미 감동이고 무한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날로부터 나의 음악생활은 전혀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돌이켜보면 필자에게 그곳은 클래식 음악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던 고교시절 이후 20년 가까이 꿈꿨고,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타계를 계기로 작심해 3년여 준비 끝에 비로소 도달한 지점이었다. 여러분의 분기점은 언제, 어디였는가. 혹은 어떤 분기점을 계획하고 있는가. 바야흐로 음악축제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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