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출판사 수가 세계 1위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로는 4만142개 출판사가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4951개나 늘어난 수치다. 최근 몇 년간은 1년에 2000~3000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신규 출판사의 대부분은 1인 출판사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일본에는 출판사가 총 4600개 정도다.
하지만 그 속을 뒤집어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4만여 곳 가운데 1년에 신간을 1종도 펴내지 않은 무실적 출판사는 93.5%인 3만7533개나 됐다. 책을 1종이라도 펴낸 2609개 출판사 중에서도 1년에 5종 이하의 책을 펴낸 곳은 실적 출판사의 52.2%인 1369개였다.
올해에는 6월 말까지 이미 2만여 개의 신규 출판사가 등록을 마쳐, 출판사 수는 6만2026개로 더크게 늘었다. 왜 이렇게 출판사 수가 급증할까. 아마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한 다음부터 1인 출판으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나만 잘 출시해 아이튠즈 등에 올려놓으면 세계를 상대로 책을 팔아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1인 출판이 가능해진 것은 맞다. 처음부터 디지털 데이터로 생산하다 보니 제작비가 크게 줄었다. 주요 온라인서점은 팔리는 책의 자금 회수를 빠르게 만들었다. 편집, 디자인, 제작, 유통, 마케팅의 아웃소싱도 매우 원활해졌다. 그런데 앱 출판은 이를 더욱 간단하게 만들었다. 출판사가 ‘전자책 유통 원스톱 서비스’에 신간만 올려놓으면 되니 말이다.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언론의 ‘호들갑’도 1인 출판사 수를 늘리는 데 한몫한다. 올해 교보문고는 상반기를 결산하면서 자사의 “전자책 판매가 전년 대비 63.8%, 특히 B2C 부문은 730% 대폭 신장했다”고 밝혔다. 또 “전자책의 30대 독자와 여성 독자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문학 분야가 57.3%로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경제경영과 자기계발 분야까지 합하면 77.5%에 달했다”고 덧붙이면서 “종이책 종합 베스트셀러 200위 중 44종은 전자책으로 전환할 정도로 신간 전자책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7.3배가 아닌 730%는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은 B2C 부문에 한정된 매출이다. 그동안 전자책은 도서관이나 기업체를 상대로 한 B2B 영업에 주력해왔다. 고객을 상대로 한 B2C는 걸음마 단계였다. 여기에서 교보문고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고뇌가 발생한다. 기자들이 전자책 매출과,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도 사실을 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던 것.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했다.
2004년 ‘1인 출판’ 담론이 무성해진 이후 1만5000개 이상 등장한 ‘1인 출판사’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앱의 등장으로 책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은 분명 하나의 기회다. 이제 세계 출판계는 수많은 콘텐츠를 보유한 자본가가 시의성에 맞게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다양한 출판물로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신간을 내놓아도 충분한 사전 마케팅을 통해 출간 즉시 대대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다면 생성과 동시에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본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아니라 엄청난 위기일 뿐이다.
이런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빛나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편집력과 마케팅 능력도 확실하게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출판사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출판 시장의 활성화는 요원한 이야기일 뿐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하지만 그 속을 뒤집어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4만여 곳 가운데 1년에 신간을 1종도 펴내지 않은 무실적 출판사는 93.5%인 3만7533개나 됐다. 책을 1종이라도 펴낸 2609개 출판사 중에서도 1년에 5종 이하의 책을 펴낸 곳은 실적 출판사의 52.2%인 1369개였다.
올해에는 6월 말까지 이미 2만여 개의 신규 출판사가 등록을 마쳐, 출판사 수는 6만2026개로 더크게 늘었다. 왜 이렇게 출판사 수가 급증할까. 아마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한 다음부터 1인 출판으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나만 잘 출시해 아이튠즈 등에 올려놓으면 세계를 상대로 책을 팔아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1인 출판이 가능해진 것은 맞다. 처음부터 디지털 데이터로 생산하다 보니 제작비가 크게 줄었다. 주요 온라인서점은 팔리는 책의 자금 회수를 빠르게 만들었다. 편집, 디자인, 제작, 유통, 마케팅의 아웃소싱도 매우 원활해졌다. 그런데 앱 출판은 이를 더욱 간단하게 만들었다. 출판사가 ‘전자책 유통 원스톱 서비스’에 신간만 올려놓으면 되니 말이다.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언론의 ‘호들갑’도 1인 출판사 수를 늘리는 데 한몫한다. 올해 교보문고는 상반기를 결산하면서 자사의 “전자책 판매가 전년 대비 63.8%, 특히 B2C 부문은 730% 대폭 신장했다”고 밝혔다. 또 “전자책의 30대 독자와 여성 독자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문학 분야가 57.3%로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경제경영과 자기계발 분야까지 합하면 77.5%에 달했다”고 덧붙이면서 “종이책 종합 베스트셀러 200위 중 44종은 전자책으로 전환할 정도로 신간 전자책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7.3배가 아닌 730%는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은 B2C 부문에 한정된 매출이다. 그동안 전자책은 도서관이나 기업체를 상대로 한 B2B 영업에 주력해왔다. 고객을 상대로 한 B2C는 걸음마 단계였다. 여기에서 교보문고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고뇌가 발생한다. 기자들이 전자책 매출과,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도 사실을 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던 것.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했다.
2004년 ‘1인 출판’ 담론이 무성해진 이후 1만5000개 이상 등장한 ‘1인 출판사’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앱의 등장으로 책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은 분명 하나의 기회다. 이제 세계 출판계는 수많은 콘텐츠를 보유한 자본가가 시의성에 맞게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다양한 출판물로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신간을 내놓아도 충분한 사전 마케팅을 통해 출간 즉시 대대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다면 생성과 동시에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본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아니라 엄청난 위기일 뿐이다.
이런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빛나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편집력과 마케팅 능력도 확실하게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출판사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출판 시장의 활성화는 요원한 이야기일 뿐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