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하고 있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인 서구 청라국제도시. 최근 새 경제팀은 부동산 규제를 다 풀었지만 부동산시장이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크든 작든 자산시장 시각에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정부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정부는 일단 재산권 보호자다. 사적 재산을 정부가 법이라는 형태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다. 사회주의적 정책을 펼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산을 팔고 떠나는 것도 재산권 이슈의 대표적 사례다.
“정책에 맞서지 마라” 투자 금언도
또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게임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게 해야 한다. 자산을 사고파는 것은 쌍방이 서로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만 리스크를 지게끔 만들어놓으면 부정이 발생한다. 즉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 그 비용은 곧 누군가의 손해를 뜻한다. 대개 그 손해를 보는 이들은 이름 없는 서민이다.
재산권 보호와 거래 질서 확립은 정부의 근본 역할에 해당한다. 투자자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정부가 ‘정책’이란 이름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산의 가치 변화다. 정부는 기업이나 가계와 달리 정책을 통해 시장 참여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신호 형태는 세제상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때로는 직접적으로 수요 및 공급에 개입하고, 나랏돈인 재정 집행 등으로 나타난다.
특히 세금은 자산 가치나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세금은 또한 유인책으로도 활용된다. 유인책은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플러스(+)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마이너스(-) 게임이다. 세제 혜택은 전자에, 과세 강화는 후자에 속한다. 세금은 그 무엇보다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을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다.
세금을 수요 및 공급 개입 과정에 활용하기도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의 수요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신규 매수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주로 활용해온 방식은 소득공제나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 혜택,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정책이었다. 여기에 부동산 구매 비용을 경감해줄 목적으로 이자 비용을 소득공제 형태로 환급해주는 방법도 자주 활용되며,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는 지금도 시행하는 제도다.
투자자 처지에서 정부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처럼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마라”는 것이다. 설령 나중에 부작용이 불거지더라도 기업이나 개인이 가지지 못한 세금 등의 규제 카드를 갖고 있으므로 공연히 맞섰다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시적 동향은 지켜볼 수밖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7월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먼저 주식시장에서 화답하고 있듯이 친(親)배당정책이다. 기업에만 몰린 돈을 배당이란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계로 흘러들어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가계 살림살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4가지다. 고용을 많이 하고, 월급을 올려주며, 주가가 올라 부의 효과가 나타나게 하거나 배당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은 고용을 과거만큼 하지 않고, 월급도 많이 올리지 않으며, 주식시장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어쩌면 남은 카드는 당장으로선 배당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차익을 노린 투자가 일반적이다.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성장률이 낮아지면 배당 가치는 더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배당도 이제 투자 목적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촉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다음으로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매력이 반감한 연금저축계좌의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은 개악에 가까웠다. 고령화가 진척하면서 대부분 나라는 다른 건 다 줄여도 연금 관련 세제 혜택은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런 흐름과도 역행하는 것이었다. 행동경제학의 연구가 보여주듯, 인간은 합리적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존재가 아니다.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해약하면 패널티를 가하는 방식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검증된 방법이다.
부동산정책은 소위 말하는 ‘대못’을 다 뽑았다. 빈사 상태에 놓인 부동산시장을 살리려고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주택 구매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출기금 확대, 주택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재건축 규제 등도 이번에 다 풀었다. 한마디로 집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최대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부동산 시장이 원기를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은 사상 최저치고, 정부는 이 조치 전에도 신규 구매자에게 유리한 세금 감면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주택 매수자 처지에서는 구매 조건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소득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소득이 곧 상환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이 0.3~1.7% 수준에 불과하다. 거의 동결에 가깝다. 소득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금리가 높아도 주택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줄어드는 국면에선 금리가 낮아도 선뜻 구매에 나서지 않는다. 참고로 1980년대 말에는 부동산담보대출 금리가 15%가 넘었지만 소득 상승과 경제 호황 등으로 집값 폭등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책에는 심리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경기가 살아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소비와 투자를 늘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시적 동향은 지켜보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배당, 연금저축계좌,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