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에 힘입어 2082.61로 장을 마감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는 오명을 벗어던지는 것을 넘어 2011년 5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2228.96(종가 기준)도 갈아치우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코스피가 3000 선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던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7월 15일부터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에 힘입어 18.84p(0.94%) 상승하며 2012.72로 마감, 2010 선을 재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30일까지 코스피는 69.89p 급상승했다.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거래대금 증가는 추세 상승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진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7월 29일 6조101억 원으로 6조 원을 돌파하더니 30일에는 6조426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2일(6조6944억 원) 이후 최대치다.
노무라 3000 선까지 전망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이 지갑을 연 덕이 크다. 7월 30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965억 원을 순매수해 12일 연속 ‘사자’를 이어갔다. 7월이 시작된 후 30일까지 3조5431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도 크게 늘었다. 7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431조226억 원이었지만 닷새 만에 10조 원 이상 급증했다. 7월 29일 기준으로는 441조9073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과 더불어 코스피를 선행하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는 점에서 향후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의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7월 29일 기준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의 비중은 35.8% 수준으로 최근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최고 수준이던 40%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004~2005년 당시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인 1000 선을 돌파하기 전에도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과 그 비중이 모두 앞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전체 시가총액→코스피 순서로 진행한다”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1231조 원·2011년 4월)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가 상승 추세에 오르기 시작한 7월 15일부터 30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쓸어 담은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주식 1조9887억 원을 매수하고 1조4426억 원을 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순매수액으로도 1위(5461억 원)다. 삼성전자에 이어 순매수액이 높았던 종목은 현대자동차(3956억 원), 신한금융지주(2152억 원), 기아자동차(1508억 원), KB금융(1469억 원) 순이다. 주로 수출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한편 기관의 경우 포스코의 순매수가 가장 컸으며 이어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우리투자증권 순이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 러브콜을 던지는 배경에는 ‘초이노믹스’라 부르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부양책이 있다. ‘배당 확대’가 새 경제팀의 핵심 경제정책 방향으로 제시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계속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새 경제팀의 배당 확대 정책은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배당해 돈이 개인과 기관투자자에게 돌아가게 하고, 이를 통해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게 하면서 내수 침체 분위기인 한국 경제에 활력을 주려는 의도다. 유보금이 배당을 통해 낮아지면 자기자본수익률(ROE)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며, 배당 증가는 투자를 활성화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면서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불러일으켜 소비 증가로도 연결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배당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7월 15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 배당액의 비율)은 21.32%로 전 세계 평균(40.2%)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인 배당수익률도 1.81%에 불과하다.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2011년 2.34%에서 2012년 2.10%로 하락한 바 있다.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주요국 증시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조사한 주요 시장 배당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S·P500(미국) 1.9%, 닛케이225(일본) 1.56%, 항셍(홍콩) 3.86%이다. 상하이종합지수(중국) 3.18%, TWSE(대만) 2.89%, 센섹스(인도) 1.5%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배당수익률도 코스피보다 높다.
한국 이머징 시장 러브콜 계속될 듯
배당 확대 정책에 대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 외국인이다. 배당 수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적은 배당은 한국 증시의 약점으로 계속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장기 투자 성향의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기 힘들었다. 배당이 증가할 경우, 배당을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 중심으로 장기 투자가 증가하면서 안정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가능하다.
코스닥은 7월 29일 전날보다 11.16포인트 하락한 541.82로 장을 마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졌던 한국 증시에서 은행, 증권, 철강 업종의 턴어라운드가 뚜렷해지고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7월 수익률이 좋았던 이들 업종의 주도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건설, 유통,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지수 상승 후 조정 국면에 들어간 반면,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머징 시장, 특히 한국에 대한 러브콜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한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는 있을 수 있겠지만, 상승 모멘텀은 계속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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